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고 하와이 여행 다녀왔다!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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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고 하와이 여행 다녀왔다!

포틀랜드 거주자의 진짜, 레알, 하와이 여행기.

김혜미 BY 김혜미 2021.06.15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어섰다. 내가 살고 있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에는 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마스크를 쓰고 마주오는 사람을 피해 멀찍이 걷던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주요 공항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차 렌트 가격이 폭등했다는 뉴스가 연일 쏟아진다.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트리는 것 같아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조심하지 않는 건 아니다.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많고 거의 모든 매장, 레스토랑에서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백신을 맞은 미국 친구들이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약속이나 한듯 하와이로 떠나기 시작했다. 하와이는 코로나가 시작되던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주지사가 나서서 하와이로의 여행 계획을 미뤄달라 호소했고 많은 호텔이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하와이 도착3일 이전에 코로나 테스트 결과를 마치고 주에서 만든 사이트에 가입해 건강 기록서를 완료한 이들에게만 땅을 밟을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잘 관리되고 있다면 나도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하와이는 모두가 원하는 여행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으니 더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호텔에서의 일주일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의 호텔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와이키키에 일렬로 늘어선, 관광객으로 빼곡한 호텔이 아닌 오아후 서부에 홀로 섬처럼 떨어져 있는 포스즌스 리조트 오아후 코올리나(Four Seasons Reasort O’ahu at Ko Olina) 말이다. 모두에게 오픈된 비치가 아닌, 호텔 투숙객에게만 허락되는 프라이빗 비치가 있어 이 시국의 여행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호텔에서의 하루는 이른 아침, 비치 앞에서의 요가 수업으로 시작된다. 파도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요가를 하고 천천히 브런치를 즐긴다. 샤워를 하고 내려와 세 개의 수영장 중 하나를 골라 자리 잡고 비치를 넘나들며 수영을 한다. 선베드에 누워 칵테일 한 잔을 들이키면 어김없이 낮잠에 빠져든다. 뜨거운 해가 가라앉는 시간이면 하와이 최고의 스타 셰프, 마이클 미나가 운영하는  ‘Mina’s fish house’가 문을 연다. 테라스에 앉아 샤도네이 한 잔을 주문하고 바다 위에서 스노클링, 패들 보드를 하며 각자의 오후를 만끽하는 행복한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해가 어스름 기울기 시작하면 레스토랑 ‘ Noe’로 건너간다. 매일 다른 메뉴로 오감을 깨우는 이탈리안 코스 요리를 즐기다 보면 하와이의 하루는 야속할 만큼 짧기만 하다. 믿을 수 없다. 벌써 하와이에서의 일주일이 지났다니!
 

바다와 선셋
일주일의 호캉스를 끝내고 와이키키 비치를 찾았다. 와이키키 특유의 젊고 활기찬 모습 그대로다. 이 장면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하지만 오랜 시간 머물기에는 예상대로 사람이 너무나 많다. 매해 찾는 맛집을 건너뛰고 조용한 동쪽과 북쪽의 비치로 향했다. 라니카이 비치, 와이메아 비치는 확실히 사람들 사이의 일정한 거리가 지켜지고 있었다. 다음은 최종 목적지로 향할 시간. 거대한 지층으로 만들어진 절벽과 바다가 맞닿은, 관광객들에게는 아직 미지의 공간인 차이나 월스(China Walls)가 그 주인공이다. 작살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들고 나오는 깡마른 소년과 긴 머리를 휘날리며 거침없이 바다로 뛰어드는 소녀들이 마치 프랑수아 오종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우러진다. 바다 수영을 하며 태평양의 이름 모를 물고기를 구경하다 보면 사람들이 하나 둘 더 모이기 시작하는데 그건 아름답기로 유명한 하와이의 선셋이 시작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노을이 완전히 사라져 깜깜한 밤이 될 때까지, 그렇게 한참을 바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걸어서 더 깊숙이
하와이에서 트래킹 코스가 빠지면 섭섭한 일이니 다음날은 무작정 걸어보기로 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다이아몬드 헤드를 피해 선택한 트래킹 장소는 메일리 필박스(Maili Pillbox)코코 헤드(Coco Head)다. 오아후 서부에 위치한 메일리 필박스는 정상에 있는 핑크 벙커 때문에 일명 핑크 필박스로도 불린다. 정상에 도착해 핑크 벙커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오아후의 전경을 내려다봤다. 경계선이 없는 하늘과 바다, 그림 같은 장면에 압도되어 한참을 말을 잃었다. 키 큰 나무들이 입구에서부터 반겨주는 코코 헤드는 영화 〈쥐라기 공원〉, 〈헝거 게임〉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원시적인 느낌의 정글 숲으로 이뤄진 트래킹 코스를 40분쯤 걸어 들어갔을까. 엄청난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폭포가 나타났다. 바위에 누워 올려다보니 나무와 폭포와 하늘이 하와이의 햇살을 받아 조화롭게 반짝인다. 가끔씩 부는 바람이 그걸 툭 건드리고 이내 사라진다. 빼곡한 나무에 둘러싸여 홀로 거대한 폭포를 마주하고 있으니 하와이에 오길 참 잘했다 싶다.
 

넥스트 하와이는 미식 투어로
맛집 투어는 패스하리라 마음 먹었지만 숙소 코앞에 자리한 ‘Tonkatsu Tamafuji’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도톰하고 바삭한 정통 일식 돈가스로 소문나 코로나 이전에도 기본 한시간은 기다려야 했던 맛집이다. 예약을 위해 전화를 하니 몇시간 째 통화중이다. 멀지 않으니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갖고 직접 찾으니 역시나 다음주까지 풀예약이라 한다. 아쉬움에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식당 앞에 앉아있으니 마침 예약팀중에 노쇼가 한팀 있다고 들어오라고 한다. “우리에게 이런 행운이!” 작은 공간에 테이블이 붙어 있었던 예전과 달리 테이블 수를 현저하게 줄이고 유리판을 올린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스태프들의 친절한 서비스도, 돈가스 맛도 여전하다. 대식가는 아니지만 이곳에 오면 욕심을 내서 300g을 주문하고 기어코 남기없이 다먹어 내고야 만다.  
손님에게 몇가지 질문을 한 뒤에 주인이 직접 메뉴를 골라주는, 그럼에도 어쩜 그리 내입맛에 맞는 메뉴만 쏙 내어놓나 싶은 태국 레스토랑 ‘Opal Thai’, 장어 덮밥, 로코 모코, 숏립 등 모든 메뉴가 하나 같이 맛있는 ‘Pioneer Saloon’, 현지인들의 포케 맛집인 ‘Ono Seafood Products’는 아쉽지만 이번 여행에서 포기하기로 했다. 시원한 아사히 스무디에 신선한 과일과 하와이 꿀을 잔뜩 올려주는, 한번에 세그릇 아니 네그릇도 먹을 수 있는 ‘da Cove Health Bar and Café’의 아사이 볼을 먹지 않은 하와이 여행이라니… 하지만 코로나가 끝나자 마자 다시 이곳을 찾아야 할 이유가 생겼으니 괜찮다며 하와이의 마지막밤을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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