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에게 설렌 적 있다? 없다?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는 소리, 천 번은 넘게 들은 거 같아요. 지겹도록 들었죠. 17년이 된 지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남녀 사이에 친구 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동네 친구여서 그런지, 웬만한 동성 친구보다 잘 맞아요. 걸쭉한 욕과 함께 상사 뒷담화를 하기도 하고, 서로 연애 상담을 해주기도 하죠. 흔히들 연애 상담해 주면서 마음이 통하기도 한다더군요. 저희는 연애 상담이 아니라 서로 욕하는 수준이에요. 너나 잘하라고, 상대방이 훨씬 아깝다면서 말이죠. 아, 물론 연애하는 동안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아예 안 만나요. 대부분의 애인은 저희가 대화하는 걸 본 뒤론 의심조차 하지 않았지만요. -썸보단쌈이제일이지, 34세
술과 밤이 있으면 흑역사만 남죠
다들 그러잖아요. 술과 밤이 있는 한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고. 빙고! 맞아요. 술 취한 흑역사 덕에 연인 대신 원수가 되니까요. 서로 그걸 약점 잡아 심부름시키는 걸요. 취하면 상대방이 좀 달라 보인다거나 설렐 때도 있다고 하는데, 너무 못 볼 꼴을 많이 봐서 설레긴 글렀어요. 남사친, 여사친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를 같이 볼 때도 있어요. 서로 이성으로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그저 각자 좋아하는 배우에게 몰입하며 잘만 봅니다. 그래도 힘들 땐 많이 의지하고 또 응원해줘요.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우리 ‘찐친’이에요! -마!이게의리라는거다, 29세
서른 되니 더 안 괜찮아요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동성 친구보다 이성 친구가 더 많았어요. 남녀 사이에 친구가 가능하다고 굳게 믿는 사람 중 하나였죠. 3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은 단호하게 ‘없다’에요. 사회 생활하랴, 연애하랴 바빠죽겠는데 친구라는 명목하에 매일 연락한다? 백 퍼센트 마음이 있는 거예요. 그가 진짜 남사친인지, 아니면 당신을 짝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완벽한 판별법이 있죠. 함께 만나고 있는 도중 애인이나 썸남과 열심히 문자를 해보세요. 진짜 남사친이라면 ‘나 신경 쓰지 말고 연락해’라고 할 거예요. 아니라면? ‘친구랑 있는데 핸드폰을 하냐’며 은근슬쩍 질투하는 발언을 하겠죠. -질투는절교의힘, 35세
내 태도가 달라졌어요
동성 친구와는 매일 연락할 수 있어도, 남사친과 그렇게 하면 둘 중 하나는 정이 쌓이더라고요. 짝사랑 고민을 털어놓는 제게 ‘너는 꼭 좋은 남자 만나라’라며 조언을 해주는데 심장이 두근거리더라고요. 10년 넘게 사귀어온 친구가 남자로 보일 줄이야. 그 뒤로 남사친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었어요. 일부러 더 틱틱대고, 무심하게 굴었죠. 애써 마음을 정리하기 위한 방어기제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 마음이 끝났지만, 이성 친구와는 깊게 친해지지 않아요. 누구 하나는 꼭 마음고생을 하게 될 것 같아서요. -사랑보다먼우정보다는가까운, 27세
우정 실패로 깨달음을 얻었다
친구를 남자 여자로 나누어 사귀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그러다 보니 다 같이 무리 지어 놀기도 하고, 남사친과 단둘이 만나기도 했어요. 말이 통한다 싶으면 다 친구였죠. 성에 따라 우정의 소중함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만 그렇게 생각한 거였더군요. 무리 중 꼭 한 명은 나중에 고백했어요. 제 애인을 소개해준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그 후에는 친구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도 남자라면 조금 멀리해요. 상대방에 의해, 어쩌면 저 때문에 그 우정이 깨질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인지 시간이 갈수록 진짜 우정을 나누는 친구는 동성 친구뿐인 것 같아요. 남사친은 다 같이 만날 때나, 단톡방에서만 존재하고요. -그건니생각이고, 28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