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같은 여자라서 괜찮다구요? 혐오가 아니라, 그 반대라서 더 고민이야!

이건 동성애에 반대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다. 동성애 성향을 가진 친구에게 겪었던 당황스러웠던 순간들.

BYCOSMOPOLITAN2021.11.18
얼마 전 방영된 〈술꾼도시여자들〉에서 고등학생 담임인 주인공 ‘강지구’를 짝사랑한 고등학생 ‘세진’이 고백과 함께 기습 뽀뽀를 했다. 댓글 창에선 한바탕 토론이 벌어졌다. 주제는 동성애가 아니었다. 동성애 문제를 떠나 저런 행동은 그냥 무례하고 불편한 행위 아니냐며. 성별이 바뀌었으면 성추행이었을 거란 이야기였다. 물론 드라마 전개상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탄생한 씬이겠지만, 사제지간에 동의 없는 스킨십이 일어났다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꽤 많았다. 자신도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다며 썰을 풀어놓는 유저들도 속출했다. 동성애자가 고백하는 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게 갑작스러운 스킨십을 해도 된다는 이야긴 아니다. 그래서 코스모가 물었다. 친구라서, 지인이라서 분노나 불편함보단 당황스러움이 앞섰던 순간들.  
 
 
누가 성 정체성에 쿨함을 따지죠?  
유학하다가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온 친한 동생을 만났어요. 워낙 아꼈던 동생인 터라 1차 술자리에서 그냥 일어나긴 아쉬웠죠. 몇 년 만에 만나 회포도 더 풀 겸 동생의 집으로 향했어요. 집 소파에 함께 앉아 술을 먹는데 갑자기 동생이 대뜸 고백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자긴 양성애자였다면서요. ‘그렇구나’ 하고 말았죠. 그 뒤로 갑자기 유학에서 여자를 사귀게 된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흥미롭게 들었어요. 근데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갑자기 절 지그시 바라보더니 대뜸 키스하더군요. 너무 당황해서 몇 초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머리가 하얘지더군요. 몇 초 뒤 정신을 차리고 얼른 밀어냈죠. 그러니 ‘언니, 요즘은 양성애자가 쿨한 거야. 여자랑 키스하는 게 얼마나 좋은데’라는 운을 떼곤 미안한 기색도 없이 양성애자로 살아서 좋은 점을 늘어놓더군요. 저보고 양성애자로 살아보는 게 어떻겠냐면서요. 이게 말인가요, 막걸린가요? 언제부터 성 정체성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였던 거죠? 양성애자가 무슨 유행도 아니고, 오히려 그들에 대한 무시로 느껴지더군요. 기분이 너무 나빠져서 그냥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던 기억이 나요. 물론 그 친구와의 연락도 끊었고요. HJM / 30세
 
 
선 스킨십, 후 고백 이게 맞나요?  
저는 이성애자지만 살면서 동성인 친구들에게 고백을 몇 번 받아봤어요. 특히 고등학교 때요. 여고를 나왔는데 전 그때 배구부였어서 키도 다른 친구들보단 좀 큰 편이었고 머리를 늘 짧게 자르고 다녔어요. 고백까진 아니더라도 후배들이 멋있다며 응원을 오는 경우도 많았죠. 어느 날, 같은 배구부 친구네 집에서 놀다가 잠을 자게 됐어요. 한 침대에 누워 저는 벽 쪽을 보고 자고 있는데, 친구가 갑자기 제 티셔츠 안으로 손을 넣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벌떡 일어났죠. 뭐 하는 거냐고 화를 냈더니 갑자기 울면서 절 오랫동안 좋아했다고 고백을 하더군요. 저도 같은 마음인 줄 알았다며 우는데, 그때는 그냥 너무 울길래 달래주다가 다시 재우고 말았죠. 배구부 내에서 가장 친한 친구였어서 잘해준 것뿐인데, 그걸 착각한 것 아니었나 싶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한마디 따끔하게 할걸 그랬어요. 너의 마음이 어떻든 상대방 동의 없이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요. 전 그 뒤로 잘 때 누가 건드리면 깜짝깜짝 놀래는 버릇이 생겼거든요. 저도 뭐라 하기엔 너무 어렸던 거죠. JHY / 33세  
 
 
남자가 아닌 게 다행이라고?  
몇 년 전,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했을 때였어요. 낮에 친해진 사람들과 함께 누군가의 작업실에서 술을 왕창 먹었죠. 너무 취해서였을까요? 작업실 한쪽에 매트리스가 있길래 머리가 아파 잠깐 쉰다고 하고 그곳에 누웠죠. 이미 첫차가 다가올 시간이 되어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골골대며 졸고 있었고요. 알람을 맞춰두고 한숨 자려고 하는데, 낮에 처음 봤던 친구가 내 옆으로 와 눕더군요. 같이 눕자며 얼른 자리를 비켜줬죠. 다시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나랑 섹스할래?”라고 묻더군요. 순간 놀래서 아무 대답도 못 하고어버버버하다가 나는 이성애자라고 미안하다고 겨우 한 마디를 꺼냈죠. 그러더니 그 친구가 “내가 남자가 아닌 게 다행이지?”라며 씩 웃는데 소름이 끼쳤어요. 협박도 아니고, 이게 대체 무슨 소리죠? 상황 파악이 안 되어서 몇 시간 동안 그 매트리스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긴장하며 누워있었던 기억이 나요. 알람이 울리자마자 자다 깬 척하고 그 자리를 후다닥 도망 나왔죠. 아직도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KMS / 27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