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사로잡은 더 오픈 프로덕트의 비주얼 디렉터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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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를 사로잡은 더 오픈 프로덕트의 비주얼 디렉터

2030세대 사이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 중 하나, 더오픈프로덕트에 지난 8월 새로운 비주얼 디렉터로 합류한 송주빈. 그는 행사장에 치마 차림으로 나타나는, 바운더리를 모르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옷이나 패션보다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하다. 삶과 스타일, 그 2가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광경에서 자극을 받는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11.16
 

더오픈 프로덕트 송주빈

컬러 조합을 빼놓고 그의 작업을 논할 수 없다. 평소 입고 다니는 옷처럼, 온갖 브릴리언트한 색 조합으로 가득한 그의 개인 작업물. 이번에 처음 진행한 더오픈의 컬렉션 캠페인 역시 “송주빈답다”는 평을 듣는다.
더오픈프로덕트(이하 ‘더오픈’)에 합류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7월쯤 휴가차 파리에 있다가, 마침 공고가 난 걸 보고 지원했다. 독일의 편집숍에서 약 1년간 일하다 그만둔 직후였다. 한국에 돌아가면 무조건 브랜드, 특히 여성복 브랜드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더오픈은 분명 인기있는 브랜드이고, SNS 계정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그들이 어떻게 사진 촬영을 하고, 컬렉션을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지 궁금했다.
 
면접 과정이 궁금하다. 어떤 대화가 오갔나?
포트폴리오를 쭉 보면서 편하게 얘기했다. 요즘 멋있어 보이는 브랜드가 뭐냐고 묻기에, ‘까르네 볼렌테’랑 ‘마리암 나시르 자데’를 얘기했더니 국내 브랜드를 얘기해달라고 하더라. 딱히 관심 있게 보는 국내 브랜드가 없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더오픈은 독일에서 일하던 편집숍에 입점돼 있어 자연스레 보게 됐다.
 
더오픈 비주얼 디렉터로서 어느 지점까지 관여하나? 어느 부서와 가장 많이 협업하는지도 알려달라.
옷 디자인을 제외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해 관여한다. 촬영을 기획해 진행하고, 결과물을 어떻게 가공해 언제 어디에 어떤 식으로 사용할 것인지 고민한다. 가장 중요한 건 SNS 업로드다. 우리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 보니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이 우리가 공식 채널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전부다. 비주얼 팀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요즘 SNS 계정을 재미있게 운영하는 브랜드가 무엇인지 서로 얘기 나눈다. 대화 중에 나오는 다듬어지지 않은 덩어리 같은 아이디어들을 좋아한다. 이 외에는 MD팀과 자주 만난다. 나는 태생적으로 숫자에 약한 사람인데, 그들은 항상 내게 중요한 부분을 상기시킨다.(웃음)
 
곧 더오픈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론칭할 것이라 들었다.
윈터 홀리데이 컬렉션 론칭을 앞두고 룩북과 캠페인 촬영을 막 끝낸 상태다. 직감적으로 끌리는 비주얼을 만들고 싶었다. 컬러 그러데이션 패턴을 활용한 패디드 재킷이 주요 상품 중 하나인데, 보자마자 ‘위장 한번 해볼까?’ 싶었다. 카무플라주 말이다. 시즌이 윈터 홀리데이라 두꺼운 원단으로 만든 의류가 많이 나오기도 했고, 겨울에는 사람들이 날씨에 유독 신경 쓰며 옷을 껴입잖나. 그걸 빗대어 ‘위장’이라는 개념을 생각했다.
 
‘Sleep Tight’, 코나 (feat, 소금) 영상, 2021 아트 디렉팅과 스타일링을 맡았다.

‘Sleep Tight’, 코나 (feat, 소금) 영상, 2021 아트 디렉팅과 스타일링을 맡았다.

결과물은 어땠나?
김보영 대표가 표현을 잘 안 하는 분인데 진짜 예쁘게 잘 나왔다고 만족하더라. 캐주얼한데 어딘가 멋있어 보이고, 딱딱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워 보이지 않는 선에서 누가 봐도 ‘예쁘다!’라고 느낄 만한 비주얼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대표님들과 머리를 맞댄 덕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당신의 옷 입는 스타일을 보면 대중적 취향은 아닌 것 같다. 당신의 취향이 작업물에 반영되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캠페인 현장을 찍은 사진을 조금 전에 다시 보니 ‘와, 색을 왜 이렇게 많이 썼지? 내가 한 게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그마한 디테일과 패턴, 그리고 특히 좋은 색감에 환장한다.(웃음)
 
