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여성 10

아무리 착한 일이라도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해야 큰 힘을 발휘하는 법.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지도’라는 큰 권력을 세상이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여성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그 영향력은 여성을 향하기도 하며, 세상 모두를 향하기도 한다.

BYCOSMOPOLITAN2020.03.07
 

말랄라 유사프자이

말랄라 유사프자이

말랄라 유사프자이

세상을 바꾸는 말과 글
24살의 파키스탄 여성 교육 운동가이자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 그는 11세 때 익명으로 탈레반 점령지에서 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남성 의사에게 진료도 받지 못하는 어린이와 여성들의 삶을 알리는 일기를 블로그에 올렸고, 이후 〈뉴욕 타임스〉에서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제작되면서 유명해졌다. 그 대가로 탈레반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중상을 입었지만 곧바로 병원에 옮겨져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는 지난 2013년 유엔 연설을 통해 세계 지도자들에게 어린이의 교육받을 권리를 호소했다. “우린 잠자코 있어야 할 때 목소리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우린 말의 힘과 파급력을 믿는다. 오늘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인 모든 여성, 모든 소년, 모든 소녀를 위한 날이다. 책과 펜을 들자. 그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다. 한 명의 아이, 한 명의 선생님, 한 권의 책, 한 개의 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제시카 차스테인

제시카 차스테인

제시카 차스테인

여성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는 법
“내가 ‘강한 여자’를 연기한다고 그만 써라. 그 말은 대부분의 여자는 강하지 않다는 말이다. 난 ‘잘 안 쓰인 역할’을 연기하는 거다.” “남자 배우는 ‘강한 남자’ 캐릭터 연기로 유명한 사람이 없다. 모든 남자는 강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영화 〈미스 슬로운〉 〈제로 다크 서티〉 〈마션〉 등에서 이른바 ‘센캐’ 역을 많이 맡았던 제시카 차스테인은 스스로의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배우다. 제시카는 칸영화제에서 ‘We should all be feminists’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나 이야기의 부족함을 지적하며, 작품을 고를 때도 출연 분량보다는 여성 캐릭터가 얼마나 잘 표현되는지를 더 중점적으로 본다고 한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계 내 성차별에 반대하는 영화인들의 모임 ‘우리는 함께 한다(We Do It Together, WDIT)’에도 이름을 올렸다. WDIT는 여성들이 만든 여성에 관한 영화, 드라마 등을 제작해 잘못된 성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여성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며, 남녀 임금 격차를 좁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송은이

송은이

송은이

여성 연예인들의 멘토
“우리가 잘리지 않는 방송을 만들자.” 아무런 통보 없이 하루아침에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잘린 후배에게 그가 건넨 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예능에서 늘 주변인일 수밖에 없던 여성 예능인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송은이는 김숙과 함께 팟캐스트 〈비밀보장〉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후배 개그맨 김신영, 안영미, 신봉선과 함께 아이돌 그룹 ‘셀럽파이브’를 결성해 활동 중이며, 현재는 콘텐츠 제작사 겸 소속사 미디어랩시소의 대표로 있다. 그는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는 여성 후배 예능인들에게 다양한 방면의 길을 제시하는 선배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연말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은 안영미는 송은이와 김숙에게 큰 절을 올리며 “송김안영미로 살겠다.(중략) 시청자들의 댓글 덕분에 〈라디오스타〉를 하게 됐다. 2020년에도 제2의 안영미가 나올 수 있도록 댓글로 선한 영향력 부탁드린다”라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송은이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안영미의 수상 소감을 언급하며 ‘안영미의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의 예고편처럼 송은이의 파트너 김숙은 〈김숙티비〉라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셀러브리티의 집에 찾아가 그들이 안 쓰는 물건을 판매해 수익금을 기부할 예정이다.
 

