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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범벅인 드라마 보는 이유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우리 모두의 뼈를 때렸던 그 대사. “난 사랑 타령하는 드라마가 좋아. 실제로 할 일은 없으니까.” 집에 틀어박힌 우리가 ‘사랑 타령’하는 영화와 드라마에 몰두하는 이유는? 코스모가 최근 침체된 극장가를 점령한 ‘고인 물 로맨스’를 섭렵하며 분석했다.

BYCOSMOPOLITAN2021.02.03
 
무모한 순정
가볍고 캐주얼한 연애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 각박한(?) 세상에서 이런 순정 가득한 사랑에 질색 팔색하는 이도 많을 것. 그럼에도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 리스트에 〈노트북〉이 등장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아마 우리의 첫사랑을 생각나게 해서일 거다. 이별과 상실의 아픔을 겪어보지 못해 두려움조차 없던 시절, “난 얘만 평생 사랑할 수 있어”를 무모하게 외칠 수 있던, 철없던 시절의 나를 영화 속 주인공을 통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좀 더 컸더라면 나도, 그 사람도 이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아련함이 뒤섞여 영화는 더욱 빛을 발한다.


시련을 겪는 커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화양연화〉 속 주인공을 보라. 그들은 각자 배우자(이미 바람을 피우고 있긴 했지만)가 있는 기혼 남녀였다. 얼마 전 개봉한 리메이크 영화 〈조제〉와 이 영화의 원작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또 어떻고. 줄거리만 봐도 빤히 예상되는 그들의 시련과 역경은 로맨스 클리셰의 필수 요소다. 장애물이 그들의 사랑을 더 아름답고 애절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끝을 알면서도, 그저 같이 있기 위해 현실적인 어려움을 모두 끌어안고 만나는 사랑만큼 멋진 게 또 어디 있겠어?  


눈치는 좀 없을수록 좋아
눈치 없는 캐릭터. 현실에선 한 대 쥐어박고 싶을지 몰라도 로맨스 영화 속 주인공이 반드시 장착해야 할 옵션 중 하나다. 상대는 온몸으로 널 사랑하고 있다고 티를 내지만, 당사자는 그 마음을 전혀 모른다. 아니, 몰라야 한다. 서로의 마음이 만나지 못한 채 돌고 돌수록 우리가 느낄 카타르시스도 커지기 마련이니까. 〈러브레터〉 속 ‘이츠키’가 옛 도서 카드를 통해 남주인공의 오랜 첫사랑이 자신임을 확인하는 순간을 떠올려보라. 우리 역시 그녀와 함께 그땐 미처 알지 못했던 순간을 퍼즐 맞추듯 곱씹으며 찐한 여운을 느끼지 않는가.


비현실적인 고백의 순간
〈라라랜드〉나 〈러브 액츄얼리〉를 보고 나면 몽글몽글한 환상이 생긴다. 나도 저런 마법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그 설레는 순간을 스크린에서 마주했을 때의 짜릿함이란! 〈라라랜드〉의 ‘세바스찬’과 ‘미아’는 공중에 붕 떠 최면에 걸린 듯 춤을 추는가 하면, 〈러브 액츄얼리〉 속 짝사랑남 ‘마크’는 크리스마스의 힘을 빌려 명장면 역사에 길이 남은 스케치북 고백을 하기도 한다. 내 인생에서 없었고 또 앞으로도 없을 일(나만 그래?), 오직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상황을 마주하며 대리 만족하는 것, 짜릿해! 늘 새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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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이소미
  • art designer 오신혜
  • photo by Getty Images(TV)/영화 스틸 컷(나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