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프 시몬스와 미우치아 프라다가 함께한 프라다의 2021 s/s 컬렉션. 2 이제 고가의 하이엔드 브랜드 제품들도 온라인에서 구입 가능하다. 3 자사 직원들을 모델로 세워 촬영한 구찌의 2021 에필로그 컬렉션. 4 모델부터 프런트 로 관객까지 인형으로 제작해 선보인 모스키노의 2021 s/s 컬렉션.
올해 패션 월드는 코로나19가 쏘아 올린 공 때문에 디지털의 세계로 급발진했다. 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패션 위크의 형태가 완전히 뒤바뀐 것. 2020 F/W 서울 패션 위크를 시작으로 2021 S/S 맨스·크루즈·여성 컬렉션까지, 올해 대부분의 쇼가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규모를 대폭 축소해 열렸다. 명민한 디자이너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관습화된 런웨이를 벗어나 독특한 아이디어로 자신들의 새로운 룩을 더욱 다각화해 보여줬다. 로에베의 J. W. 앤더슨은 팝업 카드 형태의 초대장과 룩북으로 2021 S/S 시즌 남성 및 프리 여성 컬렉션을 알렸고, 구찌의 2021 에필로그(크루즈) 컬렉션은 구찌 직원들이 입고 촬영한 룩북을 장장 12시간의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공개했다. 발렌티노와 메종 마르지엘라는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닉 나이트와 함께 패션 필름을 만들어 패션이 가진 판타지를 보여줬고, 모스키노의 제레미 스캇은 관중과 모델을 인형으로 제작해 사람이 없는 쇼를 선보이며 SNS 피드를 도배했다. 발망과 미우미우는 모니터를 세워 전 세계 인플루언서들의 디지털 프런트 로를 만들었다. 2021 S/S 시즌에 가장 기대됐던 라프 시몬스의 첫 프라다 컬렉션은 프라다닷컴을 통해 다양한 카메라가 모델을 비추는 형태로 쇼를 선보였고, 라프 시몬스와 미우치아 프라다의 대화를 보여주며 디지털이 가진 장점을 잘 보여줬다.
IT 강국 대한민국은 뭐든지 빠름빠름이다. 올 초만 해도 소수에 불과했던 라이브 커머스는 집콕 라이프와 함께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불과 6개월 만에 많은 브랜드가 자신들의 채널을 통해 판매를 위한 라이브 커머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네이버를 필두로 지난 10월에는 카카오도 라이브 쇼핑 채널을 개설했다. 잠깐! 라이브 커머스가 뭐냐고?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한 홈쇼핑이랄까. 홈쇼핑의 진화한 버전인 라이브 커머스는 인터넷 방송과 쇼핑이 결합한 것으로 진행자와 소비자가 소통하며 쇼핑할 수 있어 MZ세대에게 특히 어필하는 중. 디자이너나 스타일리스트가 나오기도 하지만 매장의 매니저, 브랜드 직원 등 셀러브리티가 아닌 일반인들이 등장하는 라이브 방송도 많다. 라이브 커머스에 브랜드가 열을 내는 이유는 셀러브리티가 등장하지 않아도 제품과 콘텐츠에 따라 높은 시청자 수와 판매고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은 물론 소비재, 푸드까지, 몇 년 뒤에는 유튜버가 아니라 라이브 커머서가 더 각광받게 될지도 모른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는 선택이 아니라 본능! 여행의 부재는 쇼핑의 질을 향상시켰고, 억눌렀던 욕망은 소비 심리로 폭발했다. 소비를 줄이기도 했지만 소비 형태를 바꾼 사람도 많았다. 홈웨어의 유행과 더불어 사람들은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 혹은 하이엔드 명품으로 눈을 돌렸다. 이런 흐름 때문에 럭셔리 브랜드에서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했고, 이제 에르메스 가방과 슈즈는 물론 티파니의 웨딩 링까지 클릭 한 번으로 쇼핑이 가능해졌다. 에르메스는 올해 6월 온라인몰을 오픈해 의류는 물론 승마 제품까지 판매하며, 카카오 선물하기를 통해서 구찌, 생 로랑, 프라다 같은 명품도 전달할 수 있다. 마음껏 고르고 간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온라인 스토어 덕분에 하이엔드의 문턱은 낮아지는 게 아니라 아예 없어졌다. 원하기만 하면 어떤 하이엔드도 클릭 한 번으로 손에 넣을 수 있게 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