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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멍'과 '물멍'이 대세!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만드는 '이로운 멍'의 세계

생각에서 벗어나 허공을 응시하는 행위, 잠시 넋을 잃고 현재에서 이탈하는 상태만이 ‘멍 때리기’의 전부일까? 뇌의 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하며 마음 근육을 더 단단히 만드는 ‘이로운 멍’의 세계로 안내한다.

BYCOSMOPOLITAN2021.06.04
 

'멍'의 힘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응시한다. 타오르는 장작불에 넋을 실어 보낸다. 바람에 나뭇가지가 휘청이는 것을 바라본다. 눈앞의 대상은 흐려지고 무언가를 보고 있지만 아무것도 보지 않는 상태. ‘멍 때리는 일’을 떠올릴 때 연상되는 장면들이다.
 
‘멍 때리기’가 정신 건강에 좋은 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들여다보거나 염려해본 적 있는 이라면 잘 아는 사실이다. 예전엔 그런 행위가 핀잔(“정신 똑바로 차리고 집중해라”)을 부르는 구실이었다면 지금은 과활성화된 뇌에 쉴 틈과 스트레스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주고 다시 효율적으로 일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유익한 행위라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물론 실제로도 그렇다).
 
하버드 대학교 정신건강학의학과 교수이자 맥린 병원 공황장애연구 책임자 스리니 필레이 박사는 저서 〈멍 때리기의 기적〉에서 이 정신적 상태를 ‘비집중’이라고 정의한다. 즉 ‘뇌를 준비하고 충전하고 조정해서 필요할 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휴식시키는 과정’으로 이끄는 ‘비집중’이 신경학적으로 타당하며 효용 있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넋은 내팽개치고 혼은 지구 바깥으로 보낸,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시간’을 성스러운 의식처럼 치러야 할까? 뇌에 쉴 틈을 주는 비집중 상태로 들어갈 좀 더 지속적이며 창의적인 방법은 없을까? 코스모가 뇌과학자, 심리 전문가들과 함께 현명한 멍의 세계, 뇌의 여유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집중의 스위치를 꺼라

집중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성취를 이루게 하는 원동력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때로는 우리의 상황에 불리하게 작용하며 무기력을 야기하기도 한다. 필레이 박사는 인간이 모든 대상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대상을 지각하지 못한다는 사실, 즉 뇌가 스스로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집중할 대상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자신이 평소 뇌의 휴식을 고려하지 않는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미래에 일어날 상황의 중요성을 뇌가 최소화해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는 ‘과잉 집중’, 편협한 사고와 회복되지 않는 피로, 정신의 탈진을 가져오는 ‘집중 중독’ 상태에 빠진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 집중이 자신이 하는 일, 혹은 인생의 방향 등을 클로즈업해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준다면 비집중은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각을 선사한다. 멍 때리기, 즉 비집중 상태가 일과 삶의 속도를 더디게 하고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아니라, 뇌의 활동을 복구해 자신의 사고 회로에 에너지를 불어넣고 피로를 감소시키며 자아 존중감을 강화하는 훈련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뇌를 초기화하라

멍 때리기는 뇌의 활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신경정신과 전문의 파라호크 박사는 우리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뇌는 사실상 쉬지 않는다고 말한다. 즉 우리가 비집중 시간을 갖는 동안 흩어진 기억을 하나로 모으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며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미국 워싱턴 대학 의대 마커스 레이클 교수 역시 “인간의 뇌는 생각에 몰두할 때 활동이 줄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일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 있다”라는 연구 결과로 이 이론을 뒷받침한다. 신경과학자들은 이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고 칭한다. 구로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박종석 원장은 적절한 뇌 휴식이 집중력과 주의력, 인지 능력을 높이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 뇌의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은 집중력, 주의력, 인지 능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만성적이며 지속적인 스트레스, 과도한 집중은 노르아드레날린의 불균형을 초래하죠. 우리가 정신의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뇌는 노르아드레날린 분비를 재정비하고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합니다. 컴퓨터의 바이러스나 악성 코드를 제거하면 처리 속도가 빨라지는 것처럼 규칙적이며 적절한 휴식은 우리 뇌를 더 건강하게 하고, 회복 탄력성을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좋은 멍과 나쁜 멍을 구별하라

계속되는 야근, 풀 틈 없이 누적된 피로로 자주 ‘멍’한 상태에 빠지는가? 그런 멍은 몸과 뇌의 회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로운 멍은 능동적으로 비집중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의 뇌 재활 전문 치료사 스가와라 요헤이는 저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에서 나쁜 멍과 좋은 멍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뇌가 힘들어서 활동을 멈춘, 쉬는 것도 일하는 것도 아닌 상태와 스스로 규칙을 정해 사수하는 비집중 시간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스타일, 한번 집중하면 좀처럼 쉬지 않고 계속 일을 이어나가는 유형이라면 자신이 곧잘 빠지는 비집중의 질을 수시로 체크할 것.
 
