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스타일의 기본이자 시작, 화이트 셔츠의 모든 것

스타일의 기본이자 시작. 베이식 위의 베이식, 에센셜 위의 에센셜인 화이트 셔츠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프로필 by COSMOPOLITAN 2023.04.11
 

HISTORY

과거로 가 어떤 아이템을 창조할 수 있다면, 화이트 셔츠일 거예요. 내게 화이트 셔츠는 모든 것의 시작이자 기본입니다. 나머지는 그다음이죠.
petar petr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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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셔츠와 블랙 타이로 상징되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화이트 셔츠를 진정 사랑했다. 그를 추모하는 프로젝트 컬렉션으로, 카린 로이펠트를 비롯한 절친한 친구들이 디자인한 아이템도 화이트 셔츠였다. LBD가 코코 샤넬의 것이라면, 화이트 셔츠는 칼의 것이다. 물론 샤넬도 화이트 셔츠를 즐겨 입었다. 영화 <코코 샤넬>의 한 장면에서 샤넬은 연인 아서 카펠의 옷장을 뒤져 그의 화이트 셔츠를 입고, 타이를 리본처럼 묶은 뒤 가위로 싹둑 잘라 보 타이를 만든다. 세상을 향한 샤넬의 도전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신. 물론 이 장면 전에도 화이트 셔츠를 입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타이트한 허리 라인과 퍼프 슬리브를 가진 ‘화이트 블라우스’에 가까웠다. 화이트 셔츠의 기원은 남성의 드레스 셔츠. 본래 코트와 웨이스트 코트(베스트) 안에 받쳐 입는 일종의 속옷이었다. 샤넬과 같은 도전적인 여성들이 처음 이 셔츠를 입기 시작했고, 이후 수많은 여배우가 즐겨 입었다. 화이트 셔츠는 그렇게 남성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옷이 됐다. 칼 이외에 화이트 셔츠를 상징하는 디자이너가 또 있다. 바로 캐롤리나 헤레라. 그는 디자인을 할 때도, 패션쇼의 피날레에 설  때도, 인터뷰 사진을 찍을 때도 언제나 자로 잰 듯 완벽하고 우아한 화이트 셔츠를 입었다. 캐롤리나는 화이트 셔츠를 여자들의 훌륭한 유니폼으로 만든 주역 중 하나다. 이후 이 아이템의 모던하고도 미니멀한 미학에 반한 미우치아 프라다, 마틴 마르지엘라 그리고 캘빈 클라인, 헬무트 랭, 도나 카란과 같은 뉴욕의 슈퍼 디자이너들을 비롯한 1990년대의 미니멀리스트들이 런웨이에 앞다퉈 화이트 셔츠를 올리며 베이식&에센셜 아이템 반열에 올랐다. 이후 셀린느의 피비 파일로가 그들의 계보를 이어 멋진 화이트 셔츠를 여자들에게 선사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이 위대한 아이템을 평생토록 사랑한 위대한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한국의 전설적 디자이너 진태옥. “화이트 셔츠는 저의 시작이자 마지막입니다.” 이 거장이 평생을 바쳐 사랑한 화이트 셔츠는 도대체 여자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저는 화이트 셔츠가 애착 이불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좋아하죠.”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Security Blanket’.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화이트 셔츠는 여자들과 절대 뗄 수 없는 영원한 애착 이불이지 않을까?
 
▲ 1953 Audrey Hepburn
<로마의 휴일> 속 앤 공주의 화이트 셔츠 룩은 패션사에 길이 남을 룩!
 
▲ 1997 S/S Calvin Klein
1990년대 디자이너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화이트 셔츠.
 
▲ 2014 Pre-fall Chanel
아서 카펠의 화이트 셔츠를 입은 샤넬이 연상되는 룩.
 
