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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보고 애인이랑 싸운 사람들, 드루와!

최근 전례 없는 흥행을 일군 넷플릭스 드라마 . 남녀노소 불문하고 큰 호평을 받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보고 애인이랑 싸웠어.’

BY김지현2021.09.08
군대 내 가혹행위와 부조리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로 대한민국 남성들의 PTSD를 불러 일으켰다는 이 드라마, 〈D.P.〉.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군필 남성뿐만 아니라 전 연령과 세대에 경종을 울린 작품이었다. 하지만 런칭이 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금, 〈D.P.〉 때문에 애인과 싸우거나 헤어졌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돌아다니고 있다. 물론 사이가 더 끈끈해졌다는 커플들도 있었지만.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D.P.〉가 무슨 그때 그 시절 들으면 죽는다(?)는 ‘팥죽송’ 괴담도 아니고,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내용도 아닌데 말이다. 코스모가 그 사연의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봤다. 〈D.P〉 때문에 왜 싸웠어?  
 
 

귀에서 피날 거 같아!

남편과 함께 런칭 되자마자 하루 만에 정주행했죠. 욕하다가, 분노하다가, 울다가… 남편도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 거 같더군요. 같이 볼 때부터 “에이, 저 정도는 아니지”, “이거보다 원래 더한데”라며 장면 하나하나에 사족을 붙였으니까요. 그때는 그러려니 했죠. 되려 “오빠도 그랬어?”, “요즘도 저래?” 하면서 되묻기도 했고요. 문제는 그 후로 같이 있을 때마다 군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훈련소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진짜 지옥 같았다, 등. 대화 맥락과 전혀 상관없이 ‘썰’이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줄줄줄 풀어놨어요. 처음에는 ‘힘들었겠다’며 진심으로 이야길 들어줬어요. 일주일 내내 지속되니까 나중엔 귀에서 피가 날 것 같더라고요. 한 번은 그의 말에 ‘아, 그래?’하고 다른 대화 주제로 넘어가버렸는데 남편이 폭발했죠. '넌 공감 능력이 없냐', ‘내가 이렇게 고생했다는데 그걸 그렇게 흘려듣냐’면서요. 저는 모르는 세계니 리액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더 잘 아는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 되잖아요! 제가 PX 음료수 종류를 어떻게 아나요. 문제는 제 남편은 공익이라 4주 훈련소만 다녀왔다는 거예요. 여전히 냉전은 지속 중이고요. PX안가봤어요 / 32세  
 
 

화살이 왜 여기로 오는 거죠?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거잖아요. 더 이상 사회에 이런 부조리한 사건들이 생기지 않도록 다 같이 경각심을 갖고 개선해보자. 아닌가요? 정주행 후 해석이 궁금해서 남자친구와 함께 유튜브를 시청하는데 이런 멘트가 들리더라고요. ‘이 드라마는 남성판 ‘82년 생 김지영’라고요.’ 살짝 갸우뚱했지만 별다른 코멘트는 하지 않은 채 계속 영상을 이어갔죠. 남자친구가 갑자기 저 멘트를 언급하며 ‘드디어 여자들도 우리가 힘들었던 걸 알게 되는구나. 너도 이제 알았지?’ 듣자마자 물었어요. “그 책 읽어봤어?” 답변이 가관이었어요. “아니? 솔직히 그 책은 극적인 포인트만 모아 쓴 소설라던데.” 듣자마자 물음표 백만 개가 머릿속을 날아다녔죠. 여성이 겪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쓴 소설은 무슨 판타지처럼 치부하고(그것도 읽어보지도 않은 채!), 이 작품은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박수치며 알아달라고 하다뇨! 여자인 저로서는 몰랐던 세계의 어두운 단면을 새롭게 알게 되어서 정말 뜻깊게 본 작품이었는데… 순식간에 감동이 와장창 깨지는 기분이었죠. 서로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함부로 평가하지 말자고요, 좀! 잘못들었습니다? / 29세  
 
 

이게 엄살이라니!  

마냥 재밌어하며 볼 수가 없었어요. 제 동생은 가혹행위 때문에 우울증을 앓다가 의가사제대를 했거든요. 선임이 매일 토할 때까지 음식을 억지로 먹여서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때 당시 병원을 오가며 정말 힘들어했어요. 보는 내내 제 동생이 겹쳐 보여 마음이 너무 아팠죠. 다음 날, 남자친구도 친구들과 함께 봤다길래 어땠냐고 가볍게 물어봤는데 대답이 가관이었어요. 드라마가 과장된 거라고. 저것보다 훨씬 약하게 괴롭힘당한 애들이 미쳐가지고 날뛰는 경우 많이 봤다고 하면서 그런 애들은 사회성이나 인내심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더군요. 사회생활 할 때도 똑같을 거라면서요. 드라마 속 가혹행위 피해자 캐릭터를 수시로 ‘새끼’라 표현하면서 저런 말을 내뱉는데 소름이 끼치는 걸 떠나서 무섭기까지 했어요. 사회성이 없으면 괴롭힘을 당하는 게 정당화되나요? 괴롭힘이 약하면 그러려니 버텨야 하나요? 순간 오만정이 다 떨어져서 그냥 바로 차단을 눌렀죠. 황장수가너였냐 / 28세  
 
 

위로를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여자친구와 함께 보는데 보는 내내 많이 힘들더라고요. 저는 해병대 출신인데 드라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거든요. 시기도 딱 드라마 배경과 똑같았죠. 보는 내내 말을 아끼게 됐어요. 옛날에 당했던 일들, 방관했던 일들이 오버랩 되면서 괴로워서요. 너무 심하게 시달렸던 터라 남자인 친구들과 있을 때도 군대 이야기를 일절 안 하는 편인데, 여자친구가 ‘너는 어땠어?’하며 먼저 묻더라고요. 대충 비슷했다고 둘러댔는데, 여자친구가 엄청 놀라더라고요. 그간 군대 이야길 들어본 적이 없어서 해병대인 것조차 몰랐다고. 이렇게까지 고생했는지 몰랐다며 어떻게 견뎠냐고 먼저 물어봐 주고 들어주는데 참 고마웠어요. 이해받는 느낌이었거든요. 그 시절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한 게 처음이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겁이 난다는 이유로 방관했던 제 자신에 대한 자책감 때문에 힘들 때가 있다는 깊은 이야기까지 털어놓게 됐죠. 여자친구는 말없이 위로해 줬어요. 풀리지 않는 응어리가 마음속에 늘 있었는데 여자친구 덕분에 많이 녹은 느낌이었죠. 물론 그 뒤로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진 않을 것 같아요, 떠올리는 것만으로 여전히 힘드니깐요. 고이접어둬 / 34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