당신은 어쨌든 꽤 오랜 시간 더오픈을 지켜봤고, 지금은 비주얼 디렉터로서 관여하고 있다. 더오픈 디자인의 핵심이 무엇이라 파악했나?
정해진 콘셉트는 없다. 어떤 옷들은 보자마자 ‘아메카지 스타일’, ‘폴로 스타일’ 같은 범주가 딱 떠오르는데, 더오픈은 그렇지 않다. 브랜드로 따지자면 팔로마 울과 조금 공통점이 있는 것 같긴 하다.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도, 그렇다고 감도가 없는 것도 아닌. 팔로마 울은 특히나 캐주얼하고 입기 쉬운 옷으로 비주얼을 예쁘게 잘 만들어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준다. 실은 대부분의 브랜드가 비슷하다. 캐주얼한 옷을 활용해 이러저러한 이미지를 보여주며 ‘너네 이런 옷을 사는 거야’라는 만족감을 주려는 것 아닌가?
 
사실 옷을 판다는 건 어떤 무드, 이미지를 파는 것일 테다. 한편으로는 국내 브랜드 룩북이나 캠페인을 보면서 늘 궁금했다. 왜 다들 외국인 모델로만 촬영을 진행하는 걸까?
어쨌든 주 타깃이 국내 소비자들이니까, 좀 이국적이고 색다른 느낌이 있어야 사진에 임팩트가 있다고들 느끼는 것 같다. 더오픈을 시작할 당시인 2020 S/S 시즌에는 한국인 모델과 촬영했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얼굴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고 들었다. 나 역시 멀리 본다면 계속해서 외국인 모델에게 입히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추세를 보면 한국인 모델을 한번 써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2022 WH 컬렉션 〈코스모폴리탄〉에 특별히 선공개됐다.

2022 WH 컬렉션 〈코스모폴리탄〉에 특별히 선공개됐다.

더오픈에 비주얼 디렉터로 합류하며 그린 큰 그림이 있나?
쇼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내가 브랜드에 완전히 깊숙이 관여하게 됐을 때 추진해보고 싶다. 쇼를 하는 것만큼 확실한 효과는 없다.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라면 본질이지 않나. 런웨이에 서는 거.
 
더오픈에서 어떤 새로운 이미지적 정체성을 만든다면, 뭘 해보고 싶은가?
젠더리스와 라이프스타일. 젠더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옷으로 포지셔닝하고 싶다. 라이프스타일이라 함은, 이 브랜드를 소비할 때 일상 속 다양한 상황과 연계됐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누구는 이 옷을 입고 중요한 주말 약속 자리에 나갈 수도 있고, 누구는 그냥 집 앞에 나갈 때 쉽게 걸칠 수도 있지 않나. 스투시가 그걸 정말 잘한다고 생각한다. ‘해변에서나, 등산할 때나 자연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의 일부처럼 이 옷을 즐길 수 있다’는 걸 스투시가 잘 각인시킨 것 같다. 예를 들어 나는 스투시를 잠옷으로 입는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끔 잘 녹아드는 그런 브랜드가 되면 좋겠다.
 
당신은 언제부터 패션에 관심을 가졌나?
최근에 어머니랑 이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중학생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고 하시더라.(웃음)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는 노스페이스가 교복처럼 여겨졌는데, 나는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의 회색, 빨간색, 검은색이 섞인 양면 패디드 재킷을 입고 다녔다고.
 
패션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대학은 전혀 상관없는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그럼 당신에게 가장 큰 인풋이 된 건 무엇인가?
패션 전공이 아니다 보니 옷이나 사진을 미친듯이 봤다. 사진전 보고, 사진집 사서 보는 게 일상이었다. 20대 초반에는 거의 매일 서울 곳곳으로 나가 브랜드 매장과 빈티지 숍 등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다. 매장 분위기도 느껴보고, 디스플레이도 관찰하고, 바닥에 어떤 매트를 깔아놨는지, 신발은 어디에 뒀는지 세심하게 봤다. 특히 옷은 입어보는 게 중요하다. ‘내 몸에는 이런 옷의 핏이 이렇게 나오는구나’, ‘이건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구나’를 점점 깨달아가는 거다. 꼭 사지 않더라도 가서 입어보고, 만져보고, 바지 밑단을 뒤집어 봉제선까지 확인하곤 했다. 그리고 대학교를 다니던 중 1년 정도 미국 LA의 물류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엄청나게 소비가 늘었다. 나이에 비해 꽤 많은 월급을 받았으니 빈티지 숍 대신 럭셔리 브랜드 매장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 거다. 그때 좀 가닥이 잡혔다고 해야 하나? 나는 어떤 감수성을 가졌고,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말이다.
 