고(故) 설리

고(故) 설리

고(故) 설리

그녀의 죽음이 남긴 것
지난해 26살이라는 나이로 생을 마감한 그는 생전에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방면으로 소신 있는 행보와 발언을 했다(설리의 선한 영향력은 안타깝게도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 제대로 빛을 발했다). 평소 SNS를 통해 여성 이슈에 대해 적극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물론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노브라 패션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속옷 착용은 개인의 자유란 생각이 들었다. 브라 자체에 와이어가 있어 소화기관에도 좋지 않은데 나는(안 하는 게) 편안해서 착용하지 않으려 한다. 브라는 액세서리다. 어떤 옷에는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본인을 괴짜 취급하는 여론에 대해서도 “노브라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이거 생각보다 별거 아니야’라는 말도 하고 싶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이돌 출신이었기에 그의 이런 행보는 더욱 큰 용기가 필요했고 그에 따르는 반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낙태죄 폐지를 적극적으로 찬성했으며, SNS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알렸다. 또한 자신의 이런 행보를 팬들과 함께하길 바라며 팬 미팅에서 성별 구분 없이 팬들에게 유기농 생리대를 나눠주기도 했다. 설리가 여성용품업체와 합작해 만든 유기농 생리대는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정식 판매가 불발됐지만, 이미 제작된 10만 개는 모두 기부하기로 결정됐다. 또한 설리의 죽음으로 악플의 폐해가 재조명되면서 포털 사이트 다음은 연예 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 네이버는 클린봇을 도입하는 등 업체 차원의 자정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엘리자베스 워런

엘리자베스 워런

최초의 미국 여성 대통령을 꿈꾸다
미국 대선을 앞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이는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이다. 그는 한국 나이로 63세가 되던 해인 지난 2012년 매사추세츠주 최초의 여성 상원의원이 됐고, 지금은 민주당 내 진보 세력의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최근엔 민주당 경선에 출마해 최초의 미국 여성 대통령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정치인이 되기 전 그는 미국 경제 및 가계 재정과 관련한 많은 인터뷰를 통해 맞벌이는 외벌이보다 소득이 2배 많아 더 여유롭게 소비를 할 수 있지만, 한 명이 실직하면 씀씀이를 줄여야 함에도 그렇게 하기 힘들어 수많은 가정이 파산한다는 내용의 ‘맞벌이의 함정’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정치인으로서 영향력이 높아질수록 소수 인종의 혈통이라는 점과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많은 공격을 받지만 특유의 전투력으로 공수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미 상원에서 ‘임신 20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이 부결됐을 땐 〈타임〉지에 “매우 개인적인 의사결정에 대해 당사자인 여성이 주체가 돼야 하며, 정부는 이 문제에서 빠져 있어야 한다. (중략) 임신 중 합병증을 겪는 여성은 오장육부가 찢어지는 듯한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런 선택은 당사자인 여성들 자신이 해야 한다. 정치적 점수나 따려고 두리번거리는 일부 정치인들이 내릴 결정이 아니다”라며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지나 데이비스

지나 데이비스

지나 데이비스

미디어의 바로미터를 세우다
여성, 엄마, 배우인 지나 데이비스는 콘텐츠, 미디어를 만드는 여성들을 육성하고, 여성의 권리를 지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의 활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우먼 인 할리우드〉. 지난해 개봉한 이 영화는 콘텐츠 왕국이라 볼 수 있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여성 배우가 어떻게 쓰이고, 여성 감독의 일자리는 어떻게 자연 소멸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나 데이비스는 2004년 세운 ‘지나 데이비스 미디어 연구소’는 본격적인 여성 관련 미디어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부당함을 수치와 데이터로 제시한다. 그는 “미국에서 2살 딸과 TV를 보다 보면 남성 캐릭터에 비해 여성 캐릭터의 수는 현저히 적고, 그나마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스테레오타입에 갇혀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시작한 연구 결과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에게 경종을 울렸고, 그는 구글과 함께 미디어 속 성비를 분석하는 프로그램까지 개발했다. 또한 ‘지나 데이비스 포용지수(GD-IQ)’라는 개념을 만들어 영화나 드라마 속 남녀 배우의 출연 빈도, 대사 분량, 대사 내용과 질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그래프로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멜린다 게이츠

멜린다 게이츠

멜린다 게이츠

통 큰 영향력
세계 부호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빌 게이츠. 자칫 그의 아내로 끝날 수 있었겠지만 멜린다 게이츠는 자신의 역할과 영향력을 한정 짓지 않는다. 남편과 자신의 이름을 딴 세계 최대의 자선단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들어 20년 넘게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점점 확장되는 중이다. 멜린다가 중점적으로 하는 활동은 ‘여성 인권 강화’다. 주변부에 있는 여성을 중심부로 끌어들이려면 교육과 피임이 필수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기술보다 문화의 변화를 독려한다. 특히 멜린다는 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STEM) 분야에서 여성의 활동을 장려하는 단체인 ‘Girls Garage’와 같은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9세에서 17세 사이의 청소년들에게 여름 방과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지구촌 가난을 없애고, 생명을 살리며, 여성의 힘을 키우는 혁신적인 방법은 피임약 보급과 가족계획이라고 말한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멜린다는 향후 10년 동안 여성의 권한 강화를 위해 10억 달러(약 1조2천억원)를 쓰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런 활동은 단순히 세계 최고 부자의 아내로서 명예와 품위를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여성의 삶의 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렌 클로즈

