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비혼이지만 아이는 낳고 싶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알콩달콩 살고 싶은데, 사랑하는 사람은 없고 아이는 낳고 싶다? 그래서 사유리는 자발적 비혼 출산을 선택했다. 한 개인의 결정이 우리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고, 그 여파는 꽤 거세다.

BYCOSMOPOLITAN2021.01.14
 
몇 년간의 이혼소송을 끝낸 친구 K가 재혼 얘기를 꺼냈을 때 티는 안 냈지만 조금 뜨악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결혼을 또 하고 싶다고? 한 번도 힘든데, 그걸 두 번이나? 이유는 간단했다. “애 낳고 싶어. 그 아이를 같이 잘 키울 수 있는 좋은 아빠가 될 남자를 만날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의 엄마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에게 결혼 말고는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TV 채널을 돌리다 30대 후반의 연예인 부부가 출연하는 관찰 예능을 보게 됐다. 임신 가능 여부를 걱정하던 아내는 병원에서 자궁 나이가 25세임이 밝혀지자 환호했다. 자궁에 생긴 낭종 제거 시술이 끝난 뒤 그녀가 수면 마취에서 깨어 비몽사몽인 상태로 남편에게 “오빠, 괜찮아. 나 자궁 25살이니까”라는 한마디를 내뱉는 바람에 일순간 웃음이 터졌다. 이 두 사례에는 30~40대 여성의 고민이 담겨 있다. 그 고민은 결혼의 목적, 나이에 따른 출산 가능성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 2가지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한 사건이 있었다. 방송인 사유리의 비혼 출산. 소위 말하는 ‘정상 가족(법률혼으로 맺어진 이성애자 남녀와 이들이 낳은 미혼 자녀로 이뤄진 가족 형태)’ 출산이 아니기에 파장이 컸고, 그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사유리는 개인 유튜브를 통해 4년 전부터 난자를 보관했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았고, 41살이 되자 생리량이 눈에 띄게 줄어 산부인과 검사를 해보니 자궁 나이가 48살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지금 당장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해 시험관 시술을 해야 하나, 아이 갖는 것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2가지 모두 두려웠다.  결국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본의 정자은행에 전화해 싱글맘이 되는 것을 택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본인의 선택이 이기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으며, 그에 따르는 비난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성의 낙태를 권리로 인정하듯 출산 역시 권리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은 왜 임신보다 결혼을 두려워하게 됐나? 자발적 비혼 출산이 괴짜 같은 한 여성의 특별한 선택으로만 볼 수 없다. 
 
사유리의 출산에 비난과 우려를 표하는 대다수의 사람은 아빠가 없는 아이의 삶을 생각하지 않은 처사라고 말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돌아보자. 사고가 아닌 절차에 따라 결혼하고, 부모가 돼 자식을 낳았다 치자. 부모가 자식에게 보여주는 사랑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와 별개로 자식의 입장은? 내 의지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있을까? 이기적이라고 비난받아야 할 건 그렇게 둘이 좋아서 아이를 낳아놓고 육아와 양육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이지, 혼자서도 아기를 낳아 잘 키워보겠다는 사유리 같은 사람이 아니다. 또한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의 행복을 의심하거나 불안정한 정서를 갖게 될 거라 단정 짓는 것도 경솔하다. 이혼 후에도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인 ‘배드파더스’, 해마다 증가하는 아동 학대 신고 건수 등은 정상 가족만이 능사가 아님을 증명한다. 오히려 더 행복할 수도 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박남철 이사장은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통해 아기를 낳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임신과 출산의 조건이 잘 갖춰진 이들이며, 부작용도 더 적다. 또 가정의 양육 조건이 좋아 아이들이 사회 적응도가 높고 더 잘 성장한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런 까닭에 한국에서는 비혼 출산이 불가능한 것과 달리 일부 선진국에선 비혼 여성도 자발적 선택으로 출산이 가능하도록 배우자가 아닌 사람의 정자로 수정할 수 있는 것이 합법적이다. 사회적인 시선도, 그에 따른 복지도 인색하지 않다.  여기에서 또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점은, 여성이 임신과 육아를 할 때 남성과 함께하는 것이 최상의 결과를 낳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트너로서 남성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고, 여성은 점차 결혼을 회피하고 있다. 덩달아 출산마저도 비혼 출산을 택하게 될 여지가 많아졌다. 이런 시각은 사유리의 자발적 비혼 출산을 지지하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도, 나이 때문에 아이를 낳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도 그저 개인의 독특한 성향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12월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 한 남성 의원이 법 개정 관련 위원에게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여성들의 의견은 알겠으나 남성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질의한 의원은 낙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걸 강조한 것이라 했으나, 낙태죄를 바라보는 남성적인 시각의 한계는 명확해 보인다. 낙태와 임신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한,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질서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결혼 제도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사람은 더욱 많아질 것이며, 한 부모 가정은 사회와 단절되거나 소외될 것이 자명하다. 비혼자들이 점차 더 늘어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하고 변해야 할 때다. 사람들은 왜 임신보다 결혼을 두려워하게 됐나? 사유리의 자발적 비혼 출산을 괴짜 같은 한 여성의 특별한 선택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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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전소영
  • Art Designer 김지은
  • Illustrator Getty Images
  • 기사등록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