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어깨 부상 당한 BTS 슈가를 홀로그램으로 MAMA 무대에 소환한 사람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BYCOSMOPOLITAN2021.02.03
 

비브스튜디오스 감독 이현석

컴퓨터그래픽스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제작하는 ‘비브스튜디오스’에서 가상 융합 기술 XR 콘텐츠와 애니메이션 연출을 맡고 있다. ‘동공지진’을 넘어 마음을 흔드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작년 초 세상을 떠난 딸 ‘나연’을 VR을 통해 다시 만나는, VR 특집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가 화제였다. 얼마 전에는 ABU상 TV다큐멘터리 부분 대상을 수상했더라. 기술이 한 개인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MBC 김종우 PD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휴먼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있는데 유가족과 세상을 떠난 딸 ‘나연’을 VR을 통해 만나게 해주고 싶다며 이를 실제로 구현해줄 수 있겠냐는 거였다. 기획 단계부터 여러 가지 예상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사별한 가족이 잠시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하나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프로그램 속에 구현된 ‘나연의 집’이나 그 밖의 연출이 굉장히 감성적이라고 생각했다.
콘텐츠 제작은 8가지 이상의 기술을 융합시켜야 했기에 매우 지난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기술적인 이슈보다 집중했던 건 두 모녀의 이야기를 콘텐츠에 녹여내는 것이었다. 두 모녀가 처음 만날 때 ‘어디서 어떻게 만나고, 만나서 어떤 추억을 쌓고 또 어떻게 다시 이별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 가장 큰 기준이었다. 나연이가 천국에서 사는 집은 어떤 모습이어야 어머니가 안심하실까? ‘나연이는 어떤 옷을 입고, 주변엔 어떤 아름다운 것들이 함께 있어야 할까?’ 하는 고민을 수도 없이 했다.


〈2020 MAMA〉 에서는 방탄소년단 ‘슈가’를 홀로그램으로 소환하기도 했다.
연출적인 부분에서는 AR과 VR을 동시에 적용했다.  리얼 타임 AR 기술을 이용해 무대 위에 가상의 폭죽을 터뜨리고, 리얼 타임 VR 기술로는 한정된 실내 공간을 야외 공간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여기에 피사체의 움직임을 360도로 촬영해 3D 데이터화시키는 ‘볼류매트릭’이라는 기술을 사용했다. 어깨 부상으로 무대에 참석하지 못할 아티스트를 사전에 촬영했는데,  이 과정에서 무대 위 아티스트와 가상 아티스트 간에 이질감이 생기지 않도록 노이즈를 없애고 데이터를 최적화했다. 실시간으로 렌더링하는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쉬운 게 어디 있겠나. 방송이 나간 후 많은 팬분들이 응원해주셔서 오히려 힘이 됐다.


방송뿐만 아니라 최근 VR 영화 〈볼트: 체인시티〉로 영화제에 초청됐고,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닥터 X〉가 호평받기도 했다.
오랜 시간 클라이언트를 위해 일하다가, 대중을 상대로 처음 작업한 작품이 〈볼트: 체인시티〉였다. 그 작업을 하며 스스로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목말라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뒤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콘텐츠 제작에 좀 더 힘을 기울이게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내 시장을 확장하고, 대중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마블과 디즈니에서 감동을 받듯이 말이다.


기술적인 부분 외에 콘텐츠 전반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나? 대화하면서 기술만큼이나 감성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까지 기술을 딱딱하고 차가운 것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콘텐츠가 들어가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화 제작 과정과 비슷하다. 단계별로 매우 세분화돼 있다는 뜻이다. 크게는 사전 제작, 제작, 후반 작업으로 나뉘지만, 단계 안에서도 각각의 전문적인 역할이 필요한 과정이 있다. 보통은 3~50명 이상의 아티스트들이 한 작품에 참여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 제작 단계에서의 기획과 연출이 매우 중요하다. 뚜렷한 줄기가 있어야 각 포지션의 담당자들이 이에 맞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무자에게 가장 짜릿한 순간은 언제인가?
그 모든 힘든 순간을 거쳐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잠시 안도감이 들긴 하지만 그 순간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있다. 완성된 작품이 대중을 만나고, 또 이들이 좋은 평가를 해줄 때다. 사실 이 분야의 종사자들, 특히나 영상 작업을 하는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이 이야기에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가장 힘든 순간은?
엄청난 작업량보다 힘든 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다. 좋은 아이디어로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이 아무리 서로 잘 협력한다고 해도,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완성 후에도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근무 환경뿐만 아니라 한 개인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변화했다. 실무자의 입장에서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유저들이 집 밖에 나오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온 거다. 자연스럽게 우리도 비대면 콘텐츠로 초점이 맞춰진 상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제작 방식을 시도하게 됐고, 덕분에 개발자, 리얼 타임 엔진 유저 등 새로운 기술 커리어를 가진 전문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대표적인 예가 리얼 타임 엔진에 VR과 AR 기술을 융합해 제작한 KIA 카니발 론칭쇼 〈Carnival on AR〉이다. 실제 차와 가상의 차가 만들어낸 쇼였다. 각 분야의 새로운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면서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서로의 생각과 아이디어까지 주고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감독의 관점에서 최근 가장 인상 깊게 지켜본 작품이 있다면?
작년 4월, 트래비스 스캇이 ‘포트나이트’라는 FPS 게임 속에서 공연했다. ‘포트나이트’라는 게임 플랫폼 중 하나가 메타버스(Metaverse)가 된 건데, 메타버스란 웹의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사회·경제·문화적 활동을 하는 것처럼 가상과 현실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뜻한다. 전 세계 어디서든 아무 때나 접속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건 이러한 가상 세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이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 단순한 콘텐츠 감상 외에도 문화·예술·경제적인 활동까지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
궁극적으로 이 모든 건 인류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한 거다. VR 콘텐츠의 가장 큰 장점은 몰입감 있는 인터랙션이다. 이런 기술을 통해 좀 더 폭넓은 주제로 VR 인터랙티브 애니메이션을 제작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비브스튜디오스의 일원으로서 만들고 싶은 가상 세계가 있다면?
매번 그 목적에 맞게 제작하려고 하지만, 이런 상상을 할 때도 있다. 그래픽이나 디자인은 매우 만화스러운 캐릭터인데 그 캐릭터에 AI를 적용해서 실제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게 하면 어떨까?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또 다른 판타지 세계가 펼쳐질 거다. 이처럼 우리가 앞으로 개발할 콘텐츠는 점점 진짜 같은 가상, 꿈같은 현실이 될 거라고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