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키운 스타트업 클라스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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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키운 스타트업 클라스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밀어주는 구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구글이 키운 스타트업 CEO들이 AI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 AI’의 비전을 주고받았다. 패션과 뷰티 분야까지 발을 넓힌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덕에 인간의 삶은 조금 더 똑똑하게 아름다워지는 중이다.

하예진 BY 하예진 2021.10.19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서울

2015년 5월 8일 전 세계 세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가 개관했다. 이는 한국의 미래에 투자하고자 하는 구글의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빠른 성장, 뛰어난 개발 인력, 모바일 분야의 선도적인 기술력, IoT 분야 혁신 등을 주목해 설립하게 됐다. 2021년 8월 기준, 본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의 다양한 스타트업들을 지원했으며, 참여 스타트업들은 총 236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3059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현재 디지털콘텐츠분야에서시드및시리즈A 단계의 스타트업을 위한 온라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또한 지원 업체를 모집 중이니 관심 있는 스타트업은 지원해보시길 (~10월 29일까지).

 
 

패션 디자인을 도와주는 패션 AI 신기영 대표(디자이노블) 

포항공대에서 자연언어 처리 딥러닝 기술을 연구하던 연구실 선후배 셋이 패션 AI 회사를 차렸다. 주로 패션 관련 기업에 알고리즘을 판매하는 B2B 사업을 전개 중이다.
패션 비즈니스에 필요한 알고리즘을 다수 개발했어요. 패션 트렌드를 ‘선호도’라는 숫자를 통해 분석, 경쟁사와 비교, PB 상품 개발부터 자사 상품을 누가 베껴서 팔고 있는지 찾아주는 기능, 이 제품이 앞으로 얼마나 더 팔릴지, 같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무신사와 지마켓에서 각각 얼마나 팔릴지 플랫폼별 수요를 예측하는 기능 등, 패션 제품을 만들 때 유용한 알고리즘을 만들죠. 사람이 감으로 하던 일을 기술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감각의 영역을 과학화한 거예요.
 
 

퍼스널 컬러 추천하는 뷰티 AI 윤정하 대표(잼페이스 by 작당모의) 

다음 마케팅을 거쳐 카카오에서 카카오헤어샵 등 뷰티 플랫폼 관련 서비스를 담당했다. 2018년 ‘작당모의’를 설립하고, 2019년부터 영상 중심의 뷰티 앱 ‘잼페이스’를 운영 중이다.
잼페이스는 AI에게 화장품을 학습시켜 뷰티 유튜브 영상과 영상에서 소개하는 제품 간의 관계를 구조화해요. DB 구조를 어떻게 묶어내느냐에 따라 정말 다양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아주 디테일한 서비스가 가능하죠. 가령 A라는 제품과 관련해 A를 소개한 영상만 모아 보거나, A의 컬러별 리뷰 영상을 모으는 식으로 다양하게 카테고리를 분류할 수 있어요. 셀카를 찍어 올리면 얼굴을 인식해서 나와 닮은 ‘뷰튜버’를 추천해 손쉽게 메이크업 노하우를 배울 수 있게 해주고, 크리에이터별로 자주 쓰는 화장품도 자동 인식해서 알려줘요. AR 기능을 이용해 나에게 어울리는 립 컬러를 선택하면 퍼스널 컬러를 진단해주는 기능도 있답니다.
 

 

ROUND 1 이런AI 또없습니다

한국 전통을 표현하는 동시에 실타래를 풀듯 아이디어를 풀어나가라는 뜻이 담긴 조명.

한국 전통을 표현하는 동시에 실타래를 풀듯 아이디어를 풀어나가라는 뜻이 담긴 조명.

윤정하(이하 ‘정하’) 패알못 공대생들이 패션 디자인 AI 기술을 만든 사연이 궁금해요.
신기영(이하 ‘기영’) 보통 창업할때개발자자신이직면한문제를풀면 좋다고 해요. 같은 문제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서비스를 쓸 테니까요. 포항은 남녀 성비가 굉장히 불균형해 연애 고충이 있었기에 처음엔 소개팅 앱을 만들었어요. 주위에서 기술은 좋은데 좀 더 큰 문제를 풀어보는 게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아니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데’ 싶었지만 다른 영역으로의 기회를 모색했어요. 당시 생성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패션 회사가 없는 걸 알고 기회다 싶었죠.

 
 
회원사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오피스.

회원사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오피스.

