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박성은, 비전공 개발자의 커리어 연대기

개발자 박성은은 자신이 개발한 독서 기록 앱 북적북적으로 50만 명 이상의 유저를 모았다.

프로필 by COSMOPOLITAN 2024.04.04
원하는 목적지에 단걸음에 갈 수 없을지라도 계속해 걷다 보면 결국엔 마주하게 된다. 개발자 박성은은 비전공자 개발자임에도 여기어때, 당근마켓에서 ios 개발자로 일했고, 자신이 개발한 독서 기록 앱 북적북적으로 50만 명 이상의 유저를 모았다.


며칠 전 당근마켓을 퇴사하셨다고요.
이제 딱 3주 지났어요. 아직 실감은 안 나는데 회사를 다닐 때보다 바쁘고 해야 할 일도 많다고 느껴요.(웃음)

본래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게 아니라 들었어요.
대학에서 도시개발을 공부했어요. 4학년 무렵 컴퓨터공학 전공 친구가 자신이 개발한 게임이라며 한번 사용해보라고 공유해주더라고요? 그 전까지만 해도 ‘앱은 회사만 만들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 사람이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어요. 그 때부터 흥미가 생겨서 개발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어요. 전공에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던 터라 IT 서비스 기획자로 취업 방향을 틀었죠.

첫 직장 이야기도 궁금해요.
주차 앱 스타트업에 기획자로 입사했어요. 전공과 관심사가 적절히 융합된 곳에서 곁눈질로라도 앱 개발을 배우고 싶었거든요. 기획 직무였으나 회사가 주차장 광고, 컨설팅 비즈니스로 확장하면서 본래 입사했던 방향이 흐려졌어요. 1여년이 지났고 회사가 카카오 모빌리티로 흡수되면서 한 두달 방치상태에 놓였던 것 같아요. 출근은 하는데 일이 없었던 거죠. 처음으로 ‘회사가 나를 책임지지 않는구나, 스스로 무언가 만들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또 개발에 대한 미련도 남았고요. 퇴사 후 4개월 정도 개발공부를 하고 새로운 직장에 이직을 했죠.

뒤늦게 시작한 공부에 불안감은 없었나요?
당연히 학부시절부터 개발 공부를 한 친구들을 따라잡으려면 한없이 부족했죠. 하지만 그 친구들 대비 저는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으니 그만의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약점보다 강점을 먼저 보고자 했어요. 또 ios 개발자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했는데, 안드로이드에 비해 분야도 좁고 개발자가 적어서 조금만 열심히 하면 금방 눈에 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이후에 개발자로 첫 커리어를 시작하니 어땠나요?
비전공자 중에 한번에 카카오나 네이버처럼 큰 회사로 입사한 분도 많지만, 저는 스텝바이스텝으로 커리어를 쌓아왔어요. 공부를 마치고 수능 빈출 영단어를 모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으로 입사했죠. 사내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면서 베트남 영어시장을 조사하는 등 다른 일들이 주어졌죠. 그곳에서 퇴사를 하고 또 다른 스타트업에 입사한 후에야 비로소 개발 일을 시작한 듯해요. 독서 기록 앱 북적북적은 이러한 커리어 불안의 산물과도 같아요.(웃음)

북적북적의 가입자만 50만명이 넘는다고 들었어요. 이직과 회사생활의 바쁜 일상 속에서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나요?
비전공자로서 저만의 차별화된 포트폴리오가 필요했어요. 종종 여러 회사의 채용공고를 분석하곤 했는데 ‘앱을 직접 만들고 배포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란 문장을 자주 발견했죠. 대부분 회사에선 이미 만들어진 서비스를 유지보수하는 업무가 주어지다 보니 제로부터 무언가를 만들어본 경험을 가진 사람이 드물거든요. 이러한 경험을 쌓는 동시에, 저에게도 필요한 앱을 만들고자 했어요. 사이드 프로젝트지만 포트폴리오가 목적이었기에 빠르게 만들어야 했죠. 3개월간 출퇴근길에 서비스를 구상하고 한 달내 출시를 목표로 잡아 개발한 앱이에요. 유저의 독서량이 캐릭터의 키로 표현되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국내 독서인구가 줄고 있다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 경험을 공유하는 성향이 높아서인지 빠르게 입소문이 났어요. 큰 홍보 없이도 유저가 늘었죠. 론칭 4~5개월이 지났을 무렵 안드로이드 앱도 출시해달라는 요청이 생겼고 두번째 회사에서 만난 개발자 동료와 협업해 함께 일을 키웠어요.

