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즈 스튜디오 디지털유우머 전시회 포스터_2020_Digital
짤같이 캐주얼한 스타일 때문에 언뜻 ‘쓸데없이 고퀄’인 그림 같지만 알고 보면 그냥 고퀄. 노즈 스튜디오는 비주얼 아티스트 조현준이 2019년에 설립한 ‘뉴미디어 아트’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로, 인터랙티브드 사운드, 디지털 페인팅, 게임, VR 등 다양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주식 차트를 연상시키는 〈SHORT(매도)〉는 ‘코린이’라면 공감할 밈(MEME)으로 제작된 작품. 디지털 세상의 초초(CH0_CH0)가 여행 도중 들른 바이낸스(Binance) 월드에서 숏(주식의 매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장면을 포착했다. 현실 세계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가상 세계의 초초는 즐거운 하방 게임을 한다는 역설을 해학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초초가 이끄는 노즈 스튜디오의 작업 세계관은 직접 감상하는 것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이 작가에 대한 관심도 쭉 존버할 것.
▶ 왜 그렇게 그리나요? “비트코인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관심을 가지던 중에, 세대 간의 의식 차이나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 주제를 모두 같이 웃을 수 있는 짤로 만들어봤죠. 제 작업은 주로 디지털 파일로 기록되고 있고, 현재 저의 생각을 반영해 만들어요. 작업물은 저 자신을 기록하는 것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될 수 있을지, 현재의 내 감정이 잘 담겨 있는지 신경 쓰면서 작업하는 편입니다.”
▶ 그림에 대해 자주 듣는 피드백 “Like, Fire.”
▶ WEB nosestudiokr
이빈소연 New Year Resolution_2020_Ink on PET_300x300mm
작품에 영(靈)적인 오브제가 등장하기 때문인지 관람객 감상이 주로 ‘몽환적’이라는 반응으로 수렴된다. 바꿔 말하면 ‘그래서 이게 뭐야?’와 다르지 않지만. 비약이 아닌 이유는 작가 스스로 ‘모호함’이 작품의 중심 키워드라고 밝히는 까닭이다. 그 때문에 현상을 명확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장소, 시간, 인물, 오브제, 상황 등을 현실과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묘사한다. ‘인간은 모두 어느 한구석이 되게 이상하다’는 생각을 전제로, 사람들의 그런 성향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이나 사물들을 그리는 것이다. 최근 작업의 소재는 신자유주의와 영적인 힘인데, 이 2가지를 결합해 현대인에게 생기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정말 이 그림, 대체 뭐지?
▶ 왜 그렇게 그리나요? “부처님을 뒷배로 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여행을 가면 근처 사원을 꼭 구경해요. 근데 저는 불자도 아니고, 성당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천주교인도 아니에요. 신의 존재는 믿지만 특정 종교는 믿지 않는 거죠. 영적인 공간 안에 있는 걸 즐기다 보니 영적인 액세서리를 사기도 하는데, 그 와중에 또 패셔너블한 걸 찾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어요. 신을 향한 저의 뒤죽박죽 태도의 정체가 대체 뭔지 자문한 것에서 제 그림 스타일이 출발한 것 같아요. 요즘 SNS 피드에서 크리스털, 명상, 특정 종교를 상징하는 무늬 등이 힙한 트렌드로 변신 중인 걸 감지하곤 해요. 패션 브랜드에서 명상과 동양 사상을 도입해 캠페인을 진행하는 경우도 왕왕 있고요. 왜 영성 파워로 만든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지 탐구해봐야겠다 싶었어요.”
▶ 그림에 대해 자주 듣는 피드백 “몽환적이다 혹은 신비롭다. 그리고 이게 뭐야?”
▶ WEB leebinsoyeon
람한 Case_01_02(toxin, intestine)_2020_Digital Graphic
컴퓨터 그래픽이 전달하는 RGB의 색감과 거침없이 매끈한 채색면, 그리고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와 뒤틀린 시공간은 람한의 작품을 수식하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추억과 동심의 신호는 작가뿐 아니라 관람객에게 작품 관람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작가는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좋아하는 질감을 머릿속에서 자유롭게 조합해보면서 작품을 구상하는데, 이때 상상 속 레퍼런스가 그대로 결과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 필터를 거쳐 변형된 이미지로 도출된다고 설명한다. 실체를 구분하기 어려운 작품 속 대상들이 기묘한 형태를 지닌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대상의 첫인상이야말로 작업의 정수라고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리지만, 람한의 그림이 날것 같으면서도 정교한 이유는 따로 있다. 1차 작업 후 천천히 다시 그림을 감상할 때 보이는 디테일에 대해 고민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그림을 살피며 온전한 작품 감상에 방해되는 요소를 수정하는 철저한 고민을 거쳐서다. 그 과정에서 완성된 고유의 스타일은 특정 장르나 단어로 형용할 수 없는, 그 자체로 ‘람한스러운’ 그림으로 완성된다.
▶ 왜 그렇게 그리나요? “3D 게임 그래픽의 언캐니하고 툭툭 끊어지는 기계적인 표현이나, ASMR 비디오처럼 감각을 자극하는 콘텐츠, 그리고 1980~1990년대의 셀 애니메이션이 주는 질감을 사랑하거든요. 이런 일련의 조합을 좋아하다 보니 제 그림도 자연스럽게 일정한 분위기를 띠게 된 것 같아요.”
