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겨울이 끝나간다. 봄이 오는 것도 좋지만 미식가들에겐 겨울이 가는 것이 더 아쉽다. 맛있는 바다 음식이 슬슬 끝물을 향하기 때문이다. 그런까 이 겨울이 가기 전 꼭 먹어보자. 지금 먹지 않으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하는 바다 음식들.
고흥 나로도항은 예부터 삼치로 이름을 날린 포구. 일제강점기에는 삼치 파시가 열릴 정도였다. 일본인들은 나로도항을 삼치잡이 전진기지로 삼았는데, 그들이 최고로 친 삼치가 바로 나로도 삼치였다. 도시 사람들은 삼치를 주로 구이로 먹지만 삼치는 역시 회로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 삼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방식의 활어회가 아닌 선회로 즐긴다. 삼치는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삼치회를 먹는 방식은 고장마다 약간씩 다른데, 고흥 사람들은 두툼한 돌김 위에 큼직한 삼치회 한 점을 올린 뒤 양념장을 곁들여 먹는다. 양념장은 간장과 고춧가루, 마늘, 설탕에 청주와 깨를 곁들여 만든다. 삼치회는 쫄깃한 식감으로 먹는 회가 아니다. 처음 먹는 사람은 약간 푸석푸석하고 무르다고 느낀다. 그래서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는 음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해지는 삼치회는 한 번 맛본 사람을 곧장 마니아로 만들어 버린다. 고슬고슬한 밥 한 숟갈에 고추냉이를 조금 얹고 그 위에 삼치회를 올리고 먹어도 맛있다.
주소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항길 151 서울식당
문의 061-835-5111
━
시원하고 개운한 겨울 탕의 최고봉 - 거제 대구탕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는 속담도 있듯, 찬바람이 부는 겨울은 대구에 맛이 제대로 드는 때다. 탕, 찜, 조림, 부침, 젓갈 등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는 대구는 버릴 부위가 없어 ‘바다의 소’로도 불린다. 대구로 만든 다양한 음식 중에서 겨울에 먹으라면 단연 탕이다. 생대구의 머리와 몸통, 고니, 알을 넣고 미나리, 마늘 다진 것을 푸짐하게 넣어 끓이면 꼭 곰탕처럼 국물이 뽀얗게 우러난다. 맛은 담백하고 시원하고 개운하다. 구수한 맛도 끝에 남는다. 내장은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하다. 외포항 한 켠에는 대구탕을 내는 집이 열 곳 넘게 모여 있다. 대구탕 거리로도 불린다. 소금만으로 간을 해 깊고 그윽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주소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2길 26 외포효진횟집
문의 055-635-6340
━
타닥타닥 석화가 익어가는 소리 - 장흥 굴구이
장흥 관산읍 방면에 굴구이 집이 늘어서 있다. 아무 집에 들어가도 맛있는 굴구이를 먹을 수 있다. 불판 위에 굴을 한가득 올려놓고 장갑을 끼고 둘러 앉아 굴을 까먹는다. 익으면 굴 껍질이 자연스레 벌어지는데 그 크기에 놀란다. 그리고 굴 한 알을 집어 입 속으로 가져가면, 진부한 표현이지만 바다가 한 가득 밀려오는 느낌이다. 굴전과 굴을 가득 넣고 끓인 라면도 안 먹으면 후회한다. 장흥 굴구이에는 ‘술도깨비’라는 장흥 막걸리를 곁들이면 더 좋다.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굴 한 입을 까 먹고 있노라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내 알 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주소 전남 장흥군 관산읍 고마리 41-4 사계절 굴구이
문의 061-867-2088
시원하고 매콤새콤한 물회 한 그릇 - 포항 물회 물회는 고기를 잡느라 바쁜 어부들이 한 끼 식사를 빨리 해결할 요량으로 먹던 음식. 방금 잡은 물고기를 회쳐서 고추장 양념과 물을 넣고 훌훌 마셨던 데서 유래됐다. 처음에는 어부들 사이에서 유행했다가 차차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포항물회’라는 지방특유의 음식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포항식 물회는 처음에는 생선과 채소를 고추장에 버무려 비빔회처럼 자작하게 먹다가 나중에 물을 부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국물이 많은 물회와는 사뭇 다르다. 맛도 고추장을 듬뿍 넣어 양념맛이 강하다. 기호에 따라 참기름과 식초를 넣어 먹기도 한다. 껍질을 벗기고 굵은 뼈를 대충 추려내고 듬성듬성 썬 가자미 물회가 지금 가장 맛있을 때다. 식감이 거칠지만 고추장 양념과 어우러져 씹을수록 단 맛이 퍼져나온다.
주소 경북 호항시 북구 해안로 189-1 환여횟집
문의 054-251-8847
━
죽음을 각오할 정도로 달고 단 맛 - 경주 감포 복어회
중국의 시인 소동파가 ‘죽음과도 바꿀 맛’이라고 칭송했던 복어. ‘복어는 먹고 싶고, 목숨은 아깝고’라는 일본 속담도 있는 걸 보면 복어가 예로부터 미식가들의 사랑을 얼마나 받았는지 알 수가 있다. 보통 복은 봄이 제철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겨울이 가장 맛있다. 아마도 이는 산란기인 2~3월 강을 거슬러 오르는 황복 때문에 생긴 선입견이다. 복어는 겨울 생선 치고는 담백하다. 일반 회와는 달리 접시의 무늬가 비칠 정도로 얇게 썰어내는데 단단한 살은 씹을 수록 단맛이 깊게 우러나온다. 간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어서는 안 되고 달콤한 폰즈에 살짝 찍어먹는 것이 좋다. 복어를 넣고 국을 끓이면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해장국이 만들어진다. 경주 감포함에 자리한 은정횟집은 3대째 복회를 내고 있는 집이다. 서울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하니 경주 여행을 간다면 꼭 맛보도록 하자.
주소 경북 경주시 감포읍 감포로6길 22 은정횟집
문의 054-744-8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