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생수병 대신 수돗물을 마셨어요

교과서적인 분리배출, 쓰레기 줍기, 일주일 비건 도전. ‘친환경 라이프’ 실천이 이렇게 쉽다는 걸, 더구나 유쾌하고 상큼 발랄할 수 있다는 걸 유튜브 <쓰레기 왕국>은 증명한다.

BYCOSMOPOLITAN2021.04.05
 
음식을 살 때 필요한 다회 용기와 음료를 담기 위한 텀블러, 그리고 카메라. 이제는 촬영을 나갈 때뿐만 아니라 외출 시 두 사람이 챙기는 필수품이 됐다.

음식을 살 때 필요한 다회 용기와 음료를 담기 위한 텀블러, 그리고 카메라. 이제는 촬영을 나갈 때뿐만 아니라 외출 시 두 사람이 챙기는 필수품이 됐다.

쓰레기 왕국. 채널명이 매우 강렬해요. 그에 반해 영상은 마치 만화 일기를 보는 것처럼 사랑스럽고요.
맹지혜(이하 ‘지혜’) 사실 채널 이름과 캐릭터 모두 저희와 연관이 있어요. 주변 친구들이 모두 자취를 하는데, 골목골목마다 생활 쓰레기가 정말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이 많은 쓰레기가 대체 어디로 가는 건지 상상해보니 섬뜩했어요. 그렇게 저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지구가 ‘쓰레기 왕국’이라고 생각해서 이름을 지었죠.
안혜미(이하 ‘혜미’) 처음에는 다큐멘터리 형식도 고민했지만 긴 논의 끝에 ‘우리는 너무 삭막하거나 진지하게 가지 말자’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래서 직접 일러스트도 그렸어요. ‘안파카’는 제가 동물 알파카를 닮아서 지은 거예요. 지혜는 반려동물로 햄스터를 키우고 있어 ‘맹스터’가 됐고요. 실제로 햄스터를 닮기도 했어요.(웃음)
 
 
콘텐츠를 기획하는 방식이 궁금해요.
지혜 우선 많은 책과 논문을 읽었죠. 개인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하고 대화했어요. 그 첫 시도가 올바른 분리배출이었죠. 칫솔, 아이스팩, 화장품 공병 등을 제대로 버리는 법을 알린 ‘어떻게 버릴까’ 시리즈도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실천 범위를 넓혀나가다 보니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도 많이 생겨요. ‘전단지 크러시 챌린지’ 때는 전단지를 주우면서 코팅 없는 전단지가 나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혜미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알게 되는 정보가 많아요. ‘수돗물 챌린지’도 정말 웃겼어요.‘생수병을 사서 마시는 대신 이제부터 수돗물을 마셔보자!’ 해서 수질 검사를 받고 시작했죠. 근데 처음엔 음용 가능이라고 했는데도 뭔가 찝찝한 거예요.
지혜 심지어 ‘음용 가능’이라는 스티커가 수도 앞에 붙어 있는데도요.
혜미 싱크대에서 컵에 수돗물을 받아 마신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어색했어요. 우리나라는 왠지 수돗물은 더럽고, 생수는 깨끗하다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래서 한동안 친구들도 저희 집에 놀러 올 때 각자 생수병을 사들고 왔었죠. 분명 괜찮다고 했으면서.(웃음) 지금은 다들 물 마시러 싱크대 앞으로 잘만 가요. 저희는 온 일상이 환경을 중심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환경을 덧붙인 느낌으로 가고 싶었어요. 내가 지금 하는 일상적 행위의 대안점은 뭐가 있을까를 계속해서 생각해보는 거예요.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혜미 정말 많이 바뀌었죠. 다회 용기를 챙겨 오지 않았는데 길거리 음식이 너무 먹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 날조차도 비닐봉지를 절대 받지 않고 손에 꾸역꾸역 들고 가요.(웃음)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땐 픽업을 선택해 다회 용기를 가져가 받아 와요. 사실 이런 것들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조금씩 습관을 들이고, 차근차근 바꿔나가려고 해요.
 
 
현실도 무시할 수 없죠. 개인이 노력한다고 해도, 사실 국가나 기업에서 큰 변화가 있지 않으면 어려운 부분도 있으니까요.
지혜 2025년이면 지구의 쓰레기 매립지가 포화 상태에 이른대요. 정부나 기업, 큰 단체에서 분리배출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유튜브를 통해 알리려는 것 중 하나가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이에요. 제도와 잘 맞물리면 더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텐데, 현재까지는 그 점이 좀 아쉽네요.
혜미 그래도 요즘은 프랜차이즈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서 개인 컵을 사용하면 몇 퍼센트 할인해준다거나, 플라스틱 빨대나 종이컵도 규제한다는 관련 기사가 자주 등장해요.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죠. 1년 전,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만 해도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미미했어요. 그사이 코로나19 여파로 쓰레기 문제가 한 번 더 대두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 같아요. 코로나19는 내가 발 딛고 사는 이 세계에 대해 한 번씩 고민하게 만든 사건이니까요. 그만큼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유튜브라는 특수성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을 좀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나요?
혜미 초반만 해도 구독자의 연령대가 20대 후반에서 40대였어요. 지금은 10대, 그러니까 중·고등학생들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죠. 연락도 많이 와요. 주변의 제로 웨이스트 숍을 추천해달라고 한다거나, 학교에서 환경을 위해 어떤 실천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 등등 적극적인 질문을 많이 해주셔서 너무 좋아요.
지혜 저희 주변도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유튜브를 통해 이런 걸 한다고 하니까 친구나 가족들이 알아서 저희에게 스며들었죠. 집에 놀러 올 땐 꼭 다회 용기에 음식을 담아 온다든지, 함께 놀 때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오히려 더 신경 써요. 우리의 메시지가 존중받고 있는 것 같아 기뻤어요. 그렇게 지금 저희가 공부하고 실천해나가는 일상이 다른 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으면 좋겠어요.
 
 

 
Who?
맹지혜&안혜미 고등학교·대학교 시절 단짝. 한강에서 전단지를 줍거나 수돗물 마시기를 시도하는 등 평범한 일상 속에서 환경을 위해 소소한 변화를 실천하고 유튜브 채널 〈쓰레기 왕국〉에 그 과정을 기록한다.
 
 
 
 

Keyword

Credit

  • editor 김예린
  • freelancer editor 이소미
  • photo by 윤지용
  • stylist 엄아름
  • hair 박수정/ 오종오
  • makeup 이아영/ 조혜민
  • art designer 김지은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