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리팬스(OnlyFans)는 영국에서 시작된 구독 서비스 플랫폼으로, 원하는 계정에 월 단위로 구독료를 내면 해당 계정의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온리팬스에 가입한 사람은 1억 명이 훌쩍 넘으며, 크리에이터 수는 200만여 명에 달한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종류의 콘텐츠를 위한’ 플랫폼이지만, 온리팬스의 과감한 개방성을 배경으로 플랫폼 안에 새로운 포르노 산업이 움트기 시작했다. 이런 탓에 포르노 사이트가 아님에도 온리팬스를 ‘요즘 핫한 성인 영상물 플랫폼’ 정도로 인지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국내에서 기사화된 젊은 영국 부부처럼 자발적으로 포르노를 찍어 올리는 사람도 많지만, 온리팬스는 N번방에 악용됐던 트위터 일탈계가 그랬듯 허점이 많은 플랫폼이다. 이미 온리팬스 내에서는 성 영상물 산업이 발달하며 그 부작용으로 성 착취물 등 불법 콘텐츠의 문제가 불거졌다. 2021년 8월경 온리팬스 측은 플랫폼 내 지속적인 아동 성 착취물이나 인신매매 등에 대한 위험성 때문에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 지원에 문제가 생기자 2021년 10월부터 성적 콘텐츠를 퇴출시키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가, 투자 지원 약속을 받자마자 이를 철회했다.
음란물 금지 계획 발표 일주일여 만에, “온리팬스는 다양성을 인정하며 모든 장르의 콘텐츠 제작자에게 터전을 제공한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말이다. BBC는 온리팬스 내부 관리자들을 취재해 실제로 온리팬스 내에서 구독자가 많은 계정은 부적절한 성 영상물을 게시해도 계정 삭제 전에 경고 조치를 다른 계정보다 한 번 더 주는 등 특혜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성학 연구자 권김현영은 “우리가 이전까지 성 산업에 대해 꾸준히 얘기했던 논리를 온리팬스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구독이라는 시스템으로 콘텐츠가 보호되잖아요. 포르노를 만드는 과정에서 폭력 등의 범죄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방법 등도 논의되지 않았고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죠. 영국에서 포르노가 합법이라 그게 필요 없다기보다 전에 없던 플랫폼이 탄생했다는 게 포인트죠”라고 말한다. 다시 영국의 온리팬스 크리에이터 부부 이야기로 돌아오면, 영국에서는 포르노 제작이 합법이기 때문에 이들 부부는 당당하게 ‘포르노를 만들어 돈 벌 자유’를 얘기한다.
한국 구독자들은 온리팬스 전용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온리팬스 계정의 후기를 공유하는데 종종 “계정 풀네임 올리는 거 금지라고요”라는 핀잔, “대체 왜 한국은 포르노가 불법이야?” 하는 푸념이 세트를 이뤄 등장한다. 물론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원할 때 벗고, 원할 때 섹스하고, 원할 때 야동을 보고, 원치 않을 때 이 모든 걸 쉽게 끊어낼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그건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소망이다. 다만 자유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이 서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비로소 형성된다. 한국에서 포르노가 불법인 건 한국이 성 문화에 보수적인 ‘유교 국가’라서일까?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아니, 애초에 한국에서 포르노가 과연 제대로 ‘불법’ 취급을 당하고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온리팬스에 야동을 올려 돈을 버는 운영자는 신고당하면 법적으로 처벌받지만, 단순 시청자는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는다. 현행 음란물법은 성 영상물을 제작·유통한 사람에 한해 처벌하기 때문이다.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 착취물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며 메신저 오픈 채팅방에서 영상물을 필터링하는 ‘N번방 방지법’이 생기긴 했지만, 온리팬스에 적용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플랫폼 내 미성년자 대상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온리팬스는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하물며 한때 불법 촬영물이 활발히 유포되던 소라넷 유저들은 제대로 처벌받았던가? 아직도 디지털 성범죄 사범들이 집행유예 같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기 일쑤다. 권김현영 연구자는 “한국에서 포르노를 비롯한 성 산업의 합법화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미 다들 거의 합법처럼 즐기고 있으니까요. 한국만큼 성 산업 규모가 크고 이렇게 성매매가 보편적인 남성 문화처럼 여겨지는 나라도 흔치 않습니다.
지긋지긋하게 남성 중심적인 사회예요. 남성의 성욕이 한 번도 제대로 제어된 적이 없는 사회죠”라고 말한다. “온리팬스가 기반을 둔 영국에서는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할 경우 현행법상 평생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는 수준의 처벌을 받아요. 우리가 지켜본 한국의 실정과 달라도 너무 다르죠.” 온리팬스는 만 18세 이상이 되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성인 인증 절차도 까다롭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성년의 기준이 만 19세임을 감안하면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 10대는 이미 불법 성 영상물 산업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사이버 성폭력 불법 유통망·유통사범 집중단속’을 실시한 결과 성 착취물, 불법 촬영물, 불법 합성물 등을 공급하거나 거래한 사람이 4명 중 1명꼴로 10대였다고 밝혔다. 또 실제로 지난해 10월경 30대 남성이 SNS로 남성과 여성을 모집해 음란물을 제작한 뒤 온리팬스에서 판매했다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으며, 여성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이미 “제2의 N번방 온리팬스 사건의 국제 공조 수사를 요청한다”라는 골자의 청원이 한 차례 올라온 바 있다.
