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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로기완>의 마리, 최성은의 봄

영화 <로기완>과 함께 찾아온 배우 최성은의 찬란한 봄날.

프로필 by COSMOPOLITAN 2024.02.28
 
 
 
드레스 가격미정 잉크.

드레스 가격미정 잉크.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대부분을 헝가리에서 촬영했다고요. 첫 해외 촬영을 마친 소감이 궁금해요.
3개월 동안 헝가리에서 지냈는데, 저는 너무너무 좋았어요. 촬영이 없을 땐 부다페스트의 거리를 산책했는데 그냥 기분이 좋더라고요. 들판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아무것도 안 하고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는데 서울과는 템포가 사뭇 달랐어요. 헝가리의 일상을 몇 개월간 체험하다 보니 어떤 해방감을 느꼈죠.
 
촬영은 헝가리에서 했지만 극 중 배경은 벨기에죠. 촬영한 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몽타주 기법으로 찍은 시퀀스가 있는데, 한겨울 유럽 특유의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와 인물의 정서가 잘 어우러져서 정말 몰입되더라고요. 특수한 공간과 캐릭터가 만나 시너지도 나고요.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웃음) 저도 정말 기대되는 장면이에요.
 

 <로기완>의 관전 포인트를 한 가지만 귀띔해주세요!
넷플릭스로 공개돼 출퇴근 시간에 틈틈이 보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아껴뒀다 모든 일과가 다 끝난 저녁 시간에 차분히 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극 중에 나오는 인물들은 한 명 한 명 끌어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상처도 많고 처절한 삶을 사는데요, 그런 인물들과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배경이 어우러져 발현되는 그 생경한 무드를 온전하게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톱, 스커트 모두 가격미정 페라가모. 반지 모두 가격미정 타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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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씨가 맡은 ‘마리’는 원작 소설에 없는, 새롭게 창조된 인물이에요. 그래서 더 연기하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맞아요. 그래서 김희진 감독님과 더 많이 대화를 나누면서 인물을 만들어갔죠. 주인공 ‘로기완’ 말고는 대부분 새롭게 쓰여진 내용과 인물이 많아 혼자만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어요. 오히려 원작에 구애받지 않아서 더 좋았죠. 소설도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에 읽었어요. 작품의 톤과 무드 정도만 참고하려고요.  
 
송중기 배우, 김희진 감독과 호흡이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중기 선배는 굉장히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고민하는 배우예요. 마지막 촬영까지 지치지 않고 치열하게 공부하시는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묵직한 울림을 받았죠. 그 모습이 되게 순수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본인이 구축한 캐릭터, ‘로기완’에 대해 빈틈도 없고요. 어떤 의문이 생기면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때까지 스스로를 설득하고 고민하시죠. 희진 감독님은 정말 따뜻한 사람이에요.(웃음) 사람을 끌어들이는 에너지가 워낙 넘치셔서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제 발로 나서서 감독님을 도와주고 싶어 했죠. 그런 힘을 갖고 계신 분이에요. 그리고 감독님이 지닌 심성이 영화에 그대로 담겼죠. 겉으로 보기엔 따뜻하고 유연한데 그 안에 단단한 심지 같은 게 느껴져요.
 
<로기완>을 준비하며 영감을 받았던 순간을 회상해본다면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음악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극 중에서 ‘마리’는 과거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를 간직한 인물인데 직접 겪어보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음악과 영상을 통해 도움을 받았어요. 특히 헤이즈의 ‘엄마가 필요해’라는 노래요.
 
드레스 가격미정, 시폰 스커트 79만8천원 모두 잉크. 플랫폼 메리제인 슈즈 10만9천원 찰스앤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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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국가대표인 ‘마리’를 비롯해, 유난히 작품에서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역할을 많이 맡네요.
맞아요. 넷플릭스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에서 노래를 배워야 했을 때도 굉장히 힘들었고, 영화 <시동>에선 복싱, 드라마 <괴물>에선 도축을 배웠죠. 이번엔 사격과 불어를 배웠어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때는 왜 그렇게 세상 짐을 다 짊어진 사람처럼 힘들어했는지.(웃음) 영국에서 7개월간 지내면서 반성을 많이 했어요. 앞으로 또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면 정말 즐기면서 하려고요!
 
