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로 한국인 최초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윤여정. 그녀가 올해에도 수상소감 못지않은 시상 멘트로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난민 캠페인을 지지하는 의미의 파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고 등장한 윤여정은 이번 오스카에서 남우조연상 시상을 맡았다. 위트 있는 멘트와 함께 시상을 이어나가던 그녀는 남우조연상을 발표하기 직전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양손을 움직여 수어를 하기 시작했다. 영화 〈코다〉의 청각장애인 연기자 트로이 코처를 배려해 목소리를 내는 대신 수어로 그를 호명한 것. 이에 참석자들은 박수 대신 양손을 들어 제자리에서 손을 흔드는 수어로 그의 수상을 축하했고, 윤여정의 따뜻하면서도 재치 있는 배려는 모두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연이은 감동의 물결 사이에서 모두를 놀라게 한 에피소드도 발생했다. 시상자 크리스 록이 윌 스미스의 아내이자 배우 제이다 핀켓의 삭발을 소재로 농담을 했다는 이유로 격분한 윌 스미스가 무대로 곧장 난입한 것. 연출된 콩트인지, 실제 상황인지 분간할 수 없었던 도중, 자리로 돌아간 윌 스미스가 크리스 록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참석자들은 비로소 실제 상황임을 인지했다. 그 후 윌 스미스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전세계를 대표하는 영화축제에서 벌어진 폭행과 욕설, 그리고 폭행을 행한 이가 남우주연상을 받는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진 상황. 그는 수상 소감을 발표하며 사과를 전했지만 이번 시상식에서 주목을 받았어야 할 수많은 작품, 훌륭한 배우들은 뒤로 묻힌 채 전세계 소식은 그의 폭행 사건으로 뒤덮였다.
크고 작은 사건 속에 패션 하나만으로 주목을 끈 배우도 있었다. 바로 티모시샬라메. 그는 셔츠를 입지 않은 채 크롭 스타일 블레이저만 입고 레드 카펫에 등장했다. 평소 따로 스타일리스트를 두지 않고, 본인이 직접 옷을 선택하고 스타일링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또 한 번 치명적인 패션으로 세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것. 그가 착용했던 크롭 블레이저는 루이비통의 여성복 컬렉션으로 이를 멋들어지게 소화해 젠더리스 룩의 모범답안을 여실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