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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애인의 친구와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할까?

“너 아직도 내 전 남친 인스타 언팔로우 안 했니?” 전 애인의 친구, 친구의 전 애인과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할까?

BYCOSMOPOLITAN2020.11.20
오랜만에 만난 남사친 A가 느닷없이 말했다. “너 아직 B 인스타 언팔 안 했더라? ‘좋아요’는 또 왜 자꾸 눌러?” 여기서 B란 A의 전 여친으로, 둘은 얼마 전 4년 연애 끝에 각자 제 갈 길 가기로 했으나 나와도 워낙 오래 본 사이라 여전히 친하게 지낸다. “별것도 아닌 일에 발끈한다”며 웃어 넘겼지만 “내가 네 전 남친이랑 어울려 다니면 넌 기분이 어떨 거 같아?”라는 뼈 있는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나의 연애가 끝났다고 해서 애인의 친구와도 몽땅 선을 그어야 하는 걸까? 내가 내린 결론은 ‘아니다’다. 한때는 베프였던 연인이 증발한 것도 공허한데, 한 시기를 함께 보냈던 친구들까지 끊어내야 한다면 감내해야 할 인간적 상실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제는 남이 된 전 남친과 그의 친구, 그 사이에 낀 관계가 불편하진 않냐고? 여기 ‘전 애인의 친구 따위 없다, 내 친구만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원래 다 같이 친구였던 관계가 아니라, 오직 전 애인을 매개로 알게 된 친구들과 인연을 이어가는 데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그 합당한 사정에 설득당한다면, 당신도 전 애인의 친구와 ‘찐친’이 될 수 있다.
 
 

원래 누구 친구인 게 뭐시 중헌디

포토그래퍼 K는 거의 대부분의 연애에서 전 남친의 친구들과 인연을 이어나가는 편이다. 연애가 끝났다고 해서 그 연애와 관련된 모든 관계를 끊어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지나간 연애는 과거일 뿐이고 그의 친구들은 현재의 저와 관계를 맺어나가는 거니까요.” 그녀는 애초부터 그들과 친구가 된 건 전 남친과 관계없이 서로가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 남친의 친구 중에 저와 성향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애초에 친해질 수 없지만, 잘 맞는 이들과는 ‘남친의 친구’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호감과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와는 비록 헤어지긴 했지만 전 그 친구들을 ‘전 남친의 친구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친구가 된 계기는 분명 전 남친이지만 나와의 개인적인 관계는 그와 연애를 할 때든, 연애가 끝났을 때든 별개라고 생각하거든요.” 가장 최근에 헤어진 전 남친과의 끝은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만약 전 남친이 불편해한다 해도 불편함은 그의 몫이지 제가 눈치 볼 일은 아니에요. 이제는 제 친구가 된 사람들이 제게 안 좋은 기억을 남긴 전 남친과 계속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 역시 제가 관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 애인의 친구, 남녀차별이 필요해

그래픽디자이너 J는 전 남친과 이별 후에 그의 여사친과 더 친해지게 됐다. “전 남친 C는 형제 많은 집의 장남 같았어요. 나이 많은 ‘미우새’라 친한 친구들은 다 장가가고 주로 동생뻘인 친구가 많았는데, 늘 술자리에 이들을 부르곤 했죠. 저는 서로의 지인이 얽히지 않은 외딴섬 같은 연애를 선호하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가끔은 부른다고 달려오는 그들이 얄미울 때도 있었어요. 그러다 그와의 연애가 끝나고 어느 날 혼자 여행을 갔는데, 그 무리 중 한 명에게 DM이 온 거예요. 마침 자신도 같은 곳에 여행을 왔다며, 제 IG 스토리를 보고 연락했더라고요. 이틀 정도 함께 여행하다 보니 당연히 친해졌죠, 뭐. 연애할 땐 왠지 시누이 같아 어려웠는데, 이제는 자매처럼 돼버렸달까요.” J는 그 밖에도 친하게 지내는 전 남친의 친구가 많지만, 이 관계에서만큼은 남녀차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 남친의 남사친과는 철저히 선을 긋는 주의다. “대학 때 동아리 CC였던 전 남친과 이별 뒤에도 그룹으로 친하게 지냈는데, 저의 동아리 베프인 B와 사귀더라고요. 불편해서 둘 다 보지 않게 됐어요. 남녀 사이의 우정은 언제든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만은 그런 ‘개족보’를 만들고 싶지 않아요.”
 
