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스모폴리탄〉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중 48%가 인생의 최대 목표로 ‘커리어’를 꼽았다. 반면 ‘사랑’이 목표라고 대답한 사람은 12%에 불과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세상 사람 절반은 당장 사랑보다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인생의 3분의 2 가까이를 보내는 직장에서 일도 하고 사랑도 찾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실은 애인 따로 둔 채 순진한 오피스 와이프를 찾는, 양심에 털 난 품절남들뿐(반품이 시급하다). 게다가 직장에서 전쟁을 치른 뒤 알량한 자존심만 남은 빈 껍데기 같은 영혼으로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기란 왜 그리 어려운지. 인생에서 직장을 빼고 한밤중만 남은 삶에 사랑으로 쨍하게 볕 들 날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우리에겐 단순한 사랑 말고 현생과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감정이 필요하다. 요즘 어느 드라마에서 비롯한 ‘추앙’이라는 생경한 단어가 급기야 사람들의 입말에 수시로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그거야말로 우리에게 알맞은 사랑의 모습이라서가 아닐까? 앙금 없이 좋아하고, 간섭 없이 응원하는 마음. 상대방의 마음을 간 보며 자존심 내세우지 않는 태도. 실은 오래전부터 ‘덕질’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공공연하게 했던 행위다. 상대의 행보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며 응원하고, 물심양면 지원하고, ‘주접 댓글’로 웃겨주는 일련의 행위. 그 마음이 내게 꼭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 이게 ‘요즘 것들’의 새로운 사랑 방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