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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산책 애호가들이 추천하는 서울의 숲 산책 코스 4

바야흐로 피톤치드 충전의 계절! 산책 애호가들이 추천하는 서울의 동서남북 숲 산책 코스.

BYCOSMOPOLITAN2021.07.09
 

NORTH COURSE

안국역 → 삼청공원 → 창의문
서울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원도심을 가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메트로폴리스 중 하나다. 명동의 고층 호텔에서 눈을 돌리면 인왕산, 북악산, 도봉산, 수락산, 아차산, 관악산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멋진 산은 청와대 뒤쪽에 병풍처럼 버티고 선 북악산이다. 북악산을 즐기기 위한 가장 낭만적인 코스는 안국역에서 시작한다. 카페 ‘노티드’의 도넛과 ‘다운타우너’의 햄버거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지나 정독도서관을 향해 걷는다. 시간이 허락하면 ‘국제갤러리’도 기웃거려보고 청와대 쪽으로 올라가 ‘바라캇 컨템포러리’와 ‘PKM 갤러리’가 있는 팔판동 갤러리 골목도 걸어본다. 한옥과 신한옥, 다가구주택이 얼기설기 엮여 있는 가회동의 비탈진 마을 전경을 감상하며 삼청동 끝자락에 다다르면 비로소 숲이 시작된다. 삼청공원 안으로 성큼 들어가 ‘말바위쉼터’라 적힌 푯말을 찾는다. 공원 여기저기 흩어진 생활 체육 시설에 기대 몸을 푸는 할머니들과 인사를 나누며 말바위쉼터에 오르면 탄성이 절로 터진다. 날씨 좋은 날이면 남쪽으로는 롯데월드타워가 치솟은 서울 시내가, 북쪽 한양도성 돌담 너머로는 성북동의 정겨운 동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숙정문을 지나 백악마루로 오르는 길에는 틈틈이 뒤를 돌아볼 것을 권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소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 백악마루를 지나면 부암동과 인왕산 절경이 눈에 들어오는데, 서울의 서편 얼굴도 동편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박세회(〈에스콰이어〉 피처 디렉터)

 
 
 

WEST COURSE

‘앤트러사이트’ 합정점 → 망원 한강공원 → 노을공원
등산이 꼭짓점을 향한 반직선처럼 공격적이라면, 숲을 향한 산책은 한붓그리기에 가깝다. “인간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만 걷는 것이 아니다”라는 일본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말처럼, 주말에는 나도 노을공원을 향해 구불텅구불텅 예쁜 폐곡선을 그려본다. 출발할 때는 동네에서 커피를 가장 먼저 내리는 ‘앤트러사이트’에 들른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쪽 들이켜고, 절두산순교성지 안쪽까지 단숨에 진입한다. 이곳에는 강변북로의 차들을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 벤치가 있어 좋다. 뒤로는 100년 전 순교자들을 향해 기도드리는 신자들이, 앞으로는 무섭게 달리는 차들과 한강, 여의도의 마천루 등이 서로 다른 레이어를 이루고 있다. 땅을 밟고 있는데도 3D 안경을 쓴 듯, 살짝 멀미가 나는 기분을 즐기다 망원 한강공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한강의 야외 체력 단련장에는 어르신들이 훌라후프를 돌리며 체력을 다지고 있다. 오렌지빛 성산대교를 지나 노을공원으로 향하는 구름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녹음이 시작된다. 강변북로의 차 소리가 흡사 계곡물 소리처럼 들리는 이곳은 〈6시 내고향〉에도 소개된 적 없는 나만의 산책 맛집. 기분 좋게 숨이 가빠지는 500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드디어 노을공원에 도착한다. 사시사철 다양한 행사를 해 늘 관광객으로 가득한 근처 하늘공원과 달리 노을공원은 별다른 이벤트가 없어 좋다. 심심해서 더 좋은 이곳의 구릉을 심호흡하듯 한 바퀴 돌고 나면, 출발할 때 눅눅했던 마음들이 햇볕에 넌 빨래처럼 바짝 마른다. -유천(〈라디오 북클럽〉 PD)

 
 
 

