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사유리의 출산, 여자들이 열광하는 이유

결혼 상대를 찾는 대신, 정자은행을 찾았다.

BY김혜미2020.11.17

"2020년 11월 4일 한 아들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위주로 살아왔던 제가 앞으로 아들 위해서 살겠습니다."
 
사유리가 엄마가 되었다. 사유리답게 출산조차 뻔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싶어 결혼 상대를 찾는 대신, 정자은행을 찾았다.  
 
평소 난자를 냉동보관해둘 정도로 아이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은 수차례 밝혀온 사실. 단, 그녀가 급히 출산을 감행한 것은 생리불순으로 찾은 산부인과에서 '난소 나이가 48세다'라는 진단 때문이었다. 마음이 급해졌고, 자연임신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서 결혼하는 것은 어려웠어요."
한국에서는 미혼 여성에게 정자 기증을 해주는 병원을 찾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에서는 모든 게 불법이에요. 결혼하는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해요." 그녀는 결국 본국인 일본으로 건너가 정자은행에 보관되어있던 정자를 기증받았고, 지난 4일 3.2kg의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
 
출산 2주차. 자신을 쏙 닮은 아이로 인해 너무나 행복하다는 사유리. 그녀의 이와 같은 행보는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결혼은 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는 낳고 싶다' 는 생각을 하는 여성들에게 하나의 롤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결혼하는 것은 정상이고 나머지는 비주류인 사회에서 결혼이 아니어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서 보기 좋다', '내가 딱 원하던 삶의 모습이다. 결혼은 하고 싶지 않고 아이만 낳아서 살고 싶다'와 의견을 피력하며 그녀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는 여성들이 대다수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직 국내에서는 사유리와 같이 '자발적 비혼모'가 되는 삶은 불가능하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정자를 기증 받아 출산하는 것이 불법인 상황.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은 '사회적 편견'에 근거한 잘못된 판단이라고 이야기한다. "모부가 둘이 함께 하지 않으면 아이가 정상적으로 클 수 없다는 생각은 정상성에 기반한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비혼모임 에미프의 강한별 공동대표의 의견이다.  
 
또한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과연, 사유리가 한국 여성이었다면?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할 것인지, 자신의 몸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을 위해 최선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한국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난임 지원이나 정자 기증을 받는 게 안되는 나라. 한국은 원치 않은 임신을 중단하면 안되는 나라. 한국은 피임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도 교육받지도 못하는 나라. 한국은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신발 깔창을 사용하는 청소년이 있었던 나라. 한국은 제도 안으로 진입한 여성만 임신, 출산에 대한 합법적 지원이 가능한 나라.'라며 비판했다.
 
결혼 없는 출산을 택한 사유리. 국내에서도 그녀의 행보에 공감하며 지지하는 여성들이 많은 만큼 관련 법안의 변화가 시급한 것이 분명하다. 여성이 스스로 가정의 형태를 직접 선택하고 꾸릴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는 방법의 고민은 분명 필요할 것이다. '낙태를 하는 것만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도 인정해줬으면 좋겠어요.' 사유리가 남긴 말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