윤 대표님의 작당모의는 어쩌다 뷰티·화장품 분야로 작당을 모의 하게 됐어요?
정하 그다지 낭만적인 스토리는 아니에요. 사업을 할 때는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선 시장이 충분히커야 니치마켓사업이 쉽게 침투할 수 있고, 나중에 스케일업 하기가 쉬워요. 그리고 그 시장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나만의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주류가 될 수 있으니까요. 저희가 창업할 당시 두조건을 다 가진게 뷰티 시장이었는데 IT 기술이 접목된 사례는 많지 않더라고요. 요즘 유저들은 텍스트가 아닌 영상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도 했고요. ‘어... 약간 비어 있는 분야인데? 빨리 들어가야겠다’ 싶었죠. 일곱 번 쓰러지고 여덟 번 일어나는 대단한 스토리를 기대하셨을 텐데, 어쩌죠....(웃음)
기영 오히려 멋있는 향후 스토리 같아 부러워요. 온라인상에 양념이 많이 쳐진 각색된 창업 스토리가 많은데, 창업할 때 필요한 건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죠. 뭐가 돈이 될지, 뭐가 필요할지, 뭐가 차별화될 수 있을지, 어떤 게 기회가 될지 생각하는 혜안과 시야가 중요하니까요.
 
 
정하 디자이노블 역시 패션 분야를 타깃으로 삼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공대생들이 도전하기에 훨씬 더 로지컬한 분야가 많았을 텐데, 패션은 감각에 의해 움직이는 동네잖아요.
기영 감각적 분야라 오히려 해볼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AI 연구하는 이들 중에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사람이 많지 않은데, 개중엔 우리가 제일 낫다 싶었거든요.(웃음) 리서치만 하는연구원중엔밥먹을때대화를안하는게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많아서요. 다른 이유도 있어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시아발 AI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AI 기술은 대부분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편이라 한국이 최초로 개발한 AI 알고리즘 사례는 드물어요. 구글이나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만든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이 응용 개발하는 식이거든요. 인종, 문화마다 다르게응용할수있는패션분야는우리가만든 기술을 다른 나라에서도 응용 가능하리라고 판단했어요.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이 AI에게 칵테일 파티용 이브닝드레스를 추천받을 일은 잘 없잖아요. 대신 고만고만한 베이지색 트렌치코트 중에 단추, 소매, 핏이 좀 더 멋져보이는 제품을 찾는 게 더 유용하죠.

 
디자이노블의 솔루션을 활용해 제작한 SJYP 협업.

디자이노블의 솔루션을 활용해 제작한 SJYP 협업.

잼페이스는 어떤 고민에서 출발했나요?
정하 뷰티 영상에서 유튜버가 어떤 화장품을 사용했는지 한번에 파악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메이크업 영상은 분량이 굉장히긴편인데,눈·코·입등특정부분을보려 할 때 원하는 구간을 찾기가 어렵거든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영상 내에서 특정 구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타임 점프’ 기능을 고안했어요. 저희 유저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능이죠.
 
 
디자이노블의 숙제는 뭐였어요?
기영 패션 회사에서 여러 사람이 나눠서 업무를 진행하는 수고를 덜어주고 싶었어요. 트렌드 조사, 무수한 시안 수정 등을 자동화해 디자이너의 고민과 의사 결정을 효율적으로 돕는 거죠. 과학자 입장에서 매번 다른 키워드를 입력해 시장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나 주머니를 여기 붙였다 저기 붙였다 하며 디자인을 수정하는 노동을 할 시간에, 좀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디자이노블의 AI 기술은 패션이라는 틀 안에 있지만 사람의 영감을 관리할 방법을 찾는 것에 가까워요. 패션 회사에서 제품을 내놓기까지 수십 수백 명의 디자이너가 디자인 샘플을 만들어 품평회를 하고, 탈락과 합격을 반복하다 채택된 디자인이 상품화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2~3년 동안 신들린 듯 감이 좋다가도 한 번 삐끗하면 자신의 선택에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고, 회사 입장에서는 ‘감 잡는’ 능력을 관리하고 싶은데 사람의 감을 관리할 방법이 없는 거죠. 그런 솔루션을 만들었어요.
 
 
디자이노블이 롯데쇼핑, 래퍼 치타와 손잡고 론칭한 브랜드 데몬즈.

디자이노블이 롯데쇼핑, 래퍼 치타와 손잡고 론칭한 브랜드 데몬즈.

잼페이스는 어떤 유저에게 유용한 도움이 되고 있나요?
정하 15~25세 Z세대 유저가 타깃이에요. 2019년 6월 론칭후2년반이지났는데현재유저가100만 정도 돼요. 올해 4월에 베트남에서 살짝 오픈을 해봤는데, 벌써 20만 이상이 가입했어요.

 
 
B2B인 디자이노블은 어떤 기업과 한 협업이 기억에 남아요?
기영 롯데쇼핑, 래퍼 치타와 저희 솔루션을 활용해 상품을 디자인하고 데몬즈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어요. 아직은 패션업계에서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알아가는 과도기 같아요. 많은 시행착오를 같이 겪고 있는 중이라 생각해요.
 
