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삶에 질문을 던지는 책 5

안개 자욱한, 예측 불가능한 삶을 살다 보니 쌓여가는 건 물음표뿐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찬 바람이 후비고 간 자리엔 고민만 깊어진다.

BYCOSMOPOLITAN2020.10.18
 

〈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 

한국 독자들에게 끊임없는 지지를 받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 나왔다. 〈인간〉 이후 작가가 다시 시도하는 총 3막으로 구성됐다. 수술 중 사망한 주인공은 자신의 죽음도 인지하지 못한 채 천국에서 변호사, 검사, 판사를 차례로 만난다. 이후 주인공은 지난 생을 돌아보며, 마지막으로 다음 생을 결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생각지도 못한 죄가 드러나면서 주인공은 사형 혹은 환생의 갈림길에 선다. 독자들의 기대만큼 작가의 상상력은 한계를 짓지 않고 뻗어나가며, 단숨에 읽히는 흡입력은 말할 것도 없다.  
 
 

〈보통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

이애경 | 위즈덤하우스

사람들이 가장 불안한 순간은 언제일까? 남들보다 뒤처진다 느낄 때다.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간다는 건 그래서 어려운 일이다. 갑작스러운 역병이 들이닥쳐 삶이 뒤죽박죽돼도 여지없이 사계절은 찾아오고, 때맞춰 꽃은 피고 진다. 조급하고 불안한 사람을 위해 이 책은 지금 속도도 괜찮다고 토닥인다. 숨 가쁘게만 보냈던 서울살이를 뒤로한 채 제주로 내려가 삶의 속도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한 저자의 고민과 사색, 서정적인 표현이 책 곳곳에 숨어 있다. 재봉틀을 돌리며 바느질하고, 알람을 맞춰놓지 않고 사는 삶. 각자의 삶의 속도를 정하는 건 취업, 결혼, 출산 등과 같은 거창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가슴 뛰는 소설〉

최진영 외 | 창비교육

가장 최근 가슴 설레었던 적이 언제였나? 언젠가부터 이 질문에 쉽게 입을 떼지 못한다. 빡빡한 일상을 살다 보면 서글프지만 그 감정을 잊게 된다. 이름만 봐도 믿고 보게 되는 작가 9명이 가슴 뛰는 사랑의 순간을 포착해 그야말로 ‘가슴 뛰는’ 이야기를 전한다. 10대의 풋풋한 첫사랑, 20대의 열정적인 사랑, 70대 느지막이 찾아온 노년의 사랑. 9편의 단편소설은 진지한 사랑에 좀처럼 다가가지 못하는 요즘 사람들을 위해 사랑을 독려하고, 사랑의 실패를 위로한다. 자기 한 몸 건사하기 힘든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

에밀리 정민 윤 | 열림원  

한국인, 이민자, 여성 그리고 시인인 저자가 ‘위안부’ 문제를 깊이 있게 파고든 시집이다. 다른 나라에서 다른 시대를 살았음에도 피해자들의 고통에 깊게 공감하며, 그들의 아픔을 헤아린다. ‘책임’, ‘증언’, ‘고백’, ‘그 이후’라는 제목으로 구성된 총 4개 챕터는 위안부 피해 사건부터 시작해 일상적 폭력을 겪는 현대 여성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들의 처절한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통의 단어로 재배열하고, 계산된 여백이나 꾸밈새가 없는 일인칭 시점의 산문시 형식을 취했다. 역사적 사건이지만 과거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 현재지만 현재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 이유가 쓰여 있다.
 
 

 〈최전방의 시간을 찍는 여자〉

린지 아다리오 | 문학동네

한순간에 생사가 갈리는 위험한 곳만을 좇아 사진으로 남긴 여성 종군 사진기자 린지 아다리오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20년간 전 세계 분쟁 지역을 누비는 일은 남성들에게 유리했지만 그녀는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남성 중심적인 업계에서 살아남은 것과 전쟁터에서 역사적 순간을 포착한 것은 그리 다르지 않은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모든 질문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로 귀결된다. 이 책은 그 물음의 답을 응축했다. 특히 전쟁 지역의 여성과 민간인의 인권에 주목한 그녀는 그 암담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남편에게 강간당하고 버려진 여성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세상을 바꾸려는 한 인간, 한 여성의 고군분투가 오롯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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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전소영
  • Photo by 최성욱
  • Digital Design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