EAST COURSE

중랑천 산책로 → 서울숲 → 성수동 카페 거리
내가 사는 응봉동에서 중랑천 변을 따라 난 산책로는 흔한 말로 ‘동네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벤치에 앉아 손바닥만 한 문고본을 팔락팔락 넘기다 보면 시끄러운 차도가 지척에 있다는 사실이 금세 잊힌다. 또한 이 주변은 철새 보호 구역이기도 하다. 몸을 뒤틀며 펄떡이는 잉어들, 바위 위에서 일광욕하는 거북이, 물속에 부지런히 부리를 담그는 철새들까지, 그야말로 현대판 십장생도가 따로 없다. 산책길은 중랑천교를 건너 한강 동남쪽 둔치로 이어진다. 성수대교 방향으로 조금 걷다 보면 한강에서 성수대교 북단을 거쳐 서울숲으로 이어지는 육교가 나온다. 육교에 오르면 강변북로와 한강, 건너편 빌딩숲까지 일대가 한눈에 담긴다. 서울숲으로 방향을 틀면 그 유명한 서울숲 사슴 떼가 등장. 사슴의 안부를 확인하며 서울숲으로 들어선 다음부터는 사실 정해진 코스가 없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이리저리 나 있는 길을 걸을 뿐. 사실 서울숲에서 ‘숲’이 주는 고즈넉함을 느끼기란 쉽지 않은데, 성수동이 서울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서울숲 안에도 힙스터들의 업템포가 넘실거리는 까닭이다. 그럴 때면 나도 함께 템포를 끌어올려, 근처 ‘블루보틀’에서 아이스라테 한 잔 마신 뒤 천천히 숲을 빠져나오곤 한다. 중랑천의 선캡을 쓴 아주머니들과 땀에 흠뻑 젖어 달리는 청년들, 주인을 따라 나온 귀여운 강아지들과 함께 발을 맞추다 보면 어느덧 사람 냄새 나는 재개발구역의 비탈길로 돌아와 있다. -정아진(‘Speeker’ 콘텐츠 디렉터)

 
 
 

SOUTH COURSE

양재시민의숲 2번 출입구 → 야외 결혼식장 →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14년 전 나는 양재시민의숲에서 결혼했다. 숲 안에 있는 야외 결혼식장이었는데, 식사하는 하객들 머리 위로 송충이가 툭툭 떨어지던 것이 기억난다. 이후 이곳 근처에 둥지를 튼 나와 남편은 여전히 숲을 함께 걷고, 가끔 우리가 결혼한 장소를 둘러보고, 그때보다 더 울창해진 나무들을 바라보며 우리가 무사히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한다. 바쁜 일상에 지칠 때면 ‘참, 근처에 숲이 있었지!’ 하고 한 손에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고 숲으로 타박타박 걸어 들어간다. 우리의 산책은 보통 2번 출입구에서 시작된다. 도로변에 있지만 하얀 구름다리를 건너는 순간, 커다란 숲이 모습을 드러낸다. 왼편에는 농구 코트, 오른편에는 테니스 코트가 있고 길을 따라 좀 더 들어가면 예약제로 운영되는 바비큐장이 나타난다. 숲을 크게 한 바퀴 돌기 위해서는 포장된 길을 따라 걸어가야 하지만 우리는 그냥 중간을 가로지른다. 흙을 밟으며 마음 가는 대로 걷는다. 나무는 울창하지만 숲 자체는 크지 않아서, 어떻게 걸어도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팔짱 낀 연인들, 캐치볼을 하는 아빠와 아들, 그늘 아래 누워 단잠에 빠진 사람들. 숲 끝으로 가면 야외 결혼식장이 나오고 그 옆에 매점이 있다. 남편과 함께 파라솔 아래 앉아 컵라면을 먹는다. 매점에서 사 먹는 컵라면이 그렇게 맛있다. 숲에서 휴식을 충분히 즐겼으면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 들를 것을 추천한다. 지난해 박물관으로 승격, 시설이 잘 정비돼 있다. -호야(편집숍 ‘포터블롤리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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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강보라
  • illustrator 오지연
  • art designer 조예슬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