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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오메가 사피엔이라는 신인류

동굴 같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날것의 래핑, 심드렁한 얼굴. 거칠기만 할 것 같은 소년이 꽃송이에 파묻혀 천진한 웃음을 지어 보였을 때, 모두가 무장해제됐다. 지금 대한민국 젠지 음악의 현재 시제를 보여주는, 오메가 사피엔이라는 신인류.

BYCOSMOPOLITAN2020.10.26
 
재킷, 니트 베스트, 셔츠, 팬츠, 레이스업 슈즈 모두 가격미정 프라다.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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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오메가 사피엔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어떤 뮤지션이에요?
바밍타이거에서 영어 랩을 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APE’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했는데, 마침 같은 동양 래퍼인 키스 에이프 씨가 유명세를 타면서 자연스레 저만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싶었어요. 제가 그를 따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싫더라고요. 유인원을 뜻하는 ‘APE’에서 발전한 호모 사피엔스에 가장 강력한 디지몬인 ‘오메가몬’을 더하고 사피엔스의 단수형인 사피엔을 썼어요. 초월적인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뜻이죠.


공연마다 늘 상의 탈의하는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초록색 머리를 고수하고 있어요. 이미지가  워낙 세다 보니, 본캐를 보면 의외의 구석이 많아요. 술은 아예 못 마시고, 어릴 때 레슬링을 했고, 경제학을 전공 중이죠.
그냥 경제학과가 아니라 (일본의 명문대인) 게이오기주쿠대학 경제학과라는 것도 좀… 하하. 누가 무슨 과 다니냐고 물으면 “경제학과요”라고 말할 때 너무 기분이 좋아요. 저 자신이 정말 섹시하게 느껴지거든요. 사람들이 제가 가진 의외의 포인트에 놀라는 걸 즐기는 편이에요. 문신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저 왠지 술도 잘 먹고 디자인학과 나왔을 것 같고 몸에 타투 있는 게 어울리는 이미지잖아요. ‘갭 모에’라는 말처럼 오히려 반대라 매력적인 것 같아요. 볼에 보조개도 하나 있는데, 이 또한 의외의 매력 포인트고요.


최근 발매한 첫 EP에 ‘Garlic’이라는 타이틀을 붙였어요. 마늘과 자신이 닮았다고 생각했다고요.
이번 앨범의 난해한 사운드가 마늘의 강렬한 풍미와 비슷한 것 같았어요. 마늘은 맛이 빡세잖아요. 제 음악은 눈살이 찌푸려지다가도 계속 생각나는 마라나 다진 마늘 같았음 해요. 제가 좀 마늘같이 생기기도 했고, 워낙 마늘을 좋아해요.
 
재킷 84만9천원, 셔츠 28만9천원 모두 산드로옴므. 니트 톱 22만9천원 아더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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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늘을 좋아하는 한국인인데, 구글에서 오메가 사피엔을 검색하면 관련 검색어에 ‘오메가 사피엔 국적’, ‘오메가 사피엔 한국인’이 떠요.
저는 그냥 한국 지구인이에요.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중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는 미국에서 다녔어요. 성인이 된 이후에 일본 대학에 진학했고요. 사람들이 일본에서 영어로 랩을 하는 한국인 혼종이라고 부르는데, 실은 중국에서 제일 오래 살았어요. 뮤지션 중엔 오혁 형, 소금 누나, 김심야 씨도 중국 생활을 했죠. 약간 좀 ‘이상한’ 아티스트들이 중국에서 많이 살다 온 것 같아요. 하하. 조만간 중국어가 들어간 노래를 만들어보려 해요.


수록곡 ‘Happycore’ 뮤직비디오에서 초인이 돼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들을 혼내주잖아요. 타지 생활을 오래 해서 겉돌거나 외톨이, 약자라고 느낀 적이 있어요?
계속 외지인으로 살았으니 언제나 타자라고 느꼈죠. 아무리 중국 말을 잘해도 중국인은 아니고,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미국인이 아니고, 일본어를 잘해도 일본인은 아니었으니까요. 가치관이 다르다 보니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국인이 아니었고요. 그런 무국적성이 제 정체성 같기도 한데, 제게 나쁜 기제로 작용하는 거 같진 않아요. 저는 아웃사이더가 되는 게 좋아요. 특별한 사람이 아웃사이더가 되는 거고, 특별한 사람이 또 새로운 걸 만든다고 생각해요.


예술을 하는 또 다른 동력으로 자신의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를 꼽기도 했죠.
세계적인 CEO의 20~30%가 ADHD를 앓고 있어 사실은 고지능자의 병이라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저는 이 병이 나름 만족스러워요. 종종 치료제를 복용할 때는 세상이 회색빛이 되고 잔잔해지는데요, 의사 선생님께 우울증인 것 같다고 말했더니, 많은 환자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사실은 약을 먹었을 때 보이는 게 정상인들이 바라보는 세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순간의 세상은 너무 재미없었어요. 오히려 ADHD가 있어 너무 재미있고 신나요.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르고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학교 다닐 땐 괴로웠지만 지금은 남들보다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동력이 돼요.


