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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짠 돈'으로 투자자 되는 방법?

월급의 일부를 고이 모아 ‘종잣돈’을 만들고, 그 종잣돈으로 재테크의 세계에 발 들이는 시대는 끝났다. 쓰고 남은 잔돈을 펀드에 투자해 자금을 조성하고, 커피값으로 건물의 (일부) 소유주가 되는 ‘짠 투자’의 세계로 안내한다.

BYCOSMOPOLITAN2021.03.18
 
주식시장을 한 번도 기웃거린 적이 없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을 이끈 ‘존봉준’,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의 레퍼토리, “금융 문맹은 질병이자 악성 전염병”이라는 말을 수십 번 들어도 마음에 미동조차 일지 않았다. 주식과 연동되는 ‘영끌’이니 ‘빚투’ 같은 말들 탓에, 그 도박과 빚의 세계에 발 적시는 게 꺼려졌다. 게다가 아주 가까운 금융인 친구가 내 소비 습관을 분석한 후 “주식이니 펀드 같은 건 집어치우고 지출 관리부터 해라”라고 진심 어린 핀잔과 면박을 안겨준 덕에 수년째 예·적금과 계 외엔 그 어떤 금융 행위도 해본 적 없는, 순도 높은 금융 문맹인의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게으르고 견고한 금융 문맹의 철옹성이 깨진 건 작년의 일이다. 카카오페이증권에서 1천원으로 펀드를 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재미 삼아 가입했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증권사 창구까지 찾아갈 필요도, 저 펀드 매니저가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해한 척하느라 애쓸 필요도 없다는 사실이 더 매력적이었다. AI가 알려주는 대로 매주 1천원씩  해외 유망 IT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을 선택했다. 3개월쯤 지났을 때 TV 예능에서 누군가가 주식 얘기를 하길래 ‘아, 나도 주식 하지, 참. 내 천원들!’ 하고 생각이 나서 계좌에 들어가봤다. 무관심으로 방치한 사이 자기 혼자(물론 그 상품을 운용하는 키움증권 펀드 매니저가) 약 5.7%의 수익률을 내고 있었다. 지난 3개월의 추이를 한눈에 보여주는 그래프(재테크를 처음 해보는 사람 눈에도 찰떡같이 들어오는)를 훑으니 아주 잠깐 0.5%가량 하락했을 때를 제외하면 꾸준히 오르는 추세였다. 어디서 어설프게 주워들은 “어떤 물건을 사고 싶을 때마다 ‘그거 샀다 치고’ 주식을 매입한다”는 말이 떠올라서, 통장에 있던 여윳돈(여행 가려다 발 묶여서 오리알 된 자금)을 거기로 옮겨놨다. 그리고 또 몇 개월이 흐른 지금 그 펀드의 (설정 후) 누적 수익률은 약 35.5%다.
 
소액 투자의 세계 예전엔 소액의 개념이 ‘종잣돈’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1원으로도 투자하는 시대다. 쓰고 남은 잔돈, 포인트, 리워드, 1천원, 커피값 같은 액수가 투자의 기본 단위. 종잣돈을 아껴서 모으는 게 아니라, 자투리 돈으로 투자해 종잣돈을 만드는 ‘소액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첫 입문은 ‘잔돈 투자’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페이로 결제하고 남은 잔돈을 사용자가 선택한 펀드나 주식에 알아서 투자해주는 금융 상품을 뜻한다. 2012년에 창업한 미국의 핀테크 기업 에이콘스(Acorns)가 잔돈 투자의 첫 장을 열었다. 앱과 연동된 카드를 쓸 때 결제 금액을 올림해 잔돈 투자금을 조성한 후 이를 펀드나 주식, 채권 등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해 돈을 굴려준다. 우리나라엔 티클(Tickle)이 대표 주자다. 앱과 연결된 카드로 4천1백원짜리 커피를 결제하면 9백원을 파트너십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 CMA 계좌에 자동으로 쌓아준다. 그 밖에 카카오페이, IBK기업은행,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의 잔돈 투자도 인기다. 한 주당 가격이 수백 달러에 달하는 테슬라, 구글, 애플 같은 해외 주식도 소액으로 살 수 있다. 미국 주식에 소액 투자할 수 있는 MTS(Mobile trading system)를 활용할 수도 있다. 초보 투자자들이 몇 분 안에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을 ‘구매’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데, 소수점  단위 해외 주식 거래를 처음 선보인 신한금융투자의 소수점 투자, 1천원으로 미국 우량주 주식을 살 수 있는 한국투자증권의 MTS 미니스탁이 대표적이다. 단, 증권사 트레이딩 시스템에서 직거래하는 것과 달리 예약 구매 형태라 예약 시점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점, 거래 수수료가 국내 주식보다 높으며 ETF 펀드는 매수할 수 없는 단점 등도 있다.
 