 

멍 스케줄을 짜라

우리의 정신은 하루의 절반가량 동안 해야 할 일, 중요한 임무에서 벗어나 자질구레한 일 사이를 방황한다. 필레이 박사는 이 정신적 방랑을 효율적으로 조절하고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즉 ‘비집중 시간표’를 짜라는 뜻이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많은 전문가가 45분 일한 후 15분 휴식하는 사이클을 권한다. 중요한 건 시간 배분보다 스스로 세운 ‘비집중 시간’을 일과 일상으로부터 철저히 분리시키고 지키는 데 있다. 업무는 상황에 따라 스케줄을 조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지만, 비집중 타이밍은 제대로 지켜야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30분이든 45분이든 90분이든, 자신에게 맞는 집중 시간을 찾아 그 시간을 보낸 후엔 (일이 아무리 잘되더라도) 쉬기로 한 시간에 하던 일을 멈출 것. 또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일상에서 벗어나는 활동을 하고, 2~3시간의 ‘자율 시간’을 확보해 원하는 일을 즉흥적으로 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 것.
 
 

향기로 호흡하라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에서 아로마테라피와 명상을 이끄는 변정은 카운슬러는 후각을 통한 향의 흡입이 우리의 뇌와 몸을 빠르게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후각은 오감 중 유일하게 뇌의 시상을 거치지 않고 정서 조절의 기능을 하는 변연계로 전달됩니다. 후각의 전기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0.2초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아로마테라피가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며 활동하는 뇌의 스위치를 잠시 꺼두고 휴식의 상태로 곧장 전환하는 경험을 도와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향으로 비집중의 상태에 들어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편안한 자세를 취한 후 좋아하는 아로마 에센셜 오일을 손에 덜어 전체적으로 향을 퍼뜨린다. 눈을 감고 1~3분간 들숨, 날숨에 집중하며 자연스럽게 호흡한다. 향을 맡기 전, 후의 느낌을 알아차리며 다양하게 일어나는 감정과 감각을 관찰하다 보면 편안한 상태가 된다.
 
 

자신과 대화하라

많은 뇌과학자가 연구를 통해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뇌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며, 비집중 상태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때 자신을 1인칭이 아닌 2인칭이나 3인칭으로 부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대화 상대’로 인지해야 집중 모드에서 깨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필레이 박사는 기존의 생각과 관점, 태도에서 벗어나는 ‘리프레이밍(관점의 전환)’을 활용해 대화하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일을 하다가 난관에 부딪혔을 때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어”라는 말 대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까?”와 같은 긍정적인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 박사는 우리의 뇌가 부정적인 언어로 지시받을 때 원하는 것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긍정과 격려의 언어로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보자.
 
 

생각 사이를 자유롭게 방랑하라

허공을 응시하는 행위만이 멍 때리기는 아니다. 틀과 한계, 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 사이를 떠도는 것 역시 비집중 상태 중 하나다. 어떤 일을 실행할 때 좀처럼 진전이 되지 않는다면 그 일을 수행하는 장소에서 물리적으로 벗어나보자. 그 후 무의식 상태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바로 창의적인 비집중 상태에 안착하는 방법이다. 뇌 연구자 루이기 아그나티는 다양한 과정과 경험을 거치면서 궤도를 바꾸거나 기존의 아이디어, 의견을 조금씩 만지작거리다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즉 해결책을 상상하는 활동이 문제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생각의 방랑은 그 시간과 장소를 전략적으로 확보했을 때 더 빛을 발한다. 스티브 잡스, 유발 하라리 등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이들이 집중 상태를 내려놓기 위해 1년에 몇 주 이상 몸과 마음이 마음껏 방황할 수 있는 환경에 자신을 데려다 놓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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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하예진
  • freelancer editor 류진
  • illustrator Natalia Volgina
  • art designer 조예슬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