 

부질없거나 구질구질하거나

부질없는 미련이 동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스타트업 CEO인 R은 남몰래 전 여친과의 재회를 꿈꾼다. 전 여친의 친구들은 그녀와 다시 만날 수 있는 통로이므로 인연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다. “실은 그녀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거든요. 다행히 전 여친과 그녀의 친구 무리는 대부분 교포라 우리가 헤어진 뒤에도 이런저런 자리에 저를 쿨하게 불러줬어요. 그들과 어울리는 자리에 전 여친이 올 때도, 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저는 그 친구들이 부르면 버선발로 달려 나가요. 혹시 모르잖아요, 그녀랑 다시 잘될지. 그렇게라도 종종 전 여친을 보고 싶어요.” 구질구질한 막장 드라마도 빠질 수 없다. 요가 강사인 S는 전 남친의 친구가 전 남친과 절교해 둘이 함께 그를 욕하다 절친이 됐다. “전 남친과 그의 친구 P는 동업하다 원수가 됐어요. ‘인친’이라 SNS로 안부를 묻고 지내다 따로 한번 만났는데, 전 남친이 나를 만날 때 바람피운 일화를 전해주더라고요. 그가 한의원에 다녀왔다는 날엔 목에 물리치료 자국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키스 마크를 숨기기 위한 위장이었지 뭐예요. 심지어 바람피운 상대도 한의대 학생이더군요. 아무리 절교했다지만 술김에라도 전 남친의 과거에 대한 TMI를 늘어놓는 P도 참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아시죠? 남 욕 같이 하면 빨리 친해지는 거.”
 
 

전 애인의 친구와 ‘찐’ 우정을 나누려면

셋의 친구 사이가 재정립될 때는 연인 관계였던 두 사람 사이에 낀 친구의 역할도 중요하다. 중간에 있는 사람이 처신을 잘해야 된다는 얘기다. 당사자들은 원하지 않는데, 저 혼자만 ‘사람이 좋아’ 이쪽도 만나고 저쪽도 만나다가 괜한 말을 옮기거나 알고 싶지 않은 서로의 근황을 전하며 ‘넌씨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난제에 대해 애매한 선을 정리한 연애 관계 전문가도 있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러브 코치 수전 윈터는 미국 〈엘리트 데일리〉 인터뷰에서 친구의 전 애인과 친구로 지낼 때 중요한 전제는 친구의 마음을 괴롭게 하지 않는 것이라 조언한다.  “ 어쩌면 친구의 전 애인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우정의 룰’을 깨뜨리는 것일지도 모르죠. 그러니 우선 친구가 당신과 자신의 전 애인의 관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이야기 나누는 게 중요해요. 서로의 속내를 알지 못하면 상대는 당신이 편 가르기 하듯 그의 편에 섰다거나 우정이 변했다고 여길 수도 있거든요. 이런 상황일수록 정직해야 합니다. 어쭙잖게 양쪽 모두에게 의리를 다한답시고, 한쪽을 만날 때 다른 쪽에게 숨기는 식으로 만나서는 안 돼요.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친구와 솔직히 얘기하세요. 그것이 평화를 지키는 지름길입니다. 무엇보다도 남녀의 문제에는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두 사람과 얽힌 관계의 맥락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친구 모두와 진심으로 친구로 남고 싶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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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하예진
  • Design 오신혜
  • Photo by Stocksy / Getty Images
  • 기사등록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