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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요?

매일 치밀어 오르는 화에 심신이 곤고한가? 자신을 열받게 한 누군가에게 심한 말을 하거나 폭력을 가하는 상상을 하다가 화들짝 놀란 적이 있나? 여기 ‘분노’에 휩싸인 자들을 위한 이야기가 있다.

BYCOSMOPOLITAN2020.11.21

분노도 중독될까?

화가 화를 부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구로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박종석 원장은 분노도 중독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분노에 의한 감정 폭발, 폭력적인 언행이 반복되면 자극에 대한 역치가 점점 낮아지게 됩니다. 즉 사소한 일에도 참지 못하고 화가 나는 ‘내성’이 생기고, 이는 조건화 학습 이론에 기인해 만성적인 습관으로 발전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자기도 모르게 답답하고 예민하며 짜증이 나는 ‘금단 증상’이 생기게 되죠.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분노 중독’에 빠지게 됩니다.” 약 1년 동안 분노의 실체를 끈질기게 추적한 EBS 다큐프라임 〈당신이 화내는 진짜 이유〉에서도 분노가 습관이 되는 까닭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분노를 자주 느끼는 사람일수록 분노에 관계되는 신경의 네트워크가 더욱 활성화돼 나중에는 사소한 일에도 분노 신경이 가장 먼저 자극을 일으킨다고 조언한다. 즉 분노와 연관된 변연계가 자주 활성화될수록 ‘분노 조절을 도와주는 생물학적 브레이크’로 불리는 뇌의 전전두엽 기능이 노화돼 제 역할을 못 하게 된다는 뜻. 작은 자극에도 툭 하면 화를 내는 성격으로 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분노의 악순환 역시 중독을 야기한다. ‘화’를 부른 요인이 사라져도 감정이 쉽게 해소되지 않아 힘든 적이 있었는지? 원인은 ‘아드레날린’에 있다. 진화론에 따르면 동물이 자신을 위협하는 요소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도 즉시 공격이나 방어 태세에 들어갈 수 있도록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각성 상태를 천천히 이완한다. 쉽게 말해 화를 내면서 생긴 ‘각성 상태’가 유지되는 동안엔 분노의 문턱이 낮아져 사소한 일에도 쉽게 감정이 폭발하는 것. 분노는 표출할수록, 반복할수록 더 커진다.
 

내 인성, 문제 있나?

부쩍 자주, 강하게 일어나는 ‘화’의 탓을 코로나19에 돌리는 사람도 있다. 일부는 맞는 얘기다.  미국의 의사, 뇌과학자 등의 심리 전문가들이 만드는 정신 건강 콘텐츠 플랫폼 헬시 사이크(healthypsych.com)에선 사람들이 공포, 불안 등의 부정적 감정으로 인해 스스로 취약하고 통제력이 없는 것처럼 느끼면 이런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에너지가 급증하는 분노 상태로 전환된다고 말한다. 일부 코로나19 감염자들이나 잘못된 신념을 가진 종교 단체를 향한 집단적 분노에도 이유가 있다. 뇌과학자 나카노 노부코는 저서 〈감정 본색〉에서 사람들이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특정 인물과 조직에 책임을 돌리고 공격하는 성향이 있는데, 이질적인 개체를 궁지에 몰아넣고 희생양으로 만들 때 ‘도파민’이 방출돼 집단적인 쾌락,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블루에 책임을 전가하기 전에 원래부터 ‘화’가 잦고 많은지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큐프라임 〈당신이 화내는 진짜 이유〉의 오승배 제작 프로듀서는 동명의 책 서문에서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만든 규칙에 상대방이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다른 사람의 규칙에 나는 부합되는지, 또 내가 세운 규칙에 무조건 상대방을 맞추는 일이 올바른 일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한다.
미국의 변호사이자 25년 넘게 ‘화 다스리기 워크숍(Letting Go of Anger)’을 운영해온 레너드 셰프는 저서 〈나는 오늘부터 화를 끊기로 했다〉에서 ‘화’의 근원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화내는 이유는 단순하다. 요구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요구는 구체적일 수도 있고 추상적일 수도 있다. 일터에서 급여 수령을 원하는 요구는 구체적이지만 다른 이에게 존경이나 사랑을 받고 싶다는 요구는 추상적이다. 어쨌든 이런 요구 중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고 오직 삶 속에서 화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화의 빈도나 강도가 매우 높은 사람, 즉 멀쩡하다가 갑자기 폭발하는 사람들이나, 상식을 넘어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은 대부분 잠재의식에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만성피로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는 이동환 박사는 저서 〈나의 슬기로운 감정생활〉에서 스스로 자기 감정을 알아차릴 새도 없이 돌변하는 이유는 심리적 충격을 잠재의식 안에 저장했다가 비슷한 상황을 만났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 감정이 그대로 튀어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에게 이런 양상의 분노가 있다면 심리 상담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고 잠재의식 안의 감정을 치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종석 원장 역시 자신이 공공장소에서 폭언을 자주 하거나,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는 경우, 운전할 때 과도한 욕설이나 보복 운전을 하는 경우,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와 다투고 퇴사한 경우가 3회 이상 있을 때, 연인이나 가족을 상대로 가스라이팅이나 언어·신체적 폭력을 휘두른 경험이 있다면 병원 상담과 치료를 권한다.
 

