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소설가, 비주얼 디렉터, 주얼리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힙한 여성 작업자들의 책상 위를 파헤치다!

매일 책상 앞으로 출근하는 작업자들의 책상 위의 한 장면을 포착했다.

프로필 by 천일홍 2025.10.12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책상, 하예진

브랜드를 설계하고 디자인하며 패션,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비주얼 디렉팅 전반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스튜디오 YZC를 설립했다. YZC 안에서 어떤 한계를 두고 작업하기보단 밀도 있게 브랜드를 조각하자는 방향성을 가지고 가려 한다.


다양한 비주얼 레퍼런스가 가득한 책상.

다양한 비주얼 레퍼런스가 가득한 책상.

아이디어를 디벨롭하기 위한 메모와 데이터를 아카이빙하는 외장하드 또한 중요한 작업 도구.

아이디어를 디벨롭하기 위한 메모와 데이터를 아카이빙하는 외장하드 또한 중요한 작업 도구.



현재 몰두하고 있는 작업

올 하반기에 쏟아질 결과물들에 집중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와 아이돌 그룹의 비주얼 디렉팅부터 패션 브랜드와 비타민 브랜드까지, 카테고리에 제한을 두지 않고 온·오프라인 브랜딩과 콘텐츠를 동시에 준비 중이다. 외부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구상하고 있다. 예고 없는 파티가 될 수도 있고,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브랜드의 탄생일 수도 있다.


평소 작업하는 방식

평소에는 YZC의 비주얼 디렉터 Blue와 대화하며 자유롭게 아이데이션을 풀어간다. 친구와 수다 떨듯 영감을 주고받고, 맛있는 밥도 잘 챙겨 먹으면서 건강하게 즐기는 방식이다.(웃음)


가장 중요한 작업 도구

특별한 도구가 있는 건 아니다. 편히 쉬거나 밥을 먹을 때, 혹은 집에서 쉴 때도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좋아하는 것들이나 멋진 레퍼런스는 주로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에서 수집한다. 요즘은 해외 독립 패션 매거진도 유심히 보고 있다. 컴퓨터 안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자료와 아직 수면 위에 올라오지 않은 포토그래퍼들의 작업을 발견하는 재미가 크다. 그렇게 비주류의 것을 어떻게 대중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YZC가 추구하는 방향성

요즘 “도파민에 절여져 있다”라는 말을 하지 않나. YZC가 하고 싶은 건 그저 도파민을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도파민 위에 다시 도파민을 얹으면서도, 질리기 전에 또 다른 자극을 던지고 싶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엔 반드시 영감을 남기는 것, 그것이 YZC가 추구하는 서사다.


‘작업자’로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늘 소비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려 한다. 책상 앞에 앉으면 한 발짝 떨어져 프로젝트와 브랜드를 다시 본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인스타그램에 브랜드 계정을 태그하고 사진을 올린다면, 그 ‘태그’하게 만드는 수고로움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식이다. 무엇이 그들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까, 어떤 맥락이 있어야 태그를 하고 싶어질까. 그런 상상 속에서 작업자로서의 감각을 잃지 않으려 한다.


YZC의 야심

얼마 전에 한 인터뷰를 봤다. 초등학생들에게 20년 뒤에 무얼 하고 있을 것 같냐고 묻자, “그때 쯤이면 야근하고 있을 것 같다”, “만화가가 꿈이지만, 성공하기 쉽지 않으니 결국 회사를 다니고 있을 것 같다”라고 답하더라. 그게 참 씁쓸했다. 적어도 이 일을 꿈꾸는 친구들에게는 충분히 재미있고 멋진 일을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좋아하는 것을 개척하며 자연스럽게 수익도 따라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내가 바라는 그림이다.


작업자로서 가지는 가장 큰 자부심

내겐 유머가 중요하다. 일을 하다 보면 힘든 순간이 오기 마련인데, 그 힘든 과정에도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과 웃음을 잃지 않으며 순간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가지고 나아가려 한다.





소설가의 책상, 최은미

2008년 현대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 <눈으로 만든 사람>을, 중편소설 <어제는 봄>과 장편소설 <아홉번째 파도>와 <마주>를 썼다. 최근 단편소설 <김춘영>으로 2025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손목을 보호하고 마음의 고요를 가져다주는 와불 마우스 손목 쿠션.

손목을 보호하고 마음의 고요를 가져다주는 와불 마우스 손목 쿠션.

평소 독서도 주요 일과 중 하나인 최은미 소설가의 ‘읽는 테이블’.

평소 독서도 주요 일과 중 하나인 최은미 소설가의 ‘읽는 테이블’.



현재 몰두하고 있는 작업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 중 하나로 출간될 짧은 소설집 교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원고를 쓸 때에 비하면 교정지는 훨씬 즐거운 작업이다. 어떤 식으로든 원고가 좋아질 수밖에 없는 과정이고, 편집자와의 소통에서 오는 기쁨도 크다.


