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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의 계절 가을, 로컬 마켓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제철 재료 추천

정성으로 길러 한 아름 수확하는 계절, 가을의 맛이 듬뿍 담긴 제철 재료들.

프로필 by 천일홍 2025.10.17

수고로운

두 여성 농부가 재배하는 이곳, 수고로운의 채소는 매년 농장의 상황과 소비자의 선호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본적으로는 완두콩, 토마토, 가지, 파프리카, 오이, 호박 등의 열매채소에 힘을 주는 편이고, 당근이나 무와 같은 뿌리채소와 꽃 채소, 잎채소, 허브를 더해 풍성하게 꾸리죠. 하지만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채소를 재배해 소비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 역시 수고로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생김새는 조금 특별하지만, 친숙한 채소에 빗대어 쉽게 설명이 가능한 채소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일반 채소랑은 달라요. 역시 맛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올해도 제 몫을 다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계절이 바뀌는 9월 초순은 농부들에겐 보릿고개와 같은 시기기도 합니다. 뜨거운 여름을 버텨낸 작물만이 가을에도 소출을 내는 법이죠. 병해충에 약한 잎채소 대신 버터넛 스쿼시, 보랏빛에 줄무늬가 들어간 가지와 흰 가지, 미니 파프리카, 롱빈 등이 이 시기에 주로 수확됩니다. 특히 롱빈은 콩알이 씹히지만, 맛과 식감은 아스파라거스와 비슷한 채소예요. 그래서 가니시로 쓰거나 볶음 요리에 적합하죠. 청량한 노란색을 지닌 베이비 주키니는 씨가 없어 부드럽고, 구수한 향이 나는 애호박으로 이해하면 좋습니다.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통으로 튀기거나 구웠을 때 수분감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질 거예요. Interview with 박은혜, 김소희 농부

제철 채소를 즐기는 방법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가을엔 오랜만에 ‘따뜻함’을 만끽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 열매채소들은 모두 익혀 먹기 좋아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하게 먹는 요리를 추천해요. 양념장에 쓱 비벼 먹는 솥밥이나, 국물이 자작한 채소 덮밥도 좋겠네요. 과육이 잘 뭉개지는 특성을 지닌 버터넛 스쿼시는 따끈한 호박죽이 제격입니다. 버터넛 스쿼시 한 통으로 끓인 달콤한 호박죽 한 그릇에 가을이 성큼 다가온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연두농장

자연의 원리와 생태 순환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지향하는 ‘퍼머 컬처’ 방식을 따라 농사를 짓습니다. 미강, 깻묵, 커피박, 돈분, 계분 등을 사용해 직접 퇴비를 만들고 볏짚, 왕겨, 톱밥 등의 유기물을 지속적으로 흙에 넣죠. 탄소를 흙에 저장하는 동시에 미생물을 키워 더 좋은 퀄리티의 흙을 만들어요. 그리고 그건 곧 자연스럽게 재배하는 채소들에도 고스란히 돌아가죠. 올해는 농장에서 새롭게 기른 작물들에 눈길이 갑니다. 먼저 ‘말라바 시금치’라고도 부르는 인디언 시금치는 열대 원산의 덩굴식물이에요. 맛이 시금치와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지만, 정확히는 ‘Basella Alba’라는 이름을 가졌죠. 기후 위기로 점점 더워지는 환경에 맞춰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이름처럼 진한 보랏빛을 내는 퍼플 파프리카는 항산화에 좋은 안토시아닌 성분을 강화한 신품종이자, 연두농장에서 새롭게 길러낸 채소입니다. 이 외에도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유기농으로 키워 당도가 가득 들어찬 캠벨 얼리 포도와 생으로 먹어도 전혀 부족함 없는 향의 스위트 바질까지, 가을 식탁이 풍성해집니다. Interview with 이준서, 윤현경 농부

