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패션 위크 시작 직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면서 여왕을 추모하는 경건한 무드로 시작됐다. 그러나 이내 다채로운 신진 디자이너들은 런던이 지닌 자유로운 감성과 재기발랄한 룩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9월 7일 70년 동안 영국 국민들과 함께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영국은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버버리와 라프 시몬스, 록산다는 패션 위크 기간 뒤로 컬렉션을 연기했고, 장례식 당일 쇼를 여는 브랜드들은 일정을 변경했다. 리처드 퀸 에르뎀을 비롯해 많은 브랜드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왕을 추모하고 기념했다.
주목할 만한 신진 디자이너 3명을 소개하는 ‘FASHION EAST’에서 단번에 눈에 돋보인 의상은 브라질 출신의 카졸린 비토. 예측할 수 없는 절개와 커팅의 관능적인 드레스를 입은 오버사이즈 모델들은 마치 나 스스로를 그대로 사랑할 자유, 보다 많은 것을 포용할 여유로움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작은 규모의 오락실로 우리를 초대한 jw 앤더슨은 초현실주의적 의상을 펼쳐냈다. 메탈 구를 입은 듯한 드레스, 키보드 자판이 붙은 톱, 금붕어를 담은 비닐봉지 같은 드레스 등 현실과 비현실 중간 지점에 있는 듯한 유니크한 의상이 줄지어 나왔다. 그는 쇼가 끝난 뒤 “이런 것들이 미래에 관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 자신의 반영에 관한 것”이라 말했다. 당장 입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지러운 세상을 표현한 JW 앤더슨의 위트가 빛났던 컬렉션!
차분한 런던 패션 위크에 젊은 열기를 불어넣어준 3명의 신진 디자이너 초포바 로웨나, 해리스 리드, 쳇 로의 첫 런웨이! 두아 리파, 마돈나는 물론 있지와 아이즈원이 무대의상으로도 입었던 입체적인 플리츠스커트가 시그너처인 초포바 로웨나가 첫 런웨이를 선보였다. 그녀의 시그너처 스커트를 입은 패션 인사이더들이 모델로 등장하며 더욱 개성 넘치는 런웨이를 만들어냈다. 자신을 모델로 내세우며 화려하고 독특한 의상을 선보였던 해리스 리드는 데뷔탕트 볼을 주제로 연극적인 퍼포먼스와 함께 드라마틱한 의상을 제안했다. 가시처럼 뾰족한 돌기가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쳇 로는 커다란 풍선 오브제와 함께 즐겁고 경쾌한 첫 런웨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랑스러운 디테일과 실루엣이 시그너처인 시몬 로샤가 선보인 남성복! 볼륨감 넘치는 실루엣과 러플 디테일은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도 열광할 만했다. 이제 내년 봄 러플 블라우스를 입은 남자들을 거리에서 마주쳐도 놀라지 말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쇼를 연기한 버버리 컬렉션은 9월 26일 진행됐고, 이번 쇼는 2019 S/S부터 버버리를 이끌어온 리카르도 티시의 마지막 쇼이기도 해 더욱 뜻깊었다(쇼가 끝난 후 다니엘 리가 다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임을 발표했다)! 관능미를 표현하는 수영복 요소와 고스 무드에 테일러링까지 더해져 티시적 해체주의를 완성해냈으며, 나오미 캠벨, 카렌 엘슨, 에린 오코너 등 티시가 애정하는 친구이자 모델들이 마지막 런웨이를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