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탱크톱 IS BACK

남성 속옷으로 시작해 우여곡절의 역사를 지나 1990년대를 상징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신분 상승한 화이트 탱크톱이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다.

프로필 by COSMOPOLITAN 2023.08.12
CPLUS SERIES

CPLUS SERIES

 
saint laurent.jpgRe/donexhanes.jpgThe Tank Top.jpg

History

‘러닝셔츠’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탱크톱은 실용성과 관능미를 넘나드는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본래 남성성을 상징했다. 1900년대 초의 슬리브리스 스윔 슈트 ‘탱크 슈트(영국에선 수영장을 ‘탱크’라 불렀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탱크톱은 1928년 미국의 언더웨어 브랜드 헤인즈에 의해 남성 속옷으로 재해석돼 출시됐다. 1947년 미국에선 ‘와이프 비터’라 불리기도 했는데, 제임스 하트포드 주니어란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죽을 때까지 폭행한 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 ‘The Wife Beater’를 통해 화이트 탱크톱을 입은 그의 모습이 공개됐다. 이 때문에 화이트 탱크톱은 폭력적인 거친 남성을 상징하게 됐고, 이후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51)에서 말런 브랜도가 탱크톱을 입고 등장해 이 이미지가 더욱 굳어졌다. 한편,  운동 선수들에 의해 운동복으로 활용된 이후 스포츠계의 사랑을 받으며 애슬레틱 셔츠(A-셔츠),  머슬 셔츠(M-셔츠)란 또 다른 이름도 얻게 됐다. 그리고 드디어 1970년대 후반 반항적인 펑크와 퀴어 문화에 힘입어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다(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라!). 이 시기 제인 버킨과 같은 선구적인 여성 패션 아이콘들이 이 아이템을 즐겨 입기 시작했다. 그럼 탱크톱은 언제 하이패션계에 첫발을 들이게 된 것일까? 바로 1990년대! 탱크톱의 신분 상승을 이룬 주역들은 미니멀리즘으로 당대 패션계를 휩쓴 헬무트 랭과 캘빈 클라인이다. 탱크톱의 클린한 화이트 컬러와 미니멀한 디자인, 중성적인 분위기와 실용성에 매료된 두 디자이너는 탱크톱을 런웨이에 즐겨 올리곤 했다. 특히 헬무트 랭의 탱크톱은 네온 핑크 컬러의 오간자, 깃털과 같은 유니크한 디테일을 더해 패션사에 길이 남을 파워풀하고도 아이코닉한 피스로 기록됐다. 이렇듯 탱크톱은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돼 수많은 디자이너에 의해 지속적으로 재해석돼왔다. 2000년대 중반 발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프 드카르냉, 알렉산더 왕, 이자벨 마랑과 같은 록&스트리트 시크 스타일을 선보인 디자이너들에 의해 또 다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긴 세월 침체기를 겪다 지난 2022 F/W 시즌 다시금 화려하게 컴백했다.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의 데뷔 컬렉션 오프닝 룩이었던 탱크톱은 프라다 컬렉션에선 아예 오프닝(카이아 거버)과 클로징(헌터 셰퍼)을 장식하기도. 과거 남자들의 속옷이자 노동자들의 작업복, 펑크족과 퀴어들의 옷이었던 탱크톱은 성별과 계급 그리고 계절(F/W 시즌에 유행한 것을 보라!)을 초월해 이제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자유의 시대를 맞았다. 

 
1977 Jane Birkin 1999 S/S Helmut Lang2007 F/W Balmain2022 F/W Prada

Fashion Icons

탱크톱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다. 1992년 펩시 광고 속 신디 크로퍼드부터 케이트 모스, 제니퍼 애니스톤, 그리고 샬럿 갱스부르까지. 탱크톱을 상징하는 패션 아이콘들을 만나보자.
 