온리팬스가 벌써부터 제2의 N번방으로 불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N번방의 주범자들이 그랬듯, 호기심에 ‘일탈계’를 만든 10대들을 협박하거나 꾀어내 성 착취물을 생산하고 유통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권김현영 연구자는 “전고운 감독의 영화 〈내게 사랑은 너무 써〉를 보면 고3 여자 주인공이 남자 친구를 만나러 고시원에 갔다가 옆방에 사는 남성에게 강간을 당해요. 이때 남성은 주인공 ‘목련’에게 ‘너 남자 친구랑 섹스한 거 부모님께 이른다’라고 협박하죠. 거기에 ‘목련’이 아무 대처를 못 해요. 지금 한국 10대들은 성범죄에 너무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어요”라고 말한다. “다양한 장르의 독자적인 크리에이터와 팬들을 이어주며 새로운 커넥션을 형성한다”는 온리팬스의 지향점은 윤리적으로 회색 지대에 놓여 있다.
영미권에서는 영화배우 벨라 손, 래퍼 카디 비 등 유명 연예인이 직접 계정을 개설하며 화제가 됐다. 10대 청소년 입장에서는 충분히 혹할 만하다. 계정 수익의 20%를 플랫폼이 수수료로 가져가는 분배 구조이기 때문에 플랫폼 내에서 포르노 산업이 횡행하고 있음에도 온리팬스가 이를 사실상 묵과한다는 비판도 있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온리팬스는 성 착취, 인신매매 등의 가학적인 불법 콘텐츠가 성행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경고’ 조치만 취하고 실제 계정을 삭제하지 않는 등 안일한 대처를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미성년자의 경우 직접 크리에이터 계정을 만들지 않아도 구독자 계정 프로필에 선정적인 사진을 올리며 자신의 ‘서비스’를 홍보하기도 한다. 온리팬스가 성 노동자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수입을 벌어들이는 플랫폼이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포르노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성 상품화해 이윤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논리다.
틀린 말은 아니다. 성 노동자 당사자에게 성적 자기 결정권, 즉 성을 이용해 돈을 벌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성 노동자의 일은 몸에 대한 통제권을 구매자에게 넘기는 게 아니라, 주어진 시간 안에 노동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성적으로 섹시하게 어필할 때, 그 선택권은 오롯이 성 노동자 혹은 포르노에 참여하는 배우들에게 있다. 이들은 어떤 플레이를 하고 어떤 플레이를 하지 않을지 선택할 수 있고, 구매자나 상대 배우의 강압적인 행동에 대해 반항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성매매나 포르노 산업 자체가 철저히 젠더화된 산업이라는 것이다. 모두에게 똑같이 성적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는 사회라면 왜 유독 여성 판매자와 남성 구매자의 비율이 훨씬 높고, 포르노에서는 여성의 몸만을 강조할까? 권김현영 연구자는 “성적 자기 결정권이란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쓰여야 한다”라며 선을 그었다. “영국에서 온리팬스를 통해 포르노를 판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논의가 형성됐다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거의 100%의 확률로 그 논의가 변질될 거라 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과 미성년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존재할 공간이 없다고 봐요.” 법적으로 여성에게도, 이론상으로는 10대에게도 성적 자유와 자기 결정권이 있어야 마땅하지만, 그 자유가 구성될 사회적 합의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소라넷 초기를 생각해보세요. 처음에는 부부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스와핑하기 위해 만든 커뮤니티였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산업화됐죠. 스와핑을 권하는 남편들과 (이에 응할 수밖에 없는) 아내들의 (불공정한) 교환 구조가 형성됐고, 결코 건전한 판타지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지 못했어요. 당장 여성들은 불법 촬영 같은 범죄에 실시간 노출돼 있는데, 남성들은 그렇지 않죠. 불법 촬영을 당한다 해도 그 영상물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없잖습니까? 여성과 남성의 성에 대한 사회정치적 맥락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여성에게도 물론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다.
섹시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고, 누군가 나와 섹스하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는 그 평범한 욕망 말이다. 일탈계를 운영하거나 야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여성들이 결코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다. 권김현영 연구자는 “우리 모두 버닝썬 사태를 지켜보았죠. 강남의 클럽이 운영되는 원리가 그거예요. 여성들이 ‘입장 뺀찌’ 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예뻐 보이게 꾸미고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가요. 자발적으로 하는 행동이죠. 그런데 클럽 안에 들어가는 순간 이 여성들이 손님처럼 취급될까요? 그 안에서 여성들은 접객원 취급을 받는 겁니다. 섹시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VIP 룸에 앉히려 하고, 여성들은 선택받고 싶어 하는 존재가 되는 거죠”라며 여성들이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성적 자기 결정권이 침해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음을 지적한다.
“만약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어졌다면, 그것을 왜 그동안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 해요. 자유를 향유하기 위해 어떤 문화와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필요하다는 거예요. 무작정 모두가 똑같이 즐기자고만 할 순 없는 노릇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