에디토리얼 〈Inn〉, 2019 촬영 디렉팅과 스타일링을 맡았다.

에디토리얼 〈Inn〉, 2019 촬영 디렉팅과 스타일링을 맡았다.

당신의 포트폴리오에 있는 작업들은 언제 이루어진 건가?
LA에 있을 당시 그레이드라는 미국판 중고나라에서 옷을 엄청 사들였고, 그중에는 옛날 아카이브 모델도 많았다. 자신감에 가득 차 ‘패션을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스타일링을 시작한 거다. 개인 작업부터 시작해 한 2년 동안 닥치는 대로 무엇이든 다 했다. 그때 처음 했던 개인 작업 ‘Act like an animal’은 친한 친구와 함께한 것이었는데, 아직까지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물로 남았다. 그런데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학교를 졸업한 뒤 우선 취업 준비를 시작했고, 운 좋게 LF에 입사했다. 1년 정도 일하면서 장기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한 게 좋은 포트폴리오로 남았다. 회사 직원들을 모델로 섭외해 한 달에 2번, 스타일링은 모두 자사 제품으로 하고 스토리텔링을 부여해 ‘드레스 코드’라는 이름으로 콘텐츠를 발행했다.
 
퇴사한 뒤엔?
그때 독일 편집숍에서 콜을 받고 바로 독일로 떠난 거다. 행복하게 일했지만, 업무 강도는 엄청났다. 편집숍은 들어오는 옷들을 스타일링해 주기적으로 업로드해줘야 한다. 바쁜 시즌에는 하루에 4~5시간 동안 80벌 정도 촬영하곤 했다. 인력도 몇 되지 않아 옷 포장 열어 검수하고 스팀 다리미질하고, 스타일링하고 모델도 섭외해 옷을 입혀 촬영을 진행했다. 심지어 모델 에이전시의 퀄리티가 나쁜 데에 비해 가격은 너무 비싸서 모델을 길거리에서 섭외했고, 사진가를 구하지 못할 땐 내가 직접 촬영하기도 했다.
 
거의 맨땅에 헤딩이었네.
그랬다. 분명 재미는 있었지만 일의 진행 과정에서 못마땅한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포지션마다 지켜야 할 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전문 사진가 한 사람이 계속 찍어야 일관성이 있는데, 내가 찍은 게 섞이니 어설퍼 보였다.
 
그렇게 일하며 배운 것은 무엇인가? 어떤 신념이 무너졌고 어떤 신념이 새로 생겼나?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원래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니었는데 뱉어야 할 때는 뱉을 줄 아는 사람이 됐다. 한편 나는 모든 면에서 혼자 있는 것,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고민도 판단도 실행도 혼자 한다. LA에서 인턴을 하면서, LF에서 일하면서 그런 성격 때문에 문제가 됐다. 그러면서 혼자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삐딱한 신념이 무너졌다. 같이 일한다는 것, 내 머릿속에 있는 그림이나 기준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당신을 단 하나의 작업물로 대표한다면 무엇을 꼽겠나?
너무 어렵다. 아직 그럴싸한 게 없다고 생각해서. 하지만 내가 모아둔 옷들에는 자부심이 있다. 요즘 옷을 전문적으로 아카이빙하는 사람도 있더라.
 
당신이 여태까지 모은 옷들에 공통점이 있나?
화려하다?(웃음) ‘나 예쁜 거 좋아하는구나’ 싶다. 난 늘 ‘멋지다’라는 말보다 ‘예쁘다’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구매 욕구가 생기는 포인트도 ‘예쁜데?’다.
 
젠더리스 감성이 그런 표현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SNS 계정을 보니  네일 아트를 한 사진도 있고, 치마를 입은 사진도 많더라. 그래서 오늘도 치마를 입고 와달라고 부탁한 거고.
막상 내가 가진 치마는 두 벌 뿐이다.(웃음) 둘 다 꼼데가르송이었는데, 하나는 팔았다. 4년 전에 샀는데, 당시에는 도저히 입고 다닐 용기가 안 나서.
 
