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등단! 지금 주목해야 할 여성 작가는 누구?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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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등단! 지금 주목해야 할 여성 작가는 누구?

젊은작가상의 심사위원단은 “압도적인 기세와 풍채를 자랑하는 대상 수상작을 비롯해 세대와 젠더, 역사와 재현, 노동과 사회, 현실과 환상을 가로지르며 전개되는 창의적인 작품들”이라 평하며 여성 작가의 기세에 힘을 보탰다. 이미상, 김멜라, 성혜령, 이서수, 정선임, 함윤이, 현호정. 시대가 주목하는 젊은 여성 작가 7인의 찬란한 기록.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3.04.10

함윤이

202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되돌아오는 곰〉으로 등단했다. 〈규칙의 세계〉 〈강가/Ganga〉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수상 소감
젊은작가상 수상은 전혀 기대도 못 했던 일이라 그저 놀라워하고 있다. 상이나 칭찬을 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기쁘고 자랑하고픈 마음 역시 함께 있다. 〈자개장의 용도〉는 오래 쓰고 고치길 거듭했던 소설이라, 이렇게 여러 사람에게 소개해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수상작 〈자개장의 용도〉
생생한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어디로든 갈 수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자개장의 ‘규칙’에 대한 꿈을 꾼 뒤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다만 꿈은 도화선일 뿐, 오래도록 내 안에 묵혀 있던 여러 장면과 감정이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할머니의 집에 있던 자개장, 20대 초반에 겪었던 애틋한 관계들,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던 마음과 실제 돌아온 뒤의 감상 등이 소설의 몸을 만들었다.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여정
10대 때부터 스스로 소설가라고 생각했다. 꾸준히 소설을 썼고, 이 행위를 중시하는 사람이니 ‘이만하면 나도 소설가’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소설가가 내 직업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소설로만 먹고살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게 된 건 여러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한 사람의 몸으로 살면서 여러 삶을 살려면 탐정 아니면 작가가 되는 방법밖에 없다고 깨달았다. 앞으로 글을 쓰면서 살아야겠다고 확신했다.
 
나를 작가로 키운 어린 시절의 책
시공주니어 출판사의 동화 시리즈와 웅진 출판사가 낸 〈비주얼 박물관〉 시리즈. 특히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지금의 나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로알드 달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에리히 캐스트너처럼 어딘가 심술궂지만 아름다운 모험 소설을 쓰는 작가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한다.
 
눈여겨보는 여성 작가의 작품
정말 너무 많지만, 아주 좋아하는 한국의 소설 몇 권을 말해보자면 배수아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박솔뫼 〈머리부터 천천히〉, 한유주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황정은 〈백의 그림자〉. 근래에는 이미상 작가의 〈하긴〉을 읽고서 큰 충격을 받았다. 뒷산 정상에라도 올라가 “이거 진짜 좋다!”라고 외치고 싶었다.(웃음)
 
한국에서 여성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
오랜 시간 ‘여성’ 혹은 ‘여성됨’에 대해 곱씹었다. 한때는 내가 여성이란 게 아주 중요하게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여성이라는 게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라기도 했다. 여성인 게 수치스럽지만 만족스럽고, 기쁘다가도 곤란하다. 그러니 난 ‘여성’과 ‘여성됨’을 계속 생각하며 의미화하는 셈이고, 그것이야말로 여성으로 사는 것의 핵심인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로서 가지는 책임감
젊음이란 무엇인가 꾸준히 궁금해하고 있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질문을 받고 생각한 건 책임감과 포부를 피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는 것이었다. 나의 신체와 소설로 세상에 참여하고, 그 일부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살자고.
 
무언가를 떠나지 않도록 보존하는 것. 자개장에는 그런 용도도 있다.
〈자개장의 용도〉
 
 

성혜령

2021년 단편소설 〈윤 소 정〉으로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수상 소감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문예창작부 학생일 때부터 매년 사서 모으던 책이다. 그런 책에 내 작품이 실린다고 하니 얼떨떨하고 신기했다. 사실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수상작 〈버섯 농장〉
어렸을 때 비닐하우스를 집처럼 꾸며놓은 곳을 놀러 간 적이 있다. 아버지 친구분이 별장처럼 사용하시던 곳이었는데, 집 같지만 집 같지 않은 곳이었다. 여기에서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하며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번 소설을 쓰며 두 여자 친구의 로드 무비처럼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두 친구가 용감하게 낯선 장소에 들어가고, 예상치 못한 사건을 겪으며 이전과 달라진 채로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변화가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소설 속 또래의 여성 화자들
어렸을 때도 지금도 친구가 많지 않은데, 그래서 그런지 친구가 생기고 관계가 쌓이다가 또 멀어지기도 하는 과정이 사람마다 내게 궤적을 남기는 것 같았다. 가깝고 또 멀어진 과정을 모두 겪은 내 또래의 여자 친구들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여정
고등학교 1학년 때 다리에 암이 생겨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 치료와 수술로 대학을 3년 늦게 간 탓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때 소설을 읽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간이 참 좋았다. 이야기가 있어야 시간을 견딜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문예창작과에 진학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나를 작가로 키운 어린 시절의 책
중학교 2학년 즈음 〈무진기행〉을 처음 읽었고 충격을 받았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완벽하다고 느꼈다.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은 초등학생 때 엄마가 읽던 소설을 뜻도 모르고 따라 읽으면서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다양해지는 여성 서사 문학
한국문학대계’라고 1910년대부터 10년대로 끊어 대표 작가와 소설을 10권씩 묶은 전집을 일부 소장하고 있는데, 이전의 소설은 대부분 남성 작가의 것이 많다. 남성은 세상에 대한 고민을 하고, 여성은 생계를 책임지거나, 돈을 밝히며 남성에게 ‘바가지’를 긁는 역할로 그려지는 경우가 꽤 많다. 여성 작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만이 계속 반복되겠지. 여성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가 세상을 보는 더 많은 창구가 생기는 셈이니까.
 
소설을 쓰며 배우게 되는 것
소설을 쓰는 중에는 괴롭다고 생각하지만, 후에 내가 쓴 소설을 보며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때 내 세상이 이 정도였구나. 이 문제가 중요했구나. 이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못했구나. 내 한계를 바라보며 조금씩 좁았던 마음을 늘리는 법에 대해 배우게 된다.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로서 가지는 책임감
책임감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웃음) 그저 계속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오래 쓰고 싶다. 포부라면 이야기를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내가 쓴 이 세계에 잠시 빠져들어 무언가를 느끼고 공감해주신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진화의 증오는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기진은 가끔 진화에게 진심인지 묻고 싶었다.
〈버섯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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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eature Editor 천일홍
    Photographer 창기평
    hair 탁연지
    makeup 김지아
    art designer 김지은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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