화 다루기

분노를 다루는 정신 건강, 심리 전문가들은 ‘화’를 낼 건지 말 건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첫 단계라고 말한다. 화병 스트레스 클리닉의 김종우 교수는 “분노를 선택할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 화를 삭이는 힘, 분노 앞에서 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라고 조언한다. 화가 날 때 잠시 멈추고 생각할 수 있는 기술도 있다. 김종우 교수는 〈당신이 화내는 진짜 이유〉에서 다음의 4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고 권한다. 먼저 문제의 중요성을 따져라. 이 문제가 화를 낼 만큼 자신에게 중요한 일인가? 그다음 ‘내가 이 상황에서 화를 느끼는 것이 적절한가?’, ‘지금의 상황이 화를 내서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는가?’, ‘다른 사람과 나 자신 모두에게 화낼 가치가 있는가?’를 차례로 생각하다 보면 자신을 괴롭히는 고질적인 분노 패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벗어날 수 있다. 화를 거르지 않고 표출하는 대신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것도 조절 방법 중 하나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구체적이고 정확한 이름을 붙여 이성적으로 알려주면 된다. “너의 그 반복적인 실수 때문에 매번 보고서를 컨펌할 때마다 짜증스러운 마음이 든다.” “당신의 그런 말투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고 모멸감을 느낄 때도 있다”라고 ‘표현’하는 것과 “제정신이야? 뇌가 있기는 해?” “XXXXX! XXX XX!” 같은 폭언, 욕설을 내뱉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동환 박사는 자신의 화나는 포인트, 즉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방아쇠를 파악하고 주변에 미리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항상 시간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의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싶은가? 주변에 “나는 이런 상황에 유독 좀 감정 조절이 약한 편이다”라고 미리 알려라.
‘명상’은 모든 정신 건강 전문의, 심리학자, 뇌과학자들이 지지하는 근본적인 분노 조절 훈련법이다. 심오한 수련에 들어가라는 뜻은 아니다. 숨 쉬는 방법만 제대로 익혀도 ‘화’로 인한 각성 상태를 이완하고 분노 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자아 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nicetomeetme.kr)의 명상 카운슬러이자 리숨명상센터의 정민선 원장은 1분이든 5분이든, 혹은 회사 책상 앞이든 시간과 장소 구애 없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몸이 경직될 때 아래의 ‘숨쉬기’를 따라 해보라고 알려준다. “편안하게 앉아 명치를 곧게 편다는 느낌으로 상체를 세우고 눈을 감습니다.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코끝에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의식합니다. 들이쉬는 숨에 천천히 셋까지 숫자를 붙이고, 내쉬는 숨에도 같은 속도로 넷까지 헤아립니다. 마음이 고요해졌다면 그 호흡을 편안하게 유지하면서 날숨에 몸이 긴장된 곳은 없는지 살피고, 힘을 풀어주면 됩니다.” 이런 호흡법에 집중하는 것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서 주의를 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고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 메타 인지를 훈련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메타 인지란 쉽게 말해 ‘지금 현재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다행히 명상 수련의 경지에 이를 필요까진 없다. 이동환 박사는 호흡에 집중하다가 딴생각이 끼어들 때 ‘아, 내가 지금 또 다른 생각에 빠졌구나’라고 깨닫는 것 자체가 메타 인지가 작동하는 순간이라고 귀띔한다. 지금 숨 쉬는 자기 자신을 느끼다가 아까 버스에서 나를 밀친 사람이 생각나면, ‘아, 내가 쓸데없이 과거로 돌아갔구나’ 하고 다시 호흡에 집중하는 것, 그걸 인지하고 돌아오는 과정이 바로 명상이자 감정 조절의 핵심 기술, ‘메타 인지’를 훈련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것. 나의 화를 알아차리는 것 자체에 분노를 다루는 열쇠가 있다.
 
 

나도 분노 조절 장애일까?

✓ 성격이 급하고 금방 흥분하는 편이다.
✓ 내가 한 일이 잘한 일이라면 반드시 인정받아야 하며, 그러지 못하면 화가 난다.
✓ 내 의도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난 적이 여러 번 있다.
✓ 자신이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고 좌절감을 느낀다.
✓ 타인의 잘못을 그냥 넘기지 못해 꼭 마찰이 일어난다.
✓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 화가 나면 상대방에게 거친 말과 폭력을 행사한다.
✓ 화가 나면 주변의 물건을 집어던진다.
✓ 분이 쉽게 풀리지 않아 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 내 잘못도 다른 사람을 탓하면서 화를 낸다.
✓ 중요한 일을 앞두고 화가 나 그 일을 망친 적이 있다.
 
1~3개 어느 정도 감정 조절이 가능한 단계 / 4~8개 감정 조절 능력이 약간 부족한 단계 / 9개 이상 분노 조절이 힘들고 공격성이 강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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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eelancer Editor 류진
  • Design 조예슬
  • photo by Getty Images
  • 기사등록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