당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영화와 풍경들. 예를 들어 지난 주말에는 루프톱 카페에 갔다가 바로 옆 공사장을 유심히 봤다. 이제 막 뼈대를 세운 철근의 구조나 그 질감, 공사장에 널브러진 PVC 천들의 색감, 스티로폼이 늦은 오후 햇살에 노란빛으로 물들 때. 그런 모든 풍경을 스터디하듯 눈에 담는다. ‘흰색에 노란색에 회색이 섞이면 예쁘구나’ 생각하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가장 좋아하는 건 모르겠고, 제일 많이 본 영화는 하나 있다. 〈비기너스〉라는 영화를 열 몇 번은 본 것 같다. 내겐 교과서 같은 영화다. 영상미, 색감, 구조, 소품과 의상, 장소 모든 게 좋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데, 20살에 독립 영화관에서 처음 봤을 땐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1년에 한 번씩은 계속 꺼내 봤다. 최근에는 1년에 두세 번씩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장면마다 걸려 있는 그림, 그림의 색감, 가구 배치까지 눈에 들어오게 된 거다.
 
에디토리얼 〈Motive〉, 2018 LA에서 일할 당시 진행한 개인 작업.

에디토리얼 〈Motive〉, 2018 LA에서 일할 당시 진행한 개인 작업.

최근에 본 가장 신선한 비주얼은 무엇이었나?
‘water value’라는 이름의 웹사이트와 동명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런던 베이스 시각 예술 아티스트의 작업물들. 이미지 자체도 신선했지만, 무엇보다 웹사이트에 작업 동기와 작업 과정을 매뉴얼처럼 자세하게 기록해둔 게 충격적이었다. 포트폴리오의 배치, 내용 구성 및 설명 모든 게 좋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의식하게 되는 창작자나 브랜드가 있다면?
드리스 반 노튼과 스테파노 필라티. 그들은 정말 최고다.
 
더오픈처럼, 소위 말해 ‘잘 팔리는’ 비주얼에는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나?
한국에서 잘 팔리는 브랜드를 보면, 분명 더 멋있는 걸 할 줄 아는 사람들인데 대중의 시선에 맞춘 거란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내려놓음으로써 잘 팔리는 쪽을 택한 것이지 않을까? 그리고 작은 디테일을 끊임없이 개발한다거나,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별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셀링 포인트를 잘 잡는 듯하다. 더오픈의 두 대표만 해도 사람들의 니즈를 그때그때 기가 막히게 캐치해낸다. 이 신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지 않나. SNS를 둘러보고, 시장조사 나가고, 잡지도 보면서 끊임없이 이미지를 공유하고 의견을 묻더라.
 
‘비주얼 디렉팅’을 나름대로 정의해볼 수 있겠나?
말 그대로 풀자면 이미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본질을 만드는 건 디자이너들이지만, 그들이 만든 옷으로 어떤 이미지를 제시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옷만 있다고 무조건 팔리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흥미를 끌어야 팔린다.
 
지금까지 비주얼 디렉팅을 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아까 한 얘기랑 조금 비슷한데, 내 머릿속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꺼내 쓰는 일이 너무 어렵다.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한마디로 소통이 너무 중요하다.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것들을 꺼내 보이고 설득하는 게 아직은 서툰 것 같다. 그리고 선택과 집중.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그 갈림길에 설 때 늘 딜레마가 생긴다.
 
당신은 스스로 노력형이라 생각하나, 천재형이라 생각하나?
부단한 노력형이지 않을까?
 
하지만 분명히 타고난 지점도 있어 보이는데.
남들이 그렇게 얘기해줄 때 ‘그런가?’ 생각하긴 한다. 색감과 색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칭찬을 많이 듣는다. 그리고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그 브랜드의 무드에 맞춰 코디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아 신기하다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주변 친구들이 “너는 왜 꼼데가르송을 그렇게 입냐”라고 말하는 식이다. 나에게는 꼼데가르송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나한테 필요한 옷이 꼼데가르송에 있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이라서 추가로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어떻게 입은 사람이 가장 멋있어 보이나?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옷을 잘 입는 사람. 약속이 있어 외출한다고 과하게 꾸미지 않고, 그렇다고 항상 후줄근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쟤는 항상 옷 입는 게 저래’ 싶은 친구들을 볼 때 멋있다고 느낀다. 집 앞 슈퍼에 갈 때나 저녁 약속 갈 때나 옷차림이 늘 비슷한 거지.
 
한마디로 TPO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건가.
늘 일정한 사람, 자기 스타일대로 살고 자기 스타일대로 입는 사람들만의 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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