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길복순〉 재미있게 봤어요. ‘차민희’는 호불호가 갈리는 배역이었지만, 제겐 갖고 싶은 걸 갖지 못하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매력적이더라고요.
저도 좋아하는 캐릭터예요. 순수한 아이 같은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죠. 현장에서 감독님이 대본에 없는 대사를 즉흥적으로 제안하기도 해서, 유연한 태도로 현장에 가려고 했어요. 다만 ‘민희’라는 캐릭터가 과장된 모습이 많아 연기를 하고 혼자 뒤에서 부끄러워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전도연 선배님이 괜찮다면서 아무렇지 않다고 저를 달래주셨던 게 힘이 됐죠.(웃음)
〈택배기사〉에서 맡은 소령 ‘설아’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정보사 소령인데요, 군복과 마스크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군복을 갖춰 입으니 저도 강해지는 느낌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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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LTNS〉 외에도 영화 〈출장수사〉 〈싱글 인 서울〉 〈별빛이 내린다〉 〈빙의〉 등 개봉을 기다리는 작품이 많아요.
아직 포장을 까지 않은 것들이 한가득이죠. 사실 배우 입장에서는 빨리 까는 게 마음이 편해요. 묵혀둘수록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의 작품들이 나오니까. 기대가 되면서 얼른 공개됐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저는 〈별빛이 내린다〉를 특히 기다리고 있어요. 동명이인과 삼각관계라는 설정이 흥미로워서요. 이 작품을 계기로 심은경 배우와 친해진 것 같던데요.
제가 할 수 있는 청춘물의 끝자락이라 더 애정이 가는 작품입니다. 심은경이라는 배우가 가진 에너지를 항상 좋아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같이 연기할 수 있어 좋았어요. 우리는 너무 달라서 더 친해진 것 같아요. 은경 씨는 저를 되게 신기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저 역시도 은경 씨가 너무 신기한 사람이에요. 은경 씨만큼 친한 여배우가 없는데, 아직 서로 존댓말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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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얘기, 책 얘기. 최근엔 은경 씨의 추천으로 읽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와 〈파벨만스〉에 대해서도요. 〈이니셰린의 밴시〉는 올해 본 작품 중 가장 재미있었어요. 마틴 맥도나 감독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파벨만스〉는 매 순간이 감동이었죠.
네. 〈쓰리 빌보드〉는 제 인생 영화예요. 그런데 〈이니셰린의 밴시〉는 그 이상이었죠. 마틴 맥도나 특유의 하드보일드하고 가차 없는 세계관에 살짝 유머를 담은 게 좋았어요. 자기만의 색깔이 짙은 감독이죠. 저는 그런 감독의 영화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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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씨네필이 아니에요. 아닙니다.(웃음) 은경 씨가 씨네필이죠. 저는 그냥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씨네큐브 가서 보는 평범한 관객입니다.(웃음)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소공녀〉 ‘미소’, 돌직구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유나’, 강직한 〈모범택시〉 ‘하나’ 등 심지가 굳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어요. 이솜도 심지가 굳나요?
흠, 저도 궁금한데요. 제 주변인들에게 물어보고 싶네요. 심지가 굳다… 일할 때는 확실히 그런 편인 것 같긴 해요. 평상시의 저는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편이라면, 일할 때는 욕심도 있고 고집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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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내가 왜 새침데기인지 며칠 동안 토론했는데 뭐… 그런 걸로 정했지만요. 결론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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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상업 영화, 독립 영화, TV 드라마, OTT 시리즈까지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계속해서 어떤 틀에도 갇혀 있지 않고 다양한 걸 해보려고 했어요. 배우로서 그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제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마음에 드는 것도 아쉬운 것도 있는데, 적어도 정말 쉬지 않고 일했던 것 같아요.
자고 일어났을 때. 스트레스받아 머리가 아플 지경일 때도 자고 일어나면 의식이 재부팅되면서 그 스트레스가 없어지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저는 빛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광합성을 해야 하는 타입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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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친한 감독님들이 “솜이는 식물 같아”라고 자주 말씀하시더라고요.
쉬는 시간이 필요해 지난주에 혼자 남해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저는 워낙 사람도 많이 만나고 약속도 많은 사람이라 한 번도 혼자 여행해본 적도,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본 적도 없었거든요. 그걸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도망치다시피 혼자 가봤죠. 막상 혼자 다녀오니 별거 아니던데요?(웃음) 아주 좋았어요. 제게 외로움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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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 깊숙이 있는 숙소에 묵었거든요. 비가 많이 왔어요. 빗소리를 원 없이 들을 수 있었죠. 숲에서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빗발이 부딪히는 소리가 꼭 파도 소리 같거든요? 저는 그 소리를 되게 좋아해요.
되게 내성적인 아이. 말도 잘 못하고 혼자 화장실도 못 갔대요. 한 살 어린 사촌 동생이랑 같이 유치원에 다녔는데, 동생이 화장실 데려다주고 그랬어요. 친구도 소수와 깊게 친해지는 편이라 지금도 가장 친한 친구들이 초·중학교 때 절친들이에요.
그렇게 내성적이던 아이가 어떻게 모델이 되고, 배우가 될 생각을 했어요?
그러게요.(웃음) 어릴 때부터 영화보다 영화관을 좋아했는데, 화면이 크고 어둡고 뭔가에 몰입해서 볼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레오 카락스 감독의 작품 같은 프랑스 영화를 보며 저런 영화에 나오고 싶다고 생각했죠. 희한하게 저는 카메라 앞에선 부끄럽지 않더라고요. 일이니까요.
식물 같은 사람. 조용하고, 깔끔하고, 단순한 사람. 저는 자연이 멋져요. 새나 꽃이나 물고기를 보면 얼마나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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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인 것. 너무 시끄럽고 말이 많고 목소리가 큰 것은 좋아하지 않아요.
앞으로는 어떤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나요?
〈길복순〉도 〈택배기사〉도 액션 드라마인데 저는 액션 연기를 못 한 아쉬움이 있어 액션을 해보고 싶네요. 저도 전도연 선배의 ‘길복순’처럼 본격적인 액션을 해보고 싶습니다.
영화를 꿈꾸는 소년, 소녀들에게 한마디해줄 수 있나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희망을 가졌어요. ‘미래는 더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을. 다들 영화를 보면서 미래를 그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