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이돌 산업을 다시 보게 해준 웹 예능. 1990년대생 여성 PD 2명의 기획에서 탄생해 〈숨듣명 콘서트〉로 지상파에 진출하기까지 수많은 유행과 유행어를 배출했으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문명특급〉의 콘텐츠는 지상파 예능 콘텐츠와 미디어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정도다. ‘숨어 듣는 명곡’ 코너는 10년 전 노래 가사에 왜 우리 모두 공공연히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는지, 길티 플레저의 정체는 무엇인지 양지로 끌어와 놀이처럼 즐기도록 하는 영리한 기획을 보여줬다. 1990년대생들의 추억을 소환하기에도 충분하며 차트 역주행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최근 진행하는 코너 ‘백쪼의 호수’는 아이돌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매력을 이끌어내 이전과는 좀 다른 ‘입덕’ 포인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나르샤의 ‘삐리빠빠’ 가사를 전격 해부하고, 선미가 자신이 직접 작업한 무드보드를 공개하는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화제가 된 건 지금 한국 콘텐츠 산업에서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상징적인 일이다.
모두가 욕하면서도 끝내 본방 사수하고야 말았다. 불륜을 당해도 어딘지 우아한 여성과 딴 여자랑 결혼해 놓고 전 부인을 못 잊는 불륜남, 뻔뻔해서 더 예뻐 보이는 상간녀가 등장하는 이 삼각 구도가 어찌 중독적이지 않을 수 있었을까? 매회 고구마와 사이다를 오가는 명대사가 쏟아졌고, 방영일 밤마다 SNS가 실시간 채팅창처럼 온통 드라마 얘기로 도배됐다. 〈부부의 세계〉는 불륜을 다룬 드라마가 2020년에도 여전히 클래식이란 걸 보여줬다. 다만 〈부부의 세계〉는 자극적인 외피를 둘렀지만 이야기의 골자는 끝까지 현실적이었고, 리메이크 드라마로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모완일 PD가 TV 부문 연출상, 김희애가 TV 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작년 송가인을 탄생시킨 〈내일은 미스트롯〉의 후속작, 〈내일은 미스터트롯〉으로 올 상반기 전국이 그야말로 들썩거렸다. 결승전 시청률이 35.7%를 넘기며 역대 예능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니 말이다. 마지막 시청자 문자 투표에는 700만이 넘는 표가 몰리며 개표가 지연돼 장장 3시간 30여 분의 방송 끝에 최종 발표를 미루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극장판 〈미스터트롯: 더 무비〉가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 10만을 훌쩍 넘었고, 후속 예능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 역시 15%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여진도 만만치 않다. 광고계도 덩달아 들썩거렸다. 최종 우승자인 임영웅은 물론 2위 영탁, 3위 이찬원 등이 각계의 광고를 줄줄이 꿰차며 ‘영탁 막걸리’가 돌연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정관장 ‘굿또배기’가 품절 대란 사태를 겪기도 했다. 한편으로 〈내일은 미스터트롯〉 덕분에 트로트는 기성세대의 한물간 유행에서 전 국민이 따라 부르는 대중적 문화로 저변을 확장했다.
마지막 시청자 문자 투표에는 700만이 넘는 표가 몰리며 개표가 지연돼 장장 3시간 30여 분의 방송 끝에 최종 발표를 미루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올 한 해 극장가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470만 관객을 넘긴 영화다.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10·26 사건을 다뤘는데, 동명의 논픽션을 토대로 당시 상황과 역사적 맥락을 담백하게 전달했다는 평을 받는다. 〈달콤한 인생〉과 〈내부자들〉에서 누아르와의 궁합을 인정받은 배우 이병헌이 김재규를 대변한 인물 ‘김규평’ 역을 맡아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줬고,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에 이어 장르 영화 연출력으로 또 한번 호평을 받았다. 제4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으며, 부일영화상에서 이병헌과 이희준이 각각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얼마 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출품할 한국 영화 대표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뉴스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공급자가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했다는 팟캐스트 및 유튜브 채널 〈듣똑라〉. 2019년 아이튠즈 인기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후 올해도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했다. 현재 팟빵 구독자 수 2만, 유튜브 구독자 수 25만을 넘어섰다. 기성 언론이 사건에 대해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고 저마다 편파적인 관점에서 보도를 하는 일이 많았다면, 〈듣똑라〉는 한 사안에 대해 전문 게스트를 섭외해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맥락을 모두 심도 깊게 짚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박사나 〈문명특급〉의 홍민지 PD, N번방을 최초 보도한 추적단 불꽃 등 2030 여성들 사이에서 특히 화제인 게스트를 골라 섭외하는 것도 인기의 이유다. 유튜브에서는 올해 들어 2030 젊은 층에서도 주식이나 부동산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금융 투자나 돈 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한 것과 맞물려, 이현 기자와 이지상 기자가 진행하는 경제 상식 코너 ‘워니’ 시리즈가 큰 반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