금테크는 소액이라도 ‘안정적’으로 굴리고 싶은 이들의 투자법이다. 금통장을 만들거나 골드바를 구입하는 직접투자, 금 펀드 혹은 금 ETF에 투자하는 간접투자 중 선택할 수 있다. 금 목걸이 한 줄 사기도 부담스러운데 골드바를 어떻게 사냐고? 한국거래소(KRX)에선 금을 1g 단위로 쪼개 사고팔 수 있다. 수수료도 0.2~0.3%로 가장 저렴하고 매매 차익 비과세도 비교적 낮은 편. 은행에서 개설하는 금통장은 계좌에 일정 금액을 입금하면 국제 금 시세를 원화로 환산해 해당 계좌에 적립해준다. 0.01g 단위부터 매입이 가능하다. 단, 예금자 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상품이며, 1%의 거래 수수료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안 여파로 안전 자산(금, 달러, 엔화 등)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은’도 소액 투자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의 CNBC에 따르면 올해 2월 2일 은 현물 가격은 무려 10%가량 급증한 29.47달러(1온스당)다. 은 역시 실버바, 실버 코인으로 현물을 직접 구입해 시세 차익을 남기거나 은통장, 은 펀드 등의 파생 상품으로 투자할 수 있다.
 
‘소액’으로 부동산에도 투자할 수 있다. 부동산을 ‘공동 구매’하는 금융 상품, 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얘기다. 부동산 투자회사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부동산에 투자한 후 발생하는 임대 수입, 매각 차익, 개발 수익을 배당하는 시스템이다. 통상 배당 가능 이익의 90%를 의무 배당하기 때문에 직접 부동산에 투자한 것과 비슷한 성과를 낸다. 2019년 국내 리츠 연평균 배당수익률은 9.4%. 동일 기간 시중은행 수신 금리의 5.4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리츠는 1주당 약 5천원 안팎이다. 커피 한 잔 값으로 백화점, 빌딩의 일부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다양한 우량 부동산에 나눠 투자하기 때문에 안정된 분산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상장된 리츠는 주식처럼 원하는 시점에 분할 매도·매매할 수 있다.
 