하지만 ADHD도 〈나루토〉 ‘카카시’의 기술인 뇌절처럼 도가 지나치면 화를 입을 것 같아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자기 컨트롤하는 노하우가 생겼어요?
몸에 힘을 빼는 거요. 불쾌하거나 화가 나면 몸이 먼저 무의식적으로 경직돼요. 그때 몸에 힘을 풀면 그 순간의 감정을 관찰할 수 있어요. 좋아하는 글귀가 있는데, 화나 걱정은 천 마리의 말이 지나가는 에너지래요. 누군가는 말 무리에 탈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절벽 위에서 말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거죠. 절벽 위에서 제3자로 저를 관찰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재킷 39만8천원, 니트 베스트 21만9천원. 셔츠 22만9천원 모두 아더에러. 스니커즈 8만9천원 컨버스.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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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에 대해 “가장 난해한 것같이 들리지만 가장 트렌디함”이라는 감상 평이 있더군요. 바밍타이거는 줄곧 난해하다는 평을 환영해왔는데, 난해함과 트렌디함은 공존할 수 있을까요?
좋은 난해함이 트렌디한 거죠. 난해하기만 한 건 그냥 난해한 거고요. 기존에 없던 게 등장할 때 난해하다고 하잖아요. 좋은 난해함이란 조금 거부감이 들지만 좋고,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져서 평균이 되는 흐름 같아요. 그러니까 좋은 난해함이란 결국은 신선한 것일 수밖에 없어요.


신선하다는 건 상대적인 개념이에요. 언젠가는 오메가 사피엔이 기성세대가 되는 날도 오겠죠. 그때도 ‘신선하다’는 가치를 지켜갈 수 있을까요?
새로운 걸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불멸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엄마, 아빠 말 안 듣고 재즈 클럽 가던 소년, 소녀가 커서 자기 자식들이 록을 들으니 사탄의 음악이라며 듣지 말라 하고, 레드 제플린 좋아하던 사람들이 엄마, 아빠가 돼서 힙합은 너무 폭력적이라고 하는 사이클이 있었어요. 하지만 퍼렐 윌리엄스나 카니예 웨스트 같은 아티스트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가장 트렌디하고 멋있는 걸 세상에 들고 나오잖아요. 그냥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모두가 다 같은 기성세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심이나 반항은 오메가 사피엔 음악의 주된 주제죠. 기성세대를 따르지 않는 게 ‘훌륭한 유스’라고 표현하기도 했고요.
엄마, 아빠 말을 안 듣는 게 훌륭한 유스가 아닌가 해요. 이 시대를 가장 잘 아는 세대는 10대 후반, 20대, 30대 초까지인 것 같아요. 그래서 비록 권력 같은 것은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지만, 이 시대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게 20대죠. 그 어떤 시대에나 현재의 20대가 미래의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30~40대가 되고 세상에서 힘을 가지면 그들이 좋아하는 게 세상의 주류가 될 테니까요.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happycore’처럼, 오메가 사피엔이 생각하는 행복의 ‘코어’란 뭔가요?
비전을 가지는 거요. 우리 사회 분위기가 그렇듯, 눈앞이 깜깜한데 무작정 열심히 달리라고만 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란 말이에요. 음악 하는 입장에서도 조회 수 0에서 조회 수 1만으로 성장하는 게 조회 수 100만에서 1000만이 되는 것보다 훨씬 어렵거든요. 솔직히 저도 휴학하고 한국에서 음악을 하고 있지만, 잘될지 안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뚜렷한 답은 없지만, 나의 비전 하나만 믿고 달려가는 거죠. 그런 믿음이 매일 집 밖을 나서게 하는 원동력이자 행복이 아닐까 해요. 결국은 어떤 분야든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해요.
 

 
바밍타이거 전 세계 유일무이한 얼터너티브 K팝 밴드이자 레이블, 플랫폼을 표방하는 크루.
래퍼 오메가 사피엔을 비롯해 리더이자 디렉터 산얀, 싱어 소금과 원진, 비트메이커 언싱커블, 래퍼 머드 더 스튜던트, 비디오그래퍼 잔퀴, DJ 어비스, A&R 헨슨까지 총 9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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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 Editor HA YE JENE
  • Photographer YOON SONG YI
  • Art Designer 이상윤
  • Stylist 김혜인
  • Hair 박규빈
  • Makeup 최민석
  • Assistant 김지현
  • Florist 블루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