작업 방식과 루틴

평소에는 ‘읽는 테이블’과 ‘쓰는 테이블’을 구분해, 반드시 읽기 시간을 거친 뒤 쓰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마감기에 접어들면 두 영역의 구분은 사라지고, 연체동물처럼 두 책상에 매달려 지낸다. 시간과 음식, 생활의 리듬마저 달라지며, 마감에 특화된 생존 본능 같은 루틴이 생겨난다.


중요한 작업 도구

저키압 키보드, 팜레스트, 손목 보호대는 필수적이다. 손목 통증을 막아주는 장비들이 작업의 지속성을 지탱해준다. 특히 불광출판사 굿즈로 나온 와불 마우스 손목 쿠션은 애용하는 물건이다. 원래 용도보다는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거나 쉬는 시간에 손목을 올려두는 용도로 쓰며, 늘 눈에 보이는 곳에 있어야 안심된다.


단편소설 <김춘영>과 수상 경험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평소와 달리 아무것도 메모하지 못할 정도로 심장이 뛰었다. 무엇보다 <김춘영>으로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각별했다. 최근에는 자신에게서 촉발된 이야기를 주로 써왔지만, 이 작품은 ‘나로부터’보다는 ‘타인에게로’에 방점을 둔 글이었다.


‘작업자’로서의 노력

언제나 현재의 나를 살피고 분석하려 한다. 지금 무엇에 영향받고 분노하며 즐거워하는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못하는지, 지금 가장 읽고 싶은 글은 무엇인지. 그런 물음들이 글쓰기의 바탕이 된다.


좋은 글에 대한 정의

좋은 글은 ‘마음이 동하는 글’이다. 곱씹을수록 절묘한 힘을 가진 표현으로, 결국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다.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

무엇보다 소설을 읽고 쓰는 일을 아주 좋아한다는 사실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프래그런스 브랜드 ‘수집미학’ 디렉터의 책상, 김나영

2019년 모바일 액세서리, 의류, 오브제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소개하는 브랜드로 시작해, 2025년을 기점으로 프래그런스 브랜드로 새롭게 리뉴얼한 수집미학의 창업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흩어진 취향을 모아 시간의 축적으로 자신을 규정한다’는 철학 아래 향과 오브제를 통해 실험적인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평소 가장 많이 들여다보는 오노 요코의 사진집.

평소 가장 많이 들여다보는 오노 요코의 사진집.

제품의 라벨, 패키지 샘플까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제품의 라벨, 패키지 샘플까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는 김나영 디렉터의 인스퍼레이션 보드.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는 김나영 디렉터의 인스퍼레이션 보드.



수집미학의 리브랜딩 작업

수집미학은 개인적인 영감과 취향에서 출발했지만,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정체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소비되는 속도는 너무 빠른 현실에 회의감을 느끼던 중 로우클래식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됐고, 그것을 계기로 올해 로우클래식 산하 브랜드로 합류했다. 앞으로 수집미학은 ‘수집’의 철학을 이어가되 프래그런스를 중심으로 공간, 오브제, 이미지로 확장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작업자로서의 역할

전반적인 브랜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신제품 개발과 콘텐츠 기획 등 거의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 결국 브랜드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팀과 함께 그 그림을 구체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향을 구체화하는 작업

현재 수집미학엔 3가지 향 제품이 있다. ‘정물화로부터’라는 이름의 ‘From Still Life’는 사물을 켜켜이 쌓아 올린 정물화처럼 서로 다른 향취인 네롤리, 베티베르, 너트매그가 뒤섞인 향이다. 개성이 강한 노트가 짙은 명암처럼 생동감을 불어넣어주면서 정물화의 고요한 정취를 담고자 했다. ‘New Medicine’은 중세 연금술사의 실험실 속 유리 실린더에 담긴 식물의 이미지에서 착안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식물을 상상하며 향을 만들었다. 맑고 가벼운 식물의 향과 오래된 목재의 향이 어우러지는 제품이다. ‘Gorgeous Nothing’은 기존 프래그런스 시장이 장미 향에 부여했던 인위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장미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한 실험적인 향이다. 인센스, 랍다넘, 파촐리를 넣어 다크하고 스파이시한 장미 향을 완성했다. 시에 제목조차 붙이지 않은 채 시적 의미를 확장해나갔던 에밀리 디킨슨의 시학을 대표하는 표현을 따와 도전적인 의미를 담고 싶었다.


현재 몰두하고 있는 작업

내년 신제품 개발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상반기에는 새로운 향과 함께 향수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하반기에는 수집미학의 감도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방향 제품 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작업 도구

노트와 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 바로 손으로 기록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손으로 쓰는 행위 자체가 생각을 정리하고 기억을 더 오래 붙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내 작업은 언제나 노트 위에서 시작된다.


