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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 차단제의 SPF 지수 조작 논란! 자차, 이렇게 골라야 한다는데?

모르는 사람 빼고 다 안다는 자외선 차단제의 SPF 지수 조작 논란. 포장을 뜯기 전에 믿을 거라곤 숫자뿐인데, 이제 대체 무얼 보고 골라야 하나?

BYCOSMOPOLITAN2021.06.05
 

믿는 자차에 콧등 찍힐라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아마존과 이베이, 아이허브 같은 플랫폼을 통해 야금야금 세계 여러 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한 ‘P’ 브랜드의 자외선 차단제. 여느 K-뷰티 제품이 그러하듯 전에 없는 가벼운 질감과 편안한 사용감을 기본 장착한 덕에 이를 처음 맛본 외국인들의 입맛을 쉽게 사로잡았고, 간증에 가까운 호평과 함께 미국과 베트남, 싱가포르 등지에서 순식간에 넘버원 자차 자리에 등극했다. 하지만 센세이션에 가까운 인기도 잠시. 화장품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와 같은 제형으로 이 정도의 수치를 구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란 의심 어린 말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연말, 화장품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INCI디코더(INCIDecoder)가 이를 입증하는 자체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면서 흉흉했던 소문이 가시화됐다. 제품에 표기된 지수는 SPF 50+였으나, 실제로는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SPF 19가 측정됐던 것. 심지어 ‘P’뿐 아니라 함께 검사한 다른 자차 제품들도 흡사한 결과를 보였다. 믿고 썼던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말해 뭐해. 이는 곧 ‘P’를 비롯한 여타 한국산 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K-뷰티 전체의 입지를 위협하는 희대의 빅 사건이 됐다. 대체 그들은 왜 우리를 속였을까?
 
 

책, 책, 책, 책임져

이건 뭐 정치 싸움도 아니고 서로 책임 전가를 하는 모양새가 답답하긴 하지만,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화장품 제작 환경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 유어클리닉 서수진 원장도 이에 동의했다. “K-뷰티는 그 규모나 영향력에서 글로벌 원톱으로 꼽힐 만큼 성장했지만, 기업 윤리나 제작 공장의 관리 수준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국가 기관의 허가 및 신고 시스템도 보다 견고해질 필요가 있죠.” 이번에 논란이 된 제품의 경우 자외선 차단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차단 지수’를 측정함에 있어 SPF 50+라는 검측 기관의 결과치를 받은 것이 ‘완제품’이 아닌 생산 전의 프로토타입, 즉 태초의 ‘포뮬러’였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는 관련 법규의 허점이 뒷받침됐다. 기능성  화장품 고시에 따르면 ‘이미 심사를 받은 기능성 화장품은 같은 책임판매업자나 ODM 제조업자의 효능·효과를 나타내게 하는 원료의 종류, 규격 및 분량, 용법·용량 및 제형이 동일한 경우 자료 제출 면제’ 규정이 있다. 깜놀할 점은 기능성 화장품의 경우 액제, 로션제, 크림제를 다 같은 제형으로 본다는 것이다. 즉 크림으로 높은 SPF 지수를 획득한 뒤에 제형을 로션이나 에센스로 바꿔 출시하면서 같은 수치의 SPF 지수를 표기해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화장품에 대해 약간의 경험과 상식만 있다면 뻑뻑한 크림 타입과 묽은 에센스 타입 자차의 차단 효과가 결코 같을 순 없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테스트 방식도 문제다. 제조사에선 검측 기관에 기능성 제품의 효과 확인을 의뢰하기 위해 제품 샘플을 제출하는데,  이때 함께 요구하는 것이 ‘예상’ 수치다. 수차례 테스트를 돌려 ‘제조사가 말하는(혹은 원하는) 숫자’가 나오면 묻따말 패스! 한국피부과학연구원 안인숙 원장의 유튜버피셜에 따르면 업계에는 “어느 기관에 가면 수치가 잘 나온다”는 소문마저 존재한다고.
 
 

소비자도 공범이다

백번 양보해 브랜드는 알지 못했다 할지라도 제조사와 검측 기관은 오차 실태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빼박캔트. 브랜드들은 앞다퉈 ‘“몰랐다”며 꽁무니를 빼는 양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임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하물며 진실을 알면서 함구했다면 이것은 집단소송감. 하지만 까놓고 말해보자. 우리에게는 과연 책임이 없을까? 아이처럼 어와둥둥 살펴도 모자랄 우리의 소중한 피부인데 ‘숫자’ 하나만 믿고 제품을 골랐다니, 어쩐지 부끄러울 지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브랜드 관계자는 “SPF가 높을수록 ‘좋은 제품’으로 인식하고, SPF 50에 미치지 않으면 구매를 고려조차 하지 않는 시장 흐름이 이와 같은 폐단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라고 조심스레 분석했다.
 