자투리 돈 투자의 태도 소액 투자의 법칙, 노하우가 따로 있을까? 금융 전문가들은 1천원을 투자하든 1천만원을 투자하든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수입의 10%로 해외 주식 투자를 시작한 회사원 유민영(24세) 씨는 첫 재테크 책으로 선물받은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에서 배운 ‘좋은 투자 습관’을 소액 투자로 형성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책에서 이런 문구를 읽었어요. ‘훌륭한 투자자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일정한 여유 자금으로 주식이나 펀드를 꾸준히 매입한다. 그러므로 자신이 은퇴할 때까지 이런 방식으로 착실히 투자해야 한다.’ 사실 이해하긴 쉽지만 막상 실천하기엔 유혹이나 방해 요소가 너무 많잖아요. 미디어나 주변 사람들 말에 휩쓸리기도 쉽고요. 그런데 소액 투자 앱으로 매달 미국 주식을 하나씩 꾸준히 사 모으다 보니 투자 패턴 만들기가 수월하더군요. 어차피 오래 가지고 있을 생각으로 투자하는 거라 조금이라도 내리길 고민하기보단 ‘조금이라도 빨리 투자해보자’는 생각인데,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소액’이라고 해서 투자 규모나 목표 수익률에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여윳돈’의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토스증권의 박재민 리더는 투자 활동이 일상을 영위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는 수준이라면 바람직한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투자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와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대체로 소득이 높지 않은 젊은 세대나 초보 투자자라면 투자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적립식 투자 방식처럼 매월 소득의 일정 금액을 나눠서 투자해 위험을 낮추고 장기적인 투자 수익을 추구하길 권합니다.”
 
구로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박종석 원장은 투자자가 자신의 성향을 잘 알고, 인지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투자자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뉩니다. 우리 몸을 움직이는 연료 격인 도파민이 과하게 분출되는, 즉 멈추는 타이밍과 브레이크를 모르는 ‘도파민형 투자자’와 소심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위험 회피적 성향의 ‘세로토닌형 투자자’가 그 예죠. 이 중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세로토닌형 투자자는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심한데 귀가 얇은 사람은 계획에 없던 투자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소액’이라고 해서 여기저기 유행에 따라 무분별하게 투자하거나, 손실 규모가 낮은 투자라고 해서 불안감에 엉뚱한 투자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박재민 리더는 코스피 상승률이 40%를 상회한 지난해~올 1월 말 사이에 처음 ‘투자’를 경험한 이들이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둔감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시기엔 손실이 나는 경험보다 수익을 얻는 경험을 더 많이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투자 손실의 위험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풍문, 자신이 잘 모르는 정보에 관심을 갖기보다 내가 잘 아는 기업을 눈여겨보고 그 기업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확인하세요. 또 단기 수익보다 그 기업의 ‘주주’로 참여한다는 마음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결정하길 권합니다.”
 
 

 MZ가 주목하는, 지금 가장 뜨거운 금융 앱 

주식 첫 경험, 토스증권
저성장·저금리 투자 환경에서 자산을 형성해야 하는 MZ세대와 투자 지식·경험이 부족한 초보 투자자가 쉽게 주식 투자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기업의 제품과 브랜드만 알아도 해당 종목을 검색할 수 있고 기업이 매출을 일으키는 사업을 기준으로 업종을 구분한다. 기업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시 정보, 투자위험 종목, 상장폐지 예정 종목 등 투자위험이 큰 종목에 대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미국 주식을 쉽게 사는 법, 미니스탁 
해외 주식 투자 서비스. 1주 단위로 구매해야 했던 해외 주식을 별도의 환전 없이 1천원 단위, 소수 여섯 번째 자리까지 나눠 매수할 수 있다.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대형 우량주 260여 개 종목의 주식으로 구성했다. 가입부터 계좌 개설, 기업 정보를 쉽게 파악하고 구매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강점. ‘주’ 단위 구매보다 소액으로 오랫동안 투자할 때 이용하는 것이 수수료, 환전 우대 등에서 더 유리하다.  
 
빌딩에 직접 투자하는, 카사  
국내 첫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DABS, 이하 ‘댑스’) 투자 플랫폼. 5천원부터 시작하는 소액 투자금으로 강남 테헤란로의 빌딩을 ‘공동 구매’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다. 부동산을 자산으로 가진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리츠와 달리 단일 건물에 바로 투자하는 형태로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보유량에 따라 임대 수익을 분기별로 배당받을 수 있으며,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지난해 11월 역삼동 런던빌 빌딩에 이어 곧 테헤란로 빌딩 오픈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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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eelancer editor 류진
  • art designer 오신혜
  • photo by pixele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