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되기 시작한 2002년 이래로 1위를 차지한 식당은 현재까지 총 6곳인데, 그중 5번(2010~2012, 2014, 2021)을 노마가 차지했다. 이는 가장 많은 횟수이며, 그 뒤를 잇는 레스토랑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 연속 1위에 랭크된 스페인의 전설적인 레스토랑 엘 불리(El Bulli)다. 연대기적으로 볼 때 현대 미식 트렌드의 어떤 공식을 만든 것은 엘 불리 그리고 그 공식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것은 노마라고 봐도 무방하다.
어린 시절 엘 불리에서 무급 견습생으로 일한 적이 있던 르네는 분자 단위의 물리·화학적 작용을 기반으로 주방을 일종의 실험실로 간주했던 엘 불리의 핀셋 미식의 기본적인 형식을 잇되 여기에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담았다. 노마의 철학은 산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제철 음식을 즐기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유토피아적이며 생태학적인 입장에 근거한다. 물고기를 낚는 어부가 행복해야 그 요리를 먹는 내가 행복하고, 그리고 이 행복과 행복이 만나 더 많은 사람이, 더 나아가서는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인식 전개. 르네는 여기에 더해 그 이전 선배 세대의 셰프들이 굳이 에둘러 숨겨왔었던 불편한 지점들을 하나씩 수정해나가고자 했다. 이는 미식이 선사하는 경험적이며 감각적인 아름다움은 윤리적인 실천까지도 포괄할 때 완전해진다는, 마치 잘 다듬어진 하나의 선언문같이 다가왔다.

엘 불리와 마찬가지로 노마도 역시 주방을 일종의 실험실로 간주했는데, 그 접근법은 완전히 달랐다. 엘 불리의 실험실이 차갑고 실험적인 미래주의적 미학을 취했다면, 노마의 접근 방식은 마치 나의 할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에서 풍기는 시큼한 냄새와 정감 있는 시골 풍경을 북유럽풍의 미니멀리즘과 결합시켜 파리 패션 위크의 런웨이를 장식하는 스트리트 패션의 유행과도 같이 재구축해냈다. 노마가 발간한 요리책 〈The Noma Guide to Fermentation〉(2018)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노마는 단순히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이 아니라 전 세계에 자가 발효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데 공헌한 일종의 문화 아이콘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마의 영광이 빛을 발하면 발할수록 그에 드리우는 명암도 짙어졌다. 노마가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주가를 올리던 시기에 노마에서 일했던 스태프들은 르네의 주방에서 벌어지곤 했던 폭력적인 행위와 무급 인턴에게 할당된 살인적인 노무를 폭로했다. 이에 대해 르네는 2015년 자신의 동료이자 셰프인 데이비드 장이 창간한 〈러키 피치(Lucky Peach)〉 매거진에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 자조적이며 성찰적인 글 ‘주방의 문화(Culture of Kitchen)’를 게재하고 폭력과 비하로 얼룩진 주방 문화를 개선해나갈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여기서 이렇게 적었다.“나는 내 셰프와 다른 셰프들이 괴롭힘과 수치심을 이용해서 요리사들로부터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이것이 내가 요리를 배운 방식이었고, 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다음 해인 2021년 노마는 다시 한번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순위에서 1위에 올랐는데, 수상 연설 연단에 오른 르네는 자신이 원하는 다음 목표는 노마가 “직장으로서도 세계 최고”가 되는 것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르네의 고백과 선언에도 불구하고 노마의 명성을 따르며 전 세계에서 모여든 견습생들을 무급으로 부려먹는 관행은 계속됐으며, 이 불편한 진실은 2022년 6월 코페하겐 요식업계의 적나라한 진실을 파헤친 탐사 기사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실리며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노마는 2022년 10월부터 견습생들에게도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를 2023년 초로 변경했고, 2023년 1월이 되자 더 이상 식당 운영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돌연 2024년 말 폐업을 선언했다.

“르네가 지난주 노마가 내년 말에 문을 닫고 윌리 웡카(Willy Wonka) 스타일의 푸드 랩이자 팝업 레스토랑 인큐베이터인 노마 3.0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걸 ‘요리계에 충격파를 보낼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요식업계에 종사하는 내 관점에서 보면 이건 은수저가 푹신한 식당 카펫에 떨어질 때 나는 부질없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반문했다. “34명의 요리사에겐 월급을 주고, 훨씬 더 많은 일을 하는 30명의 인턴을 공짜로 부려먹으며 20년을 운영해놓고 이제 와 앓는 소리를 하다니. 이거 염치없는 이야기 아닌가?”
노마의 성공과 폐업 선언은 세계적인 레스토랑이나 요리사들 그리고 경쟁적으로 세계 최고의 미식 레스토랑을 찾아 순례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일종의 교훈을 준다. 그 교훈은 바로 진정한 성공은 높은 평가와 세계적인 명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지속 가능한 가치와 윤리적인 기준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혀끝과 위장의 쾌락이 타인의 고통에 근거한 것이라면? 수전 손태그는 그녀의 유작으로 남은 〈타인의 고통〉(2004)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통의 가시성을 증가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고통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인식하고 그 고통을 완화하려는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식이 선사하는 값진 경험은 타인의 고통에 기반하지 않고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일까? 노마의 폐업 선언을 ‘미식의 종말’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문제로 확대해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