 

자차 선택의 필요충분조건

연초부터 이어진 SPF 지수 조작 논란은 최근 ‘안언니’, ‘디렉터파이’ 같은 유명 유튜버들이 해당 내용을 다루면서 국내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쏟아지는 댓글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 “비록 SPF 지수는 표기보다 낮게 나왔지만, 이 제품을 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향, 발림성, 마무리감 등등 하나같이 마음에 든 내 ‘인생 자차’(ㅠㅠ)”라는 내용의 고백이었다. 기능성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자차의 ‘성능’이 가장 중요한 사양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자외선 차단제도 결국 일개 화장품일 뿐. 안티에이징 크림을 고르면서 노화 방지 효과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따지기보다 사용감과 마무리감을 살피는 것처럼, 자차 선택의 최우선 기준이 그저 ‘숫자’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자외선 차단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자주 덧바르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얇고 가벼운 사용감의 제품이 ‘좋은 자차’라고도 볼 수 있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덧바르기에도 좋고, 지속력까지 뛰어난 제품도 적지 않거든요. 반대로 SPF 지수가 높은 제품은 아무래도 많은 양을, 자주 바르기에 부담스러운 것이 일반적입니다.” 서수진 원장의 설명이다.
 
 

숫자는 숫자일 뿐이다

SPF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차단 지수는 마치 체중계 위의 숫자처럼 하나의 상징적인 지표일 뿐이다. 체중이 몇 kg인지보다 중요한 건 인바디와 눈바디. 실험실에서 움직임 없이 ‘짭’ UVB를 조사해 측정한 결과값과 진짜 태양 아래에서 먹고, 마시고, 땀 흘리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동안의 차단력은 엄연히 다르다. 게다가 조사 방법의 특성상 어느 정도까지는 SPF 지수가 올라감에 따라 차단율 또한 정비례해 상승하지만, SPF 30 정도가 되면 SPF 15와 비교해도 고작 3% 남짓 더 차단될 뿐이다. 도긴개긴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는 무려 SPF 100까지도 표기하지만, 대부분의 해외 브랜드에서는 SPF 30+로 퉁치는 것도 바로 그 때문!
 
 

그래서 어떻게 골라야 하는데?

차단력만 두고 따지면 이를 결정짓는 ‘찐’ 요소는 자차를 얼마나 두껍게, 충분하게, 고르게 발랐는가의 여부. 그렇다면 중요한 건 첫째도, 둘째도 ‘발림성’이다. “흔히들 500원짜리 동전 크기에 비유하잖아요. 권장량만큼 바르는 것이 가장 좋으나, 실제로 사용해보면 한 번에 바르기엔 적지 않은 양이죠. 아무리 좋은 제품도 그만큼을 바르고 나서 메이크업을 하면 뭉치고 번지기 마련이고요.” 발림성과 함께 마무리감도 따지면 좋다. 가벼운 사용감을 유지하면서 높은 SPF 지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화학 성분을 첨가하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에 민감하고 예민한 피부라면 오히려 SPF가 다소 낮은 제품을 고르는 것도 방법. “국제적인 특허 기술이나 자체 연구소, R&D 센터를 보유한 브랜드와 믿을 만한 제조원에서 생산된 제품을 고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서수진 원장은 마지막으로 제아무리 뛰어난 자차일지라도 냉정하게 말하면 면 티셔츠 한 장보다도 못한 차단력을 가지고 있으니, 쉽게 타거나 민감한 피부라면 햇볕에 직접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양산이나 선글라스를 늘 지참하라고 조언한다. 심지어 지긋지긋한 마스크조차 도움이 될 것이다!
 
 

 
 

코스모에서 계급장 떼고 고른 베스트 자차 4 

▲ 디올 스노우 얼티밋 UV 쉴드 톤업 7만5천원대.
 
 
▲ 라보라뚜아 드 비아리츠 by 온뜨레 알가마리스 크렘 쏠레흐 베베&앙팡 4만9천원.
 
 
▲ 시세이도 클리어 선케어 스틱 3만3천원대.
 
 
▲ AHC 세이프 온 라이트 선 세럼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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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eelancer editor 김희진
  • photo by Getty Images(메인)/ 최성욱(제품)
  • art designer 김지은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