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노도 중독될까?
」내 인성, 문제 있나?
」미국의 변호사이자 25년 넘게 ‘화 다스리기 워크숍(Letting Go of Anger)’을 운영해온 레너드 셰프는 저서 〈나는 오늘부터 화를 끊기로 했다〉에서 ‘화’의 근원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화내는 이유는 단순하다. 요구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요구는 구체적일 수도 있고 추상적일 수도 있다. 일터에서 급여 수령을 원하는 요구는 구체적이지만 다른 이에게 존경이나 사랑을 받고 싶다는 요구는 추상적이다. 어쨌든 이런 요구 중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고 오직 삶 속에서 화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화의 빈도나 강도가 매우 높은 사람, 즉 멀쩡하다가 갑자기 폭발하는 사람들이나, 상식을 넘어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은 대부분 잠재의식에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만성피로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는 이동환 박사는 저서 〈나의 슬기로운 감정생활〉에서 스스로 자기 감정을 알아차릴 새도 없이 돌변하는 이유는 심리적 충격을 잠재의식 안에 저장했다가 비슷한 상황을 만났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 감정이 그대로 튀어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에게 이런 양상의 분노가 있다면 심리 상담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고 잠재의식 안의 감정을 치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종석 원장 역시 자신이 공공장소에서 폭언을 자주 하거나,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는 경우, 운전할 때 과도한 욕설이나 보복 운전을 하는 경우,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와 다투고 퇴사한 경우가 3회 이상 있을 때, 연인이나 가족을 상대로 가스라이팅이나 언어·신체적 폭력을 휘두른 경험이 있다면 병원 상담과 치료를 권한다.
화 다루기
」이동환 박사는 자신의 화나는 포인트, 즉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방아쇠를 파악하고 주변에 미리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항상 시간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의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싶은가? 주변에 “나는 이런 상황에 유독 좀 감정 조절이 약한 편이다”라고 미리 알려라.
‘명상’은 모든 정신 건강 전문의, 심리학자, 뇌과학자들이 지지하는 근본적인 분노 조절 훈련법이다. 심오한 수련에 들어가라는 뜻은 아니다. 숨 쉬는 방법만 제대로 익혀도 ‘화’로 인한 각성 상태를 이완하고 분노 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자아 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nicetomeetme.kr)의 명상 카운슬러이자 리숨명상센터의 정민선 원장은 1분이든 5분이든, 혹은 회사 책상 앞이든 시간과 장소 구애 없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몸이 경직될 때 아래의 ‘숨쉬기’를 따라 해보라고 알려준다. “편안하게 앉아 명치를 곧게 편다는 느낌으로 상체를 세우고 눈을 감습니다.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코끝에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의식합니다. 들이쉬는 숨에 천천히 셋까지 숫자를 붙이고, 내쉬는 숨에도 같은 속도로 넷까지 헤아립니다. 마음이 고요해졌다면 그 호흡을 편안하게 유지하면서 날숨에 몸이 긴장된 곳은 없는지 살피고, 힘을 풀어주면 됩니다.” 이런 호흡법에 집중하는 것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서 주의를 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고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 메타 인지를 훈련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메타 인지란 쉽게 말해 ‘지금 현재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다행히 명상 수련의 경지에 이를 필요까진 없다. 이동환 박사는 호흡에 집중하다가 딴생각이 끼어들 때 ‘아, 내가 지금 또 다른 생각에 빠졌구나’라고 깨닫는 것 자체가 메타 인지가 작동하는 순간이라고 귀띔한다. 지금 숨 쉬는 자기 자신을 느끼다가 아까 버스에서 나를 밀친 사람이 생각나면, ‘아, 내가 쓸데없이 과거로 돌아갔구나’ 하고 다시 호흡에 집중하는 것, 그걸 인지하고 돌아오는 과정이 바로 명상이자 감정 조절의 핵심 기술, ‘메타 인지’를 훈련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것. 나의 화를 알아차리는 것 자체에 분노를 다루는 열쇠가 있다.
나도 분노 조절 장애일까?
」✓ 내가 한 일이 잘한 일이라면 반드시 인정받아야 하며, 그러지 못하면 화가 난다.
✓ 내 의도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난 적이 여러 번 있다.
✓ 자신이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고 좌절감을 느낀다.
✓ 타인의 잘못을 그냥 넘기지 못해 꼭 마찰이 일어난다.
✓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 화가 나면 상대방에게 거친 말과 폭력을 행사한다.
✓ 화가 나면 주변의 물건을 집어던진다.
✓ 분이 쉽게 풀리지 않아 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 내 잘못도 다른 사람을 탓하면서 화를 낸다.
✓ 중요한 일을 앞두고 화가 나 그 일을 망친 적이 있다.
1~3개 어느 정도 감정 조절이 가능한 단계 / 4~8개 감정 조절 능력이 약간 부족한 단계 / 9개 이상 분노 조절이 힘들고 공격성이 강한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