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추구하는 노브라의 가치에는 동의하지만, 유두를 드러내는 것은 꺼리는 이들을 위한 절충안. 유두 패치 덕분에 한층 더 당당하게 ‘노브라’를 외칠 수 있게 됐다.
과거에 생리는 숨겨야 하는, 부끄러워해야 하는 일로 여기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또한 생리대 발명 이전에 여성들은 생리 기간 중 활동적인 일을 하는 데 제약이 있었지만, 휴대용 생리대가 생겨나면서 생리 현상을 위생적이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생리대는 신체적 자유는 물론 수치심과 사회적 편견에서도 여성을 해방시키며 삶에 궁극적인 능동성을 부여했다.
화학적인 피임이 가능해지면서 여성은 계획하지 않았거나 원치 않은 임신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피임약 덕분에 임신 걱정 없이 성관계를 하며 쾌락에 집중했고, 원하는 시기에 임신을 조절하면서 가족계획은 물론 커리어와 교육에 대한 미래도 계획한 대로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었다.
바이브레이터는 여성에게 자위를 선사했고, 자위는 여성에게 쾌락을 추구하고 스스로 책임지며 통제하는 성적 자율권을 부여했다. 영화 〈히스테리아〉에는 의사가 성욕을 잃고 우울해하는 여성 히스테리증 환자들을 오르가슴에 이를 때까지 마사지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의사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손목터널증후군 때문에 바이브레이터를 발명한 것으로 묘사된다.
1800년대 타자기의 등장으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여성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 타자기는 추후 컴퓨터로 발전되며 여성을 새로운 근무 환경과 확장된 고용 영역으로 이끌었다.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금주 운동의 목적은 사실상 술보다 ‘살룬(saloon, 술집)’과 남편의 폭력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남편들이 살룬에 가서 술을 퍼마시며 돈을 탕진하고 외도를 하며, 만취한 채 가정 폭력을 휘두른다는 인식이 만연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당시 여성은 투표권이 없었기에 거리에서 시위하며 금주법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진보적인 페미니스트 운동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뉴질랜드는 세계 최초로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자치 국가다. 1893년 8월 11일에 뉴질랜드 의회에 상정된 여성참정권 청원은 여성사의 기념비적 사건으로 기억되며, 청원서가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조선 중기의 여류 화가 신사임당은 진취적인 여성이자 예술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5만원권의 모델이 됐다. 한국 최초의 화폐 여성 모델은 1962년에 발행된 100환짜리 지폐에 등장한 한복을 입은 여성으로, 조폐공사에서 근무했던 일반인 여성과 그의 아들 사진이 담겼다. 두 지폐 모두 가장 위대한 여성, 어머니를 담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자전거가 여성들의 새로운 취미로 부상하면서 여성들은 거추장스러운 여성복을 벗고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의복에 눈을 돌렸다. 페달에 걸리는 긴 치마 대신 갈라진 치마를 입거나, 품이 넉넉하며 다리 사이를 졸라 맬 수 있는 바지인 니커보커스를 입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의 신체에 요구되는 압력을 타파하고 이동성을 확장한다는 지점에서 자전거를 타는 여성은 해방된 현대 여성의 상징이 됐다.
신용카드는 경제력 획득을 통한 여성의 자립과 자유를 상징했다. 1970년대까지 독신 여성이 신용 대출이나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아버지와 동행이 필수였을 만큼 여성의 경제권이 낮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바클리 은행이 1966년에 여성을 타깃으로 발급한 신용카드인 바클리카드는, 여성이 주체적으로 가계를 관리할 수 있는 ‘권력’이 돼줬다.
영국 최초의 여성 경찰 에디스 스미스는 임명 당시 남성 경찰과 달리 수갑과 경찰복을 받지 못하는 차별을 받았다. 팔뚝에 끼는 완장만이 그녀가 경찰임을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그럼에도 에디스 같은 여성 경찰들은 역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했고, 치안 유지 영역에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공고히 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영국 최초의 여성 지서장이 탄생한 건 이로부터 딱 100년 후다.
서양의 가정주부들에게 미니 자동차는 미니스커트 못지않은 혁신이었다. 남편과 대중교통에 의지하지 않고도 사회활동을 하고 이동할 수 있게 된 일상의 변화는 여성에게 가정을 벗어난 새로운 자유가 주어졌음을 의미했다. 미니 자동차의 성공 이후 여성과 젊은이를 겨냥해 더 작고 저렴한 자동차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 그 방증이다.
1840년대에 여성 여행자들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기차에 도입됐으며, 현재는 세계 각지의 대중교통에 등장하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전용 칸이 성차별이 불가피하다는 전제를 수긍할 뿐이라 지적하는데, 현실적으로 여성의 이동성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믿고 탈 수 있는 안전한 교통수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