Gwyneth PaltrowAvril LavigneMadonnaJennifer AnistonCharlotte GainsbourgKate Moss

From the Runway

Natasha Zinko.jpgCoperni.jpgFerragamo.jpgStella McCartney.jpg Officine Générale.jpg Bottega Veneta.jpgCourrèges.jpg
지난해 2월, 전 세계 패션계의 이목이 2022 F/W 패션 위크가 열리던 밀라노로 향했다. 보테가 베네타를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다니엘 리의 뒤를 이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임명된 마티유 블라지의 첫 컬렉션이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 기대와 의문이 교차되는 가운데 쇼가 시작됐고, 오프닝 룩이 런웨이 위에 등장했다. 마티유 블라지의 비전과 열정이 가득 담긴 '특별한' 피스가 등장하리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화이트 탱크톱과 블루진을 입은 지극히 심플하고도 베이식한 룩이 올랐다. “실용성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하는 패션 그 이상의 스타일이며, 조용한 힘의 일부죠.” 모든 여성이 한 눈에 반한 매력적인 탱크톱 룩을 선보인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룩이 화이트 셔츠와 블루진을 입은 캐럴린 베셋 케네디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고백했다. 마티유 블라지가 말했듯 탱크톱은 화이트 셔츠나 화이트 티셔츠처럼 높은 실용성과 범용성을 지닌 아이템이다. 또한, 화이트 티셔츠의 청순함과 화이트 셔츠의 모던함 그리고 매니시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디자이너들은 화이트 탱크톱이 화려하게 컴백한 2022 F/W 시즌 이후(물론, 그 이전에도 사랑을 받긴 했지만!) 이 아이템을 더욱 즐겨 디자인하고 있다. 프라다와 더불어 가장 아이코닉한 탱크톱 룩을 창조한 보테가 베네타의 마티유 블라지는 데뷔 이후 단 한 시즌을 제외한 모든 컬렉션에 탱크톱을 중요 피스로 선보여 왔다. 앞서 말한 2022 F/W 시즌의 오프닝 룩에 이어 2023 F/W 시즌엔 클로징 룩으로 탱크톱을 선택할 정도로 애정이 깊다(모두 블루진을 매치한 룩!). 보테가 베네타의 탱크톱과 같은 베이식 디자인이 많았던 2022 F/W 시즌과 달리 최근엔 보다 다채롭게 제안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페라가모와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은 니트 소재로 고급미를 더했고, 토즈는 레더 소재를 선택했다. 코페르니는 라텍스 소재를 선택해 탱크톱에 미래주의를 불어넣었다. 나타샤 징코, 꾸레주, 어웨이크 모드, 1017 알릭스 9Sm, MM6는 컷아웃을 더하거나 디테일을 변주한 유니크한 피스를 선보였다. 물론 보테가 베네타와 더불어 티비, 에르마노 설비노처럼 베이식한 디자인도 마련돼 있으니 걱정 마시길. 이 베이식 탱크톱에 재미있는 레이어링을 더해 특별한 룩으로 만든 디자이너들도 기억해야 한다. 오피신 제네럴은 슬리브리스 니트 톱 위에 탱크톱을 레이어링하는 매력적인 드레싱을 제안했다. 과거 2022 F/W 시즌에 더 로우가 제안했던 드레싱처럼 셔츠 위에 탱크톱을 레이어링하는 것도 좋다. 탱크톱 위에 크리스털 프린지 톱을 덧입은 스텔라 맥카트니의 룩은 레드 카펫에서도 매력적으로 빛날 듯!    
 
Emma CorrinJulie PelipasKendall JennerNora Attal & Mona TougaardGigi HadidBella HadidJenny Tsang
그렇다면 화이트 탱크톱을 어떻게 입어야 할까? 셀렙들의 룩을 살펴보자. 탱크톱은 모델들의 필수품과도 같다. 1990년대의 케이트 모스부터 오늘날의 최소라, 사진 속 노라 아탈과 모나 투가드까지, 컬렉션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패션모델들이 대대로 즐겨 입는 아이템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입기 편하면서도 쿨하고 세련되며 파워풀하니까! 동시대 최고의 패션 아이콘 벨라 하디드, 켄달 제너, 헤일리 비버 또한 탱크톱 마니아다. 이들은 최고의 스타일 메이트 블루진과의 매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드레싱으로 탱크톱을 즐기고 있다. 그중 우아한 오프숄더 톱을 레이어링한 벨라 하디드와 탱크톱을 툭 접어 배를 무심히 드러낸 켄달 제너, 베이식 탱크톱을 가위로 싹둑 잘라 크롭 톱으로 연출한 헤일리 비버의 활용법을 눈여겨볼 것. 이 밖에, 와이드 팬츠와 함께 지극히 모던한 탱크톱 룩을 선보인 패션 디자이너 줄리 펠리파스와 우아한 풀 스커트와도 멋진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증명한 패션 인플루언서 제니 창의 룩도 반드시 기억하자.  

 

Credit

  • Editor 이병호
  • Photo by IMAXtree.com/getty Images
  • Photo by instagrams/pinterest
  • Art designer 진남혁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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