‘작업자’로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업무에 치이다 보면 여유를 잃고 현실에 매몰되기 쉽다. 그래서 일 년에 2~3번은 짧게라도 꼭 여행을 떠나려 한다. 매일 보던 풍경에서 벗어나 낯선 풍경을 마주할 때 새로운 영감을 만나게 된다. 여행이 어렵다면, 영화를 찾아보며 낯선 세계를 경험하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보고 나면 또 다른 현실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끼곤 했는데, 그 감각은 지금도 내 작업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작업자로서 가지는 가장 큰 자부심

내가 디자인한 제품이 사랑받을 때, 브랜드가 멋지고 독보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기획한 콘텐츠가 좋은 반응을 얻을 때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낀다. 보여주기 위한 트렌드 추종이 아니라, 내가 정말 의미 있다고 느끼는 것을 꾸준히 쌓아가야 브랜드의 고유한 무드와 감도가 흔들리지 않는다고 믿는다. 결국 진정성이 담긴 작업만이 사람들에게도 오래 남고 스스로에게도 후회 없는 결과를 남기는 것 아닐까? 앞으로도 진정성을 가지고 수집미학이라는 브랜드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





주얼리 디자이너 & 브랜드 ‘브릴피스’ 헤드 디렉터의 책상, 이승주

올해 11년 차 주얼리 브랜드 브릴피스의 헤드 디렉터. 영상 디자인을 전공하고 의류 쇼핑몰에서 주얼리 제품의 셀렉부터 촬영, 편집 등 전반적인 과정을 담당하며 나만의 주얼리 브랜드 론칭을 꿈꾸게 됐고 브릴피스를 론칭했다. ‘Change is Brilliant’라는 슬로건 아래 유행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주얼리를 만든다.

제품 디자인을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

제품 디자인을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

세공부터 몰딩까지 섬세함을 요하는 이승주 디렉터의 작업.

세공부터 몰딩까지 섬세함을 요하는 이승주 디렉터의 작업.

샘플로 제작 중인 주얼리 제품들.

샘플로 제작 중인 주얼리 제품들.



브릴피스가 추구하는 방향성

의류 쇼핑몰에서 한창 주얼리를 담당했을 때, 소위 말하는 ‘잘 팔리는 제품’을 가져와 팔아야 한다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다. 결국 돈을 벌어야 하니까. 브릴피스를 준비하면서는 그 명제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다른 데서 살 수 있는 주얼리를 굳이 내가 또 만들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브릴피스를 론칭하는 데 중요한 중심축이 됐다. 그 축을 토대로 시간이나 유행에 구애받지 않고 존재의 가치를 지닌 제품들을 브릴피스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브릴피스가 선보인 유일한 아이템

‘주얼리’ 하면 보통 귀고리, 반지, 팔찌를 떠올릴 텐데, 난 주얼리는 온몸에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네일 아트를 즐겨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걸 보고 네일 아트 숍과 협업해 손톱 바로 밑에 착용할 수 있는 ‘네일 링’을 출시했다. 소비자에게 너무 생소한 형태의 주얼리가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반응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듯 매번 새로운 형식의 주얼리는 어떤 것이 있을까를 고심하게 된다.


평소 작업하는 방식

브릴피스에서 출시될 모든 제품의 샘플은 모두 내가 직접 만든다. 우아한 스타일, 귀여운 스타일 등 특정한 틀을 정해두지 않고 디자인 작업에 들어간다. 만약 하트 형태를 모티프로 디자인 작업에 들어간다면 ‘귀여운 스타일’에 맞춰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하트라도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표현 방법을 고심하는 식이다. 샘플이 완성되면 매일 아침 거래처에 나가 제품 양산을 위한 여러 작업을 맡기고, 완성된 제품은 검수부터 포장까지 마무리 과정을 일일이 체크한다.


‘작업자’로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다른 주얼리 제품을 보지 않는 것. 타 제품을 보면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무심결에 비슷한 무드가 반영되는 때가 있고, 생각이 되레 차단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대신 미술 작품이나 건축물,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요소에서 영감을 받는 편이다.


현재 몰두하고 있는 작업

브랜드를 10년 넘게 운영하다 보니, 대단한 노하우는 아니더라도 경험에서 차근차근 쌓아온 것들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브랜드 시작을 꿈꾸는 이에게 내가 느꼈던 어려운 점, 그걸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구상하고 있다. 작은 브랜드를 위한 워크숍은 브릴피스라는 브랜드가 앞으로 확장할 수 있는 또 다른 영역이 될 거라 생각한다.


작업자로서 가지는 가장 큰 자부심

내가 하고 싶었던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했고, 그렇게 브릴피스가 탄생한 지 11년이 됐다. 한동안 내가 이룬 것은 뭘까 하는 마음에 번아웃이 온 시기가 있었는데, 돌아보니 11년이라는 시간이 내게 남긴 것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됐다. 결국 브릴피스를 통해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은 셈이다.

Credit

  • Editor 천일홍
  • Photographer 이예지
  • Digital designer 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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