▲ 2018 F/W Carolina Herrera
캐롤리나 헤레라의 은퇴 쇼에선 화이트 셔츠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From the Runway

화이트 셔츠는 하얀 도화지와 같다. 입는 사람의 개성을 오롯이 드러내는 점이 그렇고, 그림을 그리고 종이접기를 하듯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무한히 담아낼 수 있는 점이 또 그렇다. 디자인의 재해석이 무궁무진한 화이트 셔츠는 소재와 실루엣, 디테일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품는다. 하지만 어떠한 디자인이라도 특유의 모던한 세련미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화이트 셔츠가 오랜 세월 우리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의 런웨이엔 어떤 화이트 셔츠가 등장했을까? 기본 화이트 셔츠의 담백한 매력을 전한 UJOH, 오버사이즈 디자인을 제안한 티비와 스텔라 맥카트니, 쿠레주(미니드레스로 연출한!)는 베이식 화이트 셔츠의 위대한 가치를 전한 컬렉션. 빅 커프스 디테일로 매니시한 멋을 강조한 피터 도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린 듯 예술적인 일러스트가 더해진 고셰르의 화이트 셔츠는 남자들도 탐낼 만큼 매력적이다. 발렌티노의 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는 넓은 품의 화이트 셔츠와 오프숄더 화이트 셔츠를 풀 스커트에 우아하게 매치했고, 오버 셔츠를 미니드레스로 연출했다. 플리츠 디테일이 유니크한 N˚21의 셔츠엔 낭만이 가득했고, 자크뮈스의 크롭트 디자인은 지극히 동시대적이다. 드레스 못지않은 화려한 피스로 재탄생한 디자이너들도 있다. 알라이아의 피터 뮬리에는 후디드 셔츠로 화이트 셔츠를 변형해 드라마틱한 룩을 완성했고, 에르뎀은 뷔스티에 디테일로 쿠튀르적인 피스로 셔츠를 승화시켰다. 재킷과 코트, 케이프로 변형한 루도빅 드 생 세르냉, AC9, 사카이의 피스도 인상적. 화이트 셔츠를 해체해 슬립 톱과 뷔스티에, 독특한 톱으로 변형시킨 조나단 심카이, 애슐린, 비베타의 아방가르드 정신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수많은 화이트 셔츠 중 에디터의 마음을 빼앗은 피스가 있다. 바로 앤드뮐미스터의 룩. 화이트 셔츠를 시어하고 타이트한 니트 톱과 드레스 안에 구겨지게 레이어링했는데, 베이식 셔츠도 유니크하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컬렉션이다.
 

How to Wear the White Shirt?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화이트 셔츠에는 그 무엇이든 잘 어울립니다.
화이트 셔츠를 향한 빅토리아 베컴의 무한한 사랑이 느껴지지 않나? 빅토리아는 디자이너로 변신한 이후 화이트 셔츠 마니아가 됐다. 자신이 즐겨 입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적극 이용한다. 마치 자신의 우아하지 못한 과거(지독한 트렌드세터였던)를 깨끗이 지우려는 듯, 새 하얀 화이트 셔츠를 입고 지적이며 세련된 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있다. 화이트 셔츠는 빅토리아를 비롯한 동시대 패션 아이콘들이 사랑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먼저 오버사이즈 화이트 셔츠를 재킷으로 활용하는 것이 대세다. 치노 팬츠와 매치된 더 로우의 미니멀 클래식 룩을 완벽하게 소화한 켄달 제너의 스타일도 좋고, 쇼츠와 러닝화, 볼캡으로 화이트 셔츠를 쿨 드레스다운한 헤일리 비버의 스타일도 좋다. 빅토리아처럼 화이트 셔츠와 대비를 이루는 블랙 슬랙스를 함께 입으면 극강의 모던한 룩을 완성할 수 있다. 화이트 셔츠는 스타일의 멋진 주연이지만, 동시에 훌륭한 조연이기도 하다. 베스트에 화이트 셔츠를 겹쳐 입은 벨라 하디드와 켄달 제너처럼 재킷이나 스웨터, 슬립 드레스에 레이어링하면 사계절 내내 입을 수 있다. 그렇다면 파티에서도 화이트 셔츠를 입을 수 있을까? 물론이다. 최근 우머 서먼과 젠다야가 화이트 셔츠에 맥시 롱스커트를 매치해 세련된 레드 카펫 룩을 선보인 바 있다. 벨라 하디드처럼 볼드한 벨트를 두르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Credit

  • editor 이병호
  • photo by IMAXtree.com/Getty Images/Instagram
  • art designer 진남혁
  •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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