글렌 클로즈

글렌 클로즈

인간이 진화하는 법
업계 어른으로서, 인생 선배로서 침묵하는 대신 그 어느 때보다 소리 높여 소신을 밝힌 배우는 다름 아닌 글렌 클로즈다. 그가 분명하고도 단호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지난 2017년 하비 웨인스타인, 케빈 스페이시 등 할리우드 거물들이 행한 성폭력의 폭로가 나온 후부터였다. 그는 인터뷰 중 “점점 더 많은 사람의 잘못이 폭로되고 있고, 더 많은 여성이 스스로 학대와 약탈을 당했다고 말하는 게 가능해졌다. 나는 남성 DNA에 그 원인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고, 〈뉴욕 타임스〉에서 웨인스타인의 혐의를 보도하자 곧바로 성명을 발표했다. “나는 하비 웨인스타인이 여성들에 대해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는 루머를 여러 해 동안 들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중략) 하비는 늘 내게는 점잖게 행동했지만, 루머가 사실로 밝혀지고 있는 지금 나는 분노와 큰 슬픔을 느낀다.” 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이번 일이 티핑 포인트가 돼 사회적 혁명이 일어나길 바란다. 이런 일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진화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라고 변화를 독려했다. 또한 지난해 영화 〈더 와이프〉의 ‘조안 캐슬먼’ 역으로 골든글로브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우리 여성들은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요구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자신의 성취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꿈을 좇아야 한다”라고 소감을 밝혀 기립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제인 폰다

제인 폰다

제인 폰다

레드 드레스의 비밀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빨간 드레스를 입고 봉준호 감독에게 작품상을 안겼던 제인 폰다. 그는 시상에 앞서 “아카데미 시상식이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했다”라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말은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받는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어낼 것을 예고한 셈이다. 제인 폰다는 할리우드의 원로 배우이자, 한국 나이로 84세라는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매주 금요일 미국 의회 앞에서 기후변화 관련 집회인 ‘금요일의 소방 훈련’에 앞장서고 있다. 그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드 드레스를 입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배우 겸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그는 젊은 시절 전쟁이 벌어진 베트남을 돌아다니며 미군을 비하하는 연설을 해 선명한 정치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성 인권을 말할 때도 그의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그는 가부장제에 대해 “상처 입은 야수와 다르지 않다. 상처 입은 야수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 꼬리를 흔들어대는데 실제로 많은 이들이 여기에 상처를 입는다. 남성 지배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은 이들이 여전히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엔에서 발족하는 성차별적 법 조항 폐지 및 수정 운동에 참여했고, “치마 입은 남자처럼 행동하지 말고 당당히 여성으로서 행동해야 한다. 여성 지도자들은 리더십에서 여성성을 이끌어내야 한다”라며 여성 리더들에게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윤가은

윤가은

윤가은

수칙의 원칙화
한국 영화와 드라마 제작 환경이 좋아지고 있는 흐름에 순풍을 불어넣은 영화감독이다. 영화 〈우리들〉 〈우리집〉에서 아이의 시선을 섬세하게 포착한 감독으로도 유명한 그는 쉽게 소외받을 수 있는 아역 배우들을 위한 ‘촬영 수칙’ 8개를 만들어 실제 촬영장에 적용했다. 아역 배우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는데, 수칙 내용을 살펴보면 1 〈우리집〉 현장은 어린이와 성인이 서로를 믿고 존중하고, 도와주고, 배려하는 것을 제1원칙으로 합니다. 2 어린이 배우들과 신체 접촉을 할 때는 주의해주세요. 3 어린이 배우들 앞에서는 전반적인 언어 사용과 행동을 신경 써주세요. 4 어린이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혼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5 어린이 배우들이 하루 10시간 정도의 촬영 시간만큼은 오직 촬영 자체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6 어린이 배우들의 건강 문제에 늘 신경 써주세요. 7 어린이 배우들의 안전 문제를 각별히 신경 써주세요. 8 어린이들은 항상 성인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매 순간 여러분의 모든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등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국제아동인권센터 김인숙 이사는 이와 같은 수칙이 모든 영화 제작진에게 교훈이 되길 바란다며 아동 인권을 지키는 모범적인 사례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