도시별로 고유한 콘셉트로 꾸며지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도시별로 고유한 콘셉트로 꾸며지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정하 그런 맥락에서 디자이노블과 잼페이스가 상생하는 셈이죠.
디자이노블은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회사고, 잼페이스는 기존에 개발된 AI 솔루션을 적용해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니까요.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처럼 기술을 디테일하게 상용화하는 기업도 중요해요. 전문 엔지니어들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는 본인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걸 연구하는 성향이 있잖아요. 논문 하나로 학계의 상아탑을 세우는 식의 개인적 성취를 중요시한달까요. 기술을 실용화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기술이니, 저희 같은 서비스 회사가 많아진다면 AI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넓어질 거예요.

 
 
기영 AI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디테일’이 필요하다는 게 AI 개발사의 숙제기도 해요.
AI 딥러닝은 데이터 ‘노가다’가 있거든요. 가령 뷰티 AI 솔루션을 개발했을 때, 잼페이스와 세포라 모두에게이기술을팔수있어야하는데서로 다른 방향의 노가다를 요구하는 거죠. 성공적으로 상용화하려면 ‘핏’한 솔루션을 만들어야 하고, 핏하게 만들수록 다른 기업에서는 못 쓰는 딜레마가 반복되는 거예요. 개발사와 서비스사 모두 커져야 AI시장이 규모있게 성장할 텐데 말이죠. 그래도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비슷한 비전을가진회사와교류하며시너지를낼수있어 좋았어요. AI나 머신러닝 회사 위주로 모이다 보니,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거든요.
 
 

ROUND 2 구글이 스타트업을 키우는 법

잼페이스 크리에이터 멤버십 유저에게 주어지는 웰컴 패키지 박스.

잼페이스 크리에이터 멤버십 유저에게 주어지는 웰컴 패키지 박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가장 도움이 됐던 점은 뭐였어요?
정하 구글의 노하우를 우리 회사에 적용해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어요.
어떻게 해야 성장해나갈 수 있을지 모르는 스타트업이 많은데, ‘구글은 이렇게 하나 보다’ 하고 따라 해보는 거죠.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프로그램 참여 후 5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답니다.
기영 세계에서 세 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AI가 디자인한 상품을 실제 제품으로 출시한 것이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거둔 첫 번째 성과였어요. 입주 기간 중 다양한 VC분을 만나뵐 수 있었고, 덕분에 보통주로 1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요.
 
 
그런 점에서 생태계를 만든다는 표현이 엄청 와닿아요.
정하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 아는 회사를 소개하고 연결해주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를 인연으로 멤버사 간 이직을 하기도 하고요.(웃음)
 
 
어떤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나요?
기영 스타트업 어드바이저 서밋요. 회사의 틀을 잡고 구조화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구글의 AI 개발자가뭘해야할지막막한상황에서다른 회사의 사례를 조언해주는데, 대내외적으로 “타사가 이렇게 하는데 검증된 방법이라 우리도 시도했다”라고 설득하는 건 듣는 사람에게 엄청 큰 차이를 주거든요.
정하 구글에서 개발한 OKR이라는 목표 달성 툴이 있어요. 조직이 성과를 내기위해 어떻게 목표를 설정하고 성장해가야 하는지 알려주죠. 그렇게 회사의 비전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조그마한 목표들이 생기거든요? “이 앱 덕에 아침 출근 준비 시간을 5분으로 단축했어요” 같은 리뷰를 볼 때 성취감을 느끼고, 다시 도전하는 동기부여가 되죠.
 
 
뜻이 맞는 멤버들과 시장을 개척한다는 건 원대한 변화가 아니라, 유저의 삶을 실제로 행복하게 만들었다는 소소한 성취감 같아요.
기영 누구나 현존하는 AI 기술로 창업도 할 수 있어요. 대학생 2명이 저희 솔루션을 활용해 만든 쇼핑몰이 있는데, 시작한 지 2년쯤 돼 월 매출 5천만원 규모까지 성장했어요. 광고 방법이나 제품 거래처 같은 정보를 AI가 추천하고, 광고 글도 써주죠. 디자이노블은 스스로를 AI 친구라고 표현 하거든요. 뭔가 하고 싶은게 있을때 ‘이러면 된다, 안된다’고 알려주고,고민이 있을 때 먼저 찾아가보자 싶은 파트너요.
정하 잼페이스 역시 유저의평생친구가되고싶어요.본인을늘 당당하고자신있게가꿀수있는그런평생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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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하예진
    photo by 배준선
    stylist 김로하
    hair 우소라
    makeup 윤해리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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