제철 채소를 즐기는 방법요리의 8할은 재료의 힘이라고들 말하죠. 날것의 햇빛과 바람과 비를 맞고 자란 제철 채소라면 더더욱이요. 무조건 요리에 넣기보단 조리 전의 채소를 조금씩 입에 넣고 본연의 맛과 향을 음미해보세요. 그것이야말로 가을의 맛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고양 찬우물 농장

모든 채소는 생애 주기를 거치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요, 농장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허브꽃과 채소 꽃으로 만든 들풀 꽃다발이 이 시기 소비자와 만납니다. 식용으로 즐기는 호박꽃도 그중 하나고요. 채소들도 마찬가지. 모든 채소는 자기에게 적합한 온도와 환경이 있습니다. 때로는 이를 위해 인위적인 방식으로 시설 재배를 하기도 하지만, 고양찬우물농장은 최소한의 방식으로 개입하는 노지 환경의 재배를 고수하고 있어요. 그 때문에 채소들 스스로 갖게 되는 모양과 맛이 자연스러워지죠. 제철을 맞은 채소는 고유한 맛을 가장 많이 머금고 있어요. 기온은 쌀쌀해지고 공기는 건조해지는 이때는 맵쌀한 맛으로 입맛을 자극하는 래디시를 특히 추천하고 싶어요. Interview with 이상린 농부

제철 채소를 즐기는 방법 제철 채소는 자연의 일부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몸과도 연결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가을은 특별히 무나 배추로 대별되는 김장 채소들을 주로 파종하고 재배하는 시기입니다. 래디시와 같은 가을 뿌리채소들을 이 시기에 꼭 맛보세요.


꽃비원

충남 논산에 자리한 작은 농장 꽃비원은 ‘꽃비가 내리는 과수 정원’이라는 뜻을 담아 이름을 지었어요. 2012년 10월, 버려진 농지에 과일나무를 심으며 농업을 시작했죠.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지금, 꽃비원의 채소는 대부분 노지에서 자라기 때문에 하나하나 계절을 담고 있어요. 여름의 끝자락에서 힘을 내는 풋호박, 옥수수, 노란 주키니, 단호박, 가지, 오크라와 가을의 작물로 만나는 배와 밤이 농장을 가득 채우고 있죠. 수확한 옥수수와 붉은 고추는 화창한 가을볕 아래서 말려 옥수수차와 고춧가루를 만들기도 합니다. 오크라는 일본 음식에 자주 등장하는 재료라 호기심에 키우기 시작했는데, 담백하고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는 것이 매력적이에요. 일본에서는 튀김이나 장아찌로, 인도에서는 카레로, 서양에선 수프 재료로 주로 사용하죠. 윙빈은 씨앗이 생겨 올해 처음 키운 채소예요. 꼬투리 모서리에 4개의 날개가 달린, 독특한 모양의 윙빈은 풋콩 비슷한 고소한 맛과 부드러우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죠. 샐러드부터 볶음 요리, 데침 등 다양한 음식에 제법 잘 어울려요. 꽃비원에서 직접 심고 수확한 채소를 소개할 때, 채소를 매개로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서로 연결된다는 기분을 느껴요. 농촌과 도시가 단절돼가는 시대, 공간은 다르지만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때 농부로서 가장 행복합니다. Interview with 정광하, 오남도 농부

제철 채소를 즐기는 방법 가을에 만날 수 있는 채소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오븐 구이로 즐겨보세요. 단호박과 밤은 25~30분, 가지와 호박, 주키니는 15~20분, 오크라와 윙빈, 꽈리고추는 10~15분 타지 않고 식감이 살아 있을 정도로 오븐에서 구워줍니다. 마지막에 슬라이스한 배와 딜을 올려 상큼하게 마무리한 뒤 그릭요거트, 다진 오이와 고추, 딜로 만든 딥 소스를 곁들여보세요.


Credit

  • Editor 천일홍
  • Photo by 민가을
  • Assistant 정주원
  • Art designer 장석영
  • Digital designer 장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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