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얘기 없는 신상 에세이 추천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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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얘기 없는 신상 에세이 추천

‘아무튼’과 ‘어쨌든’을 남발하는 ‘감성’ 에세이에 질렸다면 여기에 누우세요. 택배 기사, 드래그 아티스트, 전쟁 난민까지,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소재의 ‘오가닉’한 에세이 3.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04.30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 택배기사님&큰딸, 어떤책

급하게 시킨 택배가 원하는 시간에 오지 않아 택배 기사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어본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시대의 한국에 ‘택배’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 책은 받는 사람이 아닌, 배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쓴 책이다. 주인공이 1998년부터 택배 기사로 일하며 직업정신으로 적어둔 시시콜콜한 메모들을, 그런 아빠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었던 큰딸이 정리해 실었다. 은행에 배달한 물건이 없어졌다는 연락을 받은 날부터 산 중턱까지 테니스 라켓을 배달하던 날까지, 모든 날의 기록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겪은 주인공은 25년의 세월을 이렇게 정리한다. “하루 300곳도 넘게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만나게 된다. “저 사람 왜 저래?”하고 성내기보다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갔다. 그래야 다음 날 또 일할 수 있었다.”
 
 

〈털 난 물고기 모어〉, 모지민, 은행나무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나 누이의 옷을 즐겨 입고 인형 놀이를 하며 자랐다. 아이는 중학생이 돼 수업 시간에 국민체조를 하다가 선생님의 권유로 발레를 접하게 된다. 방학에도 새벽 6시면 기상해야 했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온 아이는 한국종합예술학교 무용원에서 춤을 배운다. 여기까지가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 모지민의 간략한 인생사다.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온 그는 한겨울 영하 10도의 북한산에서 맨 몸으로 촬영을 하며 “아름다움으로 가는 극한의 상태에서 희열을(…)아주 잠시 열반의 상태를 경험했다고” 하는 사람이다. 뉴욕 성소수자의 기념비적인 항쟁, 스톤월 항쟁 50주년 기념으로 열린 〈13 Fruitcakes〉에서 공연하는가 하면,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절망과 희망을 넘나드는 아름답고 끼스러운 인간 모지민의 마음을 그대로 옮겨적은 듯한 책. 본문은 그의 특유의 말투를 살려 적었다.
 
 

〈전쟁일기〉, 올가그레벤니크, 이야기장수

여전히 전쟁이 현재진행형인 우크라이나에서, 어느 그림책 작가와 한국의 편집자가 직접 소통해 나온 결과물. 하르키우 출신 그림책 작가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올가그레벤니크는 폭격이 시작되던 2022년 2월 24일, 아이들과 자신의 팔에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다. 사망 후 식별을 위해. 집 안의 유리창을 모두 떼어놓고 지하실로 숨어들었다가,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무작정 그림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정상적으로 책을 출간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의 상황 속에서, 작가의 일기장을 사진으로 찍어 낱장으로 일일히 전송한 다음 연필선을 따 만들어졌다. 가필 없이 작가의 그림체와 글씨를 그대로 실어, 거칠게나마 현장성을 보존했다. 짧은 글과 삐뚤빼뚤한 선으로 그린 그림은, 추천사를 쓴 김하나 작가의 말처럼 “뉴스가 전하지 못하는 전생의 진실”을 담았다. 책의 인세는 불가리아에서 현재 임시 난민으로 거주하는 작가 올가그레벤니크에게 바로 전달되며, 번역료 전액과 출판사 수익 일부가 저자가 직접 추천한 기관인 우크라이나 적십자에 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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