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절친이었던 친구와의 관계 때문에 고민이에요. 학창시절부터 서로에 관한 모든 일상을 공유하며 둘도 없는 베프로 지내왔는데,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서로 다른 일을 하고, 관심사도 달라지면서 예전만큼 각별하지는 않게 됐어요.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쯤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순간 순간 친구 때문에 화가 나고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친구는 학창시절 때처럼 저의 행동이나 일상을 하나하나 태클을 걸며 빈정거리고 농담을 하는데, 그게 이제는 못참을 정도 수위에 이르렀거든요. 이제는 그녀의 농담이 웃기지도 않고, 왜 서로 존중하지 않고 서로를 공격하는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지 만날 때마다 짜증이 나요. 게다가 지금 솔로인 그녀는, 제가 알콩달콩 연애하는 모습조차 빈정거리기 일쑤고, 저에게 다정다감하게 대하는 남자친구조차 의처증이 우려된다는 악담까지 하더군요. 이 관계에 대해서 스트레스가 심하다보니 그녀와 멀어지고 싶은 마음 뿐인데 매일 연락해오는 그녀와의 관계, 어떻게 해야 하죠?"- S양(29세, 절친과 거리를 두고 싶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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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아마도 지금 그런 고민이 드는 이유는...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성장을 하게 됩니다. 고등학교 때는 그 친구가 태클을 걸고 빈정거려도 그러려니 하고 참았던 것입니다. 나 자신에 대해서 나 스스로 낮게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런 경우 남이 나를 웃음거리로 삼아도 함께 웃으면서 넘어가고는 합니다. 일종의 자학심리인 것이지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대인관계의 폭이 좁습니다. 어느 학교에 다녀야 할지, 어느 반에 속해야 할지 타인이 다 결정을 합니다. 이 학교에 마음에 드는 친구가 없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오늘은 이 학교에 다니고, 내일은 저 학교에 다닐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반에 나와 뜻이 맞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오늘은 이 반에 가서 수업을 들었다가 내일은 저 반에 가서 수업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내가 개성이 뚜렷한 경우 나와 맞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점이 있더라도 나와 일정 부분 맞는 부분이 있으면 참고 절친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대인관계의 폭이 넓어집니다. 나와 취미가 맞고 취향이 맞는 사람을 찾아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올라갑니다. 그러다보니 고등학교 때 절친이 나를 비웃고 조롱하는 것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것입니다. 대인관계란 옷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내가 자그마했을 때는 맞았던 옷도 내가 커지면 맞지 않습니다. 새 옷을 입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나의 자아가 크게 되면 과거에는 나와 어울리던 친구가 더 이상 맞지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절친은 더 이상 만나지 마세요. 대신 나와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이를 만나세요.
그 친구가 지금 S양을 조롱하는 이유는 어쩌면 시기심에서 비롯될 수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나와 비슷하던 친구가 남자친구도 사귀고, 자신의 분명한 관심사도 생기면서 열심히 사는 것이 부러운 것입니다. 따라서 그 친구는 만나면 만날수록 더욱 더 S양을 힘들게 할 것입니다. 그 친구가 뭐라고 하건 만나지 마세요. 그렇다고 딱 잘라서 절교를 선언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타인을 괴롭히는 친구들은 뒷끝이 작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싸우고 그만 만나거나 절교를 하는 경우 끝까지 괴롭히고 인신공격을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그냥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당분간 거리를 두세요. 그리고 나를 진정으로 위해주는 진실한 이들에게 마음을 쓰세요. 나에게 해로운 관계라면 그것이 친구든 가족이든, 애써 이어나갈 이유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