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이후 줄곧 아침을 깨워주는 건 커피였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나의 모닝 커피 습관은 꽤 견고했다. 적어도 위염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의사 선생님은 “커피와 술을 줄이셔야 합니다” 했고, 나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매일 아침 나를 일으켜주는 힘이자 매일 밤 나를 보듬어주는 친구같던 그들과 멀어져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나는 네고가 가능한지 물었다. “둘 중 하나만 줄여야 한다면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고 싶었고, 선생님은 이런 질문에 익숙한 듯 정확히 대답했다. “빈속에 마시는 커피가 가장 해롭습니다.” 다행인가. 절반의 성공인가. 그 후로 아침 커피는 레몬 물로 대체되었다. 물론 빈속이면 안 되니 적게라도 아침 식사는 꼭 해야 했다.
처음 레몬 물을 시작하게 된 건 디톡스 기사를 접하고 난 뒤였다. 몸 안의 독소를 배출하는 것은 물론 혈액순환에 도움을 줘 에너지를 북돋워 준다고. 비타민도 풍부할 것 같고 톡 쏘는 신맛이 질척대는 잠을 확실히 떼어놓아 줄 것 같았다. 그런 레몬 물은 커피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고 나름대로 생기 있는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찾은 임시방편이었으나 꾸준히 먹고 나니 아침마다 심했던 비염도, 미세먼지 자욱한 날 건조하고 따끔한 목도 잠잠해지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게 되었다. 레몬 물을 마실 때 따라오는 찡긋거림 끝에 온 몸이 가벼워지는 건 기분 탓인지. 왜, 그 레몬이 주는 산뜻함이 있지 않은가. 그것이 내 오전의 기분을 완성해 주었다.
요즘 여기저기서 ‘리추얼’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인지 본래 의미보다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부담스러운 장신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리추얼’이라는 단어가 가진 뜻을 생각해보면 그리 거창하고 화려하고 각 잡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나의 건강한 하루를 위해 규칙적으로 행하는 일이면 그것으로 나만의 리추얼은 성립하는 법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몸을 맑게 하고 정신을 말랑말랑하게 하기 위한 나의 모닝 리추얼은 ‘레몬을 마시는 일’이다. 레몬 물은 매일 아침 날씨와 기분에 따라 차가운 레모네이드가 될 수도 있고 따뜻한 레몬차가 될 수도 있다. 무엇이 됐든 레몬과 함께하면 상큼한 하루는 준비 완료! 이 글을 보는 당신의 아침 기분은 무엇으로 완성되는지 궁금하다.

레몬과 스퀴저를 준비한다.
ITEM
파이렉스 내열 유리 이유식 멀티 쿠커 12,000 원
이유식 쿠커로 출시됐지만 스퀴저, 거름망, 제스트 기능 모두 활용할 수 있어 레몬, 라임, 오렌지 등을 다룰 때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아이템이다.

레몬을 반 가른 뒤 스퀴저에 올려 레몬즙을 짠다.
STEP3
레몬즙을 컵에 담고 취향에 따라 꿀을 1~2작은술 더한 뒤 얼음, 탄산수를 넣고 잘 저어 마신다.
ITEM
워커비 바닐라꿀 20,000 원
꿀에 천연 재료를 더한 ‘블렌딩 허니’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 워커비. 레몬, 진저, 초코, 시나몬 등 다양한 재료를 가미해 쉽게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꿀맛을 만들어 낸다. 바닐라꿀이 가진 향긋한 단맛은 밋밋한 재료의 깊이를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 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