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그놈이 온다

그 누구도 반기지 않는 귀환. 조두순이 12월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다. 그가 감옥에 있던 12년 동안 세상은 바뀌었을까?

BYCOSMOPOLITAN2020.10.29
 

12월 조두순이 만기 출소한다.

그의 출소 날짜는 D-××× 식으로 종종 언론에 보도됐다. 사건 발생 당시 초등학생이던 피해 아동은 어느덧 대학생이 됐다. 사실 조두순의 출소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가 최종 재판을 받던 순간부터 조두순의 출소일은 2020년 12월로 정해졌고, 그동안 12년의 시간이 있었다. 그사이 무엇이 바뀌었을까?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정치인들은 각종 법을 만들겠다고 난리다. 지난해 3월, 표창원 의원의 발의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의 출소 이후 전자발찌 부착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형벌 불소급’ 원칙에 따라 조두순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가 출소 후 피해자가 사는 경기도 안산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안산시는 조두순 재범 방지를 위해 CCTV 3800대를 증설하고 무도 실무관 6명을 긴급 채용하기로 결정했고, 법무부는 조두순 전담 보호관찰관을 지정했으며, 경찰은 조두순 집 근처에 초소를 설치해 24시간 순찰하기로 했다. 인근에 살고 있는 피해자 가족, 주민들의 호소와 분노에 따른 대처다. 조두순을 피해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피해자 가족을 돕기 위해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가 진행한 모금 운동에는 1억8천만원가량의 돈이 모였다. 정부와 정치인이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했던 12년 전과 다르지 않다. 
 
이은의 변호사는 “법적인 근거 없이 전과자라는 이유로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보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또는 조두순에게 주거와 직업 등을 제공하고, 다른 제안을 하는 것이 실효성 있다.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건 조두순의 보복 범죄뿐 아니라 재범이다. 단순히 이 사람 하나를 밀어내면 된다는 접근보다는 그가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법무부가 제출한 사전 면담 보고서에 따르면 조두순은 출소 후 안산에 거주하는 배우자에게 돌아가 “막연히 일용 노동을 할 것”이며 구체적인 생활 계획이 없다고 한다. 더불어 그의 불안정한 생활 상태가 예상돼 재범 위험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어느 주에서는 성범죄자 집 앞에 팻말을 설치하고, 자동차에는 딱지도 붙여놓는다. 정부는 범죄자에 대한 낙인, 피해자의 보호 중 무엇이 우선인지 확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이 변호사는 말한다.
 
당장의 조두순 재범 방지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대대적인 법령 정비도 필요하다. 여성가족부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들어가 성범죄자 정보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이를 캡처하거나 다른 곳에 퍼뜨리면 처벌받는다. 관련 정보를 휴대폰으로 확인하려면 각종 인증을 받아야만 로그인이 가능하다. 양형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상습적으로 아동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가 있는 30대 남성이 7200개월, 600년형을 선고받았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양형 기준은 죄목 하나하나를 따져 형기를 누적으로 합해 선고하는 누진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극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1급 모범수’로 복역해 가석방을 노리는 뻔뻔한 범죄자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어떤 일이 있어도 사적 복수는 안 됩니다. 억울한 일이 있다고 찾아가서 때리고, 분하다고 찾아가서 총을 쏘면 여긴 짐승의 세상이 될 겁니다.” 몇 년 전 종영한 드라마 〈추적자〉의 대사다. 최근 성범죄자로 지목된 사람의 신상 정보를 무단 공개하는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자가 얼마 전에 한국으로 송환됐다. 디지털 교도소가 피해자의 분노나 피해 정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린다는 것에 대해선 누구도 반박하지 못한다.  다만 법치주의의 의의를 저해하고,  ‘사적 응징’은 온당치 않다는 법조계의 우려도 크다.   이지영 변호사는 “디지털 교도소는 현행법상 명예훼손 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을 넘어 신상 공개와 악성 댓글 등으로 과도한 대가를 치른다.  이는 이중적·사적 처벌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선량한 시민일수록 억울한 일을 당하면 ‘법대로’ 처리하길 원한다. 칼이나 총을 들고 가해자를 찾아가 보복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도 짐승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법은 때로 우리를 분노케 한다. 조두순 같은 범죄자는 어디에나 있다. 잔혹한 성범죄를 완벽하게 예방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우리가 진짜 두려운 건 제2의 조두순이 아니라, 제2의 조두순 ‘출소’가 아닐까? 다시는 조두순 같은 범죄자의 출소를 두려워하며 날짜를 세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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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전소영
  • Digital Design 조예슬
  • Photo by Getty Images
  • 기사등록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