촬영 후 바로 런던으로 떠났다고요.
헝가리에서의 좋았던 기억들을 조금은 천천히 놓아주고 싶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런던으로 떠났죠. 짧게라도 해외에서 살아보는 게 버킷 리스트기도 했고, 영국 특유의 악센트를 배우고 싶기도 해서요!(웃음)  
 
공백기를 런던에서 보내면서 새롭게 느낀 것이 있을까요?
잘 가꾼 일상이 주는 힘이요. 사실 전 연기 외에는 관심사가 없어 취미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런던에서 만난 어떤 좋은 사람의 영향으로 일상을 가꾸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됐죠.
 
어떤 사람이었나요?
런던에서 마지막 2개월 동안 같이 지낸 하우스메이트요. 본인만의 루틴이 확실한 친구예요. 밤 10시면 자고 오전 7시면 일어나서 회사에 가죠. 그리고 퇴근하면 맨날맨날 집에 와서 요리를 해요. 절대 사 먹는 일이 없죠. 그 모습이 제겐 참 낯설지만 좋게 다가오더라고요. 저는 매일같이 그 친구의 요리를 얻어 먹으면서 고맙고 미안했죠. 보답하고 싶어 생애 처음으로 요리도 해봤어요. 그때 시작한 요리를 지금도 취미로 하고 있죠. 전에는 취미를 갖거나 일상을 가꾸는 게 제 커리어와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일상을 잘 돌봐야 제 연기에도 좋은 영향이 간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드레스 9만9천원대 H&M. 첼시 부츠 가격미정 질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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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온 인터뷰를 읽어봐도 꾸준히 “취미는 없다”고 답했더라고요.
취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마음이 동하는 사건을 겪고 나니 취미도 생기고 생각도 바뀌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생겼죠.(웃음) 
 
<로기완> 홍보 기간을 빌려 출연해보고 싶은 예능이나 토크쇼가 있나요?
제가 개그우먼 장도연 님을 정말 좋아해서 <살롱드립>에 출연하고 싶어요! 최근 유튜브 <요정재형>에 나오신 것도 재밌게 봤어요.(웃음) 도연 님을 보고 있으면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김희진 감독은 “좋은 작품에는 항상 좋은 식사 신이 존재한다”라고 했죠. <로기완>을 촬영하며 기억에 남는 식사 신이 있다면?
‘기완’과 밥을 먹는 신이 딱 생각나네요. ‘기완’과 ‘마리’의 관계가 파도를 타고 나아가는 시작점이기도 해요. 찍으면서도 되게 좋았어요.  
 
드레스 3백50만원대, 레더 코르셋 벨트 2백70만원대 모두 알렉산더 맥퀸. 이어링 1천만원대 쇼메.

드레스 3백50만원대, 레더 코르셋 벨트 2백70만원대 모두 알렉산더 맥퀸. 이어링 1천만원대 쇼메.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현장에서 동료 배우, 스태프들과 더 가깝게 지내는 거요. 해외 로케이션 덕분이었던 것도 있지만 <로기완> 현장에서 서로 의지하고 끈끈해지는 게 느껴져 정말 좋았거든요. 그 전에는 스스로를 가둬놓고 되게 외롭게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저 자신을 몰아세우기도 하고요. 이제는 모르면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도 하고, 동료 배우의 의견도 듣고, 그렇게 소통하며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인간 최성은의 목표는요?
모든 것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그리고 요리나 일상을 가꾸는 걸 넘어 제가 재미를 느끼는 것들을 더 많이 찾아나가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작품이나 역할이 될 수도 있고요!  
 
 

Credit

  • Feature Editor 김미나
  • Photographer 류경윤
  • Hair 이혜영
  • Makeup 이준성
  • Stylist 박세준
  • Assistant 박한나
  • Art designer 김지원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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