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국민 밥도둑인 깻잎은 최근 연인 간 다툼의 씨앗을 제공하는 불화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른바 ‘외간 깻잎’ 논쟁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나와 애인, 그리고 내 친구 셋이서 밥을 먹는데 , 내 친구가 깻잎장아찌 한 장을 못 떼 낑낑거리자 애인이 그걸 젓가락으로 어시스트해줘 화가 났다는 일화다. 해당 밈이 화제가 되자 SNS 댓글창에서 뜨거운 찬반 논란이 일었다. “애초에 셋이 함께 밥을 먹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2장 집히면 2장 먹고, 3장 집히면 3장 다 먹으면 될 것을 왜” 식의 난문현답(難文賢答)을 내놓는 현자도 등장했다. 한 뇌 과학자는 젓가락을 활용해 깻잎을 떼는 건 테라헤르츠(THz) 단위의 신경이 개입하는 고도의 두뇌 몰입이므로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절대로 해선 안 되는 행동이라 단언했고, “친구가 다 먹을까 봐 아까워서 떼어준 것이다. 깻잎이 아닌 햄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은 경제적 문제”라고 정리하는 외식 전문가도 있었다. 각계 전문가까지 나서 저마다 의견을 더할 만큼 깻잎 논쟁의 파급력은 상당했는데, 이는 점점 더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태로 뜨겁게 타올라 “그럼 새우 껍질은 까줘도 되냐”는 새우 논쟁으로 번지기에 이르렀다. “깻잎을 젓가락으로 눌러주는 것은 무의식적인 식사 매너로 볼 수 있지만, 새우 껍질 까기는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므로 절대 안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고, “새우는 까지 말고 그냥 먹어라, 키토산이 많다”, “모든 새우를 미리 까놓고 다 함께 먹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단, 친구 앞 접시에 올려주거나 아이 콘택트는 허용할 수 없다” 등 의견이 분분했다. 그뿐인가. 깻잎이 쌓아 올린 작은 공은 점점 몸집을 불려 “중식당에서 애인이 내 친구 앞쪽으로 탕수육 그릇 밀어줘서 쎄했다”, “남자 선배가 남긴 짜장면을 먹었다가 남친이랑 이별할 뻔했다”는 사례의 시비를 가려달라는 사연이 쇄도하며 추가 난제가 속속 등판하는 중이다. 그래서 애인의 친구에게 새우 까줘도 되냐고? 판단은 자유지만, 현명하게 생각하자. 새우 껍질 까기 전에 당신부터 까이고 싶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