▶ 그림에 대해 자주 듣는 피드백 “꿈에서 본 것 같다, 어둡다, 빛난다, 야광의 느낌이다.”
▶ WEB ram__han
엔5브라 WHhhhaaattttthhhheeeeFFFfFfuuckkk’_2021_Acrylic, Photo Collage on Canavs_1000x651mm
그림으로 세상과 맞서고 그림으로 사람과 소통하는, 그림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작가 엔5브라. 그만큼 농도 짙은 서사와 은유를 작품에 담는다. 대상과 행위의 본질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현시대의 편향된 사고방식의 확장을 꾀하는 작업을 주로 선보이는 작가는 자신의 넘치는 에너지를 화폭에 고스란히 옮겨 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의 과거작을 살펴보면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높은 밀도와 복잡한 구성을 가진 작품이 눈에 많이 띈다. 이렇게 계속 그리다가는 평생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꿈이 무너질까 봐 요즘은 최대한 대충 그리고 있다는 작가의 코멘트에서 느껴지듯, 그가 실력과 대중적 인기를 모두 챙길 수 있었던 이유는 반항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너무 대충 그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앞으로 분명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작가다.
▶ 왜 그렇게 그리나요? “그림을 그림답게 그리고 싶었어요. 어떻게 그려야 좋은 작업이고, 어떻게 그려야 명성을 얻을 수 있고, 어떻게 그려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등, 그림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이미 넘어섰거든요. 그림을 전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라면 스스로에게 한 번쯤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이겠지만, 본질을 넘어선 질문은 자신의 작업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멀게 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최근에 이런 상황까지 몰리기도 했고요. 그래서 좀 더 그림다운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다짐하며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건 왜 그렸을까’ 생각하며 제 그림을 보면 더 쉽게 몰입하실 수 있을 거예요.”
▶ 그림에 대해 자주 듣는 피드백 “열심히가 아니라 잘 그려야 한다.”
▶ WEB n5bra
최재훈 말_2017_Pen on Paper_210x297mm
색감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오직 먹으로 가득한 최재훈의 그림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기괴함이다. 우울과 절망감, 공포나 좌절, 이별 등 대부분의 사람이 외면하거나 힘들어하는 감정을 작품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서다. 이런 주제를 공유하는 것은 여러모로 조심스럽고 껄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속에는 창작자도 관람객도 정서적으로 ‘힘들지 않게’ 교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로 사용하는 매체는 만화며, 오직 펜과 잉크 그리고 종이로만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화’는 서사가 있는 매체적 특성을 띠고 있어 그림 자체는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 속에서 은은하게 피어나는 서정적인 감성이 바로 최재훈의 작품을 자꾸 보게 되는 이유이리라.
▶ 왜 그렇게 그리나요? “마이너한 면에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작업을 하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많은(메이저한) 사람이 마이너한 부분에 대한 공감을 원한다는 걸 느끼곤 해요. 제 그림을 봐주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이가 불편하고 힘든 감정에 대해 매체적인 갈증을 느낀다는 걸 경험했거든요. 이렇게 작품으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제 작업에 지속 가능한 용기를 주는 것 같아요.”
▶ 그림에 대해 자주 듣는 피드백 “어둡다, 서정적이다 양쪽 모두. 극과 극이지만 모두 제 이야기로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WEB plato_q
조대 흙으로 돌아가다_2021_Acrylic, Acrylic Ink on Canvas_ 727x910mm
철학관(a.k.a. 점집)에서나 볼 법한 이 신묘한 그림은 한국적인 그림을 토대로 세계관을 확장해나가는 조대의 작품. 다분히 한국적인 문양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그래피티 라이터로 시작해 페인팅, 캘리그래피를 아우르는 이력 그대로, 그래피티 패턴과 붓글씨의 시각적 조형 요소가 융합된 스타일로 주로 작업한다. 최근 팬데믹은 작가가 세계관을 나, 우리 그리고 전체로 확장해가는 계기가 됐다. 사람들의 이동이 줄면서 자연이 회복되는 걸 보며 인간은 자연에게 필요악이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깨달음은 최신 작업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데, 우리 모두가 돌아가게 될 생명의 터전이자 나아가 다음 세대가 발 디딜 ‘자연’과 공존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반복적인 패턴을 통해 분해되는 인간의 모습이 자연으로 흡수돼가는 과정을 표현하며 인간의 이기심을 지적한다.
▶ 왜 그렇게 그리나요? “초창기에는 그래피티에서 주로 쓰는 선과 패턴으로 면을 만드는 식으로 이미지를 완성해나갔어요. 그렇게 그린 그림은 원초적이고 매력적이었지만, 아프리카 혹은 멕시코 같은 외국 미술의 느낌이 많이 나서 정서적으로 저와 맞지 않더라고요. 한국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었기에 단청 문양을 차용해 형태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한국적인 모양을 더 선호하게 됐고, 우리가 이어나가야 될 전통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죠.”
▶ 그림에 대해 자주 듣는 피드백 “멋지다 혹은 무섭다.”
▶ WEB jod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