여기어때에 입사했을 무렵에는 서비스가 이미 어느 정도 활성화되었겠군요.
맞아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건 무엇일까?’, ‘어떤 경험일까?’ 궁금해서 여기어때에 입사했어요. 또 여러 명의 개발자가 팀 단위로 일하는 체계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요. 앱을 브랜드로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넓은 시야로 커리어를 바라보았을 때 회사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아직 무궁무진했죠. 2년정도 여기어때에서 일했고, ‘내가 좋아하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으로 당근마켓에 이직했어요. 제가 도시공학을 전공했잖아요? 도시 설계에서 이웃간의 커뮤니티가 참 중요한 요소인데, 공원이나 벤치처럼 물리적인 요소를 놓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IT 서비스로 사람들을 소통하게 한다는 사실이 참 흥미로웠어요. 해당 서비스를 개발하며 배운 것이 많아요. 유저의 사용패턴이나 리텐션 등 여러 지표를 접목한 개발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죠. 하지만 이제 북적북적에 집중해서 홀로 서야 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간 본업에 집중하느라 북적북적의 자잘한 서비스 업데이트만 이뤄졌거든요. 좀 더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고 유저를 위한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결국 퇴사를 했죠.

다른 전공, 분야의 사람과 일하면 다른 나라에 이민온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잖아요. 또 비전공 여성개발자가 드물기도 하고요. 그간 여러 조직을 거치면서 개발자님은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실무적으로 정말 모르는게 많았어요. 제가 비전공자라는 사실을 동료들에게 숨기지 않았고 모르는 건 뭐든지 물었어요. 여기어때에서 저와 함께 입사한 동기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겐 그곳에서의 경험이 첫 사회생활이었거든요. 저는 여러 회사를 다녔지만 전공지식이 부족했고요. 덕분에 둘이 함께 조직 구성원들에게 많이 물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현업에 여자 개발자가 적은 게 사실이에요. 당근마켓만 하더라도 ios 개발자 12명 중 2명이 여성이었거든요. 제가 퇴사하면서 1명이 되었죠. 저는 팀이 다르더라도 여성 개발자들에게 먼저 연락해 조언을 많이 구했어요. 또 개발자로서 개발을 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전문화하고 싶은 분야가 생길 거라 봐요. 저처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발자에서 관리자나 PM 직군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 지 커리어를 쌓으며 계속해서 생각해보고 주위 동료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으면 좋겠어요.

북적북적의 브랜드화를 포함해 커리어 계획이 있다면요?
단기적으로는 북적북적에 커뮤니티 서비스를 접목하는 것이 목표고요. 커리어는 명확히 정의내리긴 어렵지만 PM, 개발자 그 무엇이든 저를 메이커, 크리에이터로 규정하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게 제 커리어 방향이자 목표예요.(웃음)


개발자 박성은 님에게 물었습니다!

🔍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주로 앱스토어를 봐요. 요즘 인기있는 앱은 무엇인지, 또 제가 고민하는 서비스를 반영한 앱은 무엇인지 살피면서 배웁니다.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1시간. 과도하게 사용시간 길어질까봐 10분 단위로 인스타그램 사용 알림을 울리는 앱을 깔아서 최대한 조금만 사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북적북적, 인스타그램, 유튜브. 아, 최근에 사무실을 새로 구해서 당근마켓에서 중고 매물도 많이 보고 있습니다.(웃음)

Credit

  • Freelance Editor 유승현
  • Photo 개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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