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티튜드가 전부예요.”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가 남긴 이 유명한 말처럼 스타일에 있어 애티튜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입는 이의 태도에 따라 화이트 셔츠 한 장이 때론 미니멀한 뉴요커 패션의 상징으로, 때론 파리지엔의 자유분방함을 대변하는 아이템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의 여자들에게만 해당되던 이야기. 최첨단의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런웨이 위의 일은 아니었단 소리다. 하지만 최근의 이야기는 좀 다르다.
“더 이상 패션에 새로운 것은 없어요.” 패션 디자이너들과 패션 에디터들이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이 말은 ‘불편한 진실’이다. 더 이상 새롭게 창조될 수 있는 의복의 형태가 없지 않은가. 패션에 더 이상 완벽한 창조는 없다. 이젠 누가 더 ‘적절한 때’에 과거의 것을 ‘뛰어나게 재해석’하는지가 중요한 시대다. 어떤 시기엔 스타일링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발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크리스토프 드카르냉처럼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컬렉션으로 스타 디자이너가 된 이들이 이를 증명한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냉혹한 패션계는 여전히 디자이너들에게 “Something New!”를 외치고 있다.
그리고 디자이너들은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신선한 그 무언가를 찾아 오늘도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옷을 입는 태도, 즉 애티튜드에 집중하고 있다. 애티튜드(Attitude)는 정신적 ‘태도’와 신체적 ‘자세’를 모두 의미한다. 옷을 입는 이가 취하는 정신적인 태도와 몸으로 보여주는 자세가 모두 포함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애티튜드가 지금 처음 대두된 것은 아니다. ‘백티튜드(Bagtitude)’란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과거 백을 드는 애티튜드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패션 에디터들은 한때 미우치아 프라다(뒤에도 설명하겠지만 그는 애티튜드 패션의 선구적 존재다)가 ‘숄더백의 체인을 손목에 팔찌처럼 감아 클러치로 연출했다’느니, ‘클러치를 옆구리에 바짝 끼워 들게 했다’고 말하며 백을 드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 디자이너들에게 떠들석한 환호를 보낸 바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백티듀드는 런웨이의 필수적 요소가 됐고 이젠 룩을 소화하는 데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가 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원숙함을 넘어 일종의 경지를 보여주곤 한다. 후배 디자이너들이 스스럼없이 그를 선망한다고 고백하는 이유다. 대표적인 예로 라프 시몬스가 있다. 잘 알다시피 라프 시몬스는 미우치아 프라다와 함께 프라다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될 만큼 '성공한 덕후'이기도 하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우치아를 존경한다 말해왔고, 프라다를 즐겨 입었다. 또한, 자신의 컬렉션에서 그를 오마주하기도. 자신의 개인 레이블은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디자이너가 설립한 하우스에서 존경하는 디자이너를 오마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우치아의 디자인을 재해석하는 것은 물론, 그의 퍼스널 애티튜드를 따라 하기도 했다. 미우치아는 아우터의 앞섶이나 숄을 가슴 가운데에서 움켜쥐는 애티튜드를 즐겨 취하기로 유명한데, 그의 첫 런웨이 컬렉션인 1988 F/W 시즌에도 이 포즈를 한 모델을 발견할 수 있다. 이후에도 그는 자신의 런웨이에 오르는 모델들에게 이 상징적인 애티튜드를 취하게 했다. 그리고 그의 팬을 자청해온 라프 시몬스는 자신이 디자인한 마지막 질샌더 컬렉션과 디올 컬렉션의 모델들에게 같은 포즈를 따라 하도록 했다. 아우터와 숄을 지극히 우아하고도 세련되며 쿨하게 소화한 그 애티튜드를! 프라다 하우스 데뷔 컬렉션인 2021 S/S 컬렉션에선 마치 자신의 영원한 뮤즈이자 함께 프라다를 공동 디자인한 미우치아에게 바치는 헌정처럼, 아우터를 입고 숄을 두른 모든 모델들이 이 애티튜드를 선보이게 했다.
에디터에겐 미우치아와 라프가 함께 만든 옷만큼이나 이 애티튜드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 때문일까? 지방시, 베르사체, 드리스 반 노튼 등 수많은 컬렉션에서 이 포즈를 발견할 수 있다. 그저 아우터의 여밈부를 살포시 쥐었을 뿐인데 그 어떤 액세서리를 더한 것보다 더 효과적이니, 그럴 수밖에. 그렇다면 또 어떤 애티튜드가 런웨이에 등장했을까? 단 한 시즌의 컬렉션을 선보이고 물러났지만, 존재감 넘치는 파워풀한 컬렉션을 선보인 디자이너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은 과거 앤 드뮐미스터 여사가 런웨이의 모델에게 시켰던 X자 모양의 팔 포즈를 소환해 패션 피플들의 뇌리에 길이 남을 인상적인 런웨이 모멘트를 선사했다. 또한 로에베의 조너선 앤더슨도 이와 비슷한 포즈로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에게 독특한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미우미우는 풍선으로 정전기를 일으켜 머리가 부푼 모델들이 새초롬한 팔 모양으로 토트백을 들도록 해 미우미우 걸 특유의 ‘Sassy’한 매력을 극대화하기도. 한편 디자이너 킴 존스는 2023 F/W 펜디 쿠튀르 컬렉션에서 모델들에게 클러치를 든 손을 가슴 중앙에 살포시 얹게 했는데, 이 애티튜드는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모델들을 더욱 여신처럼 보이게 했다.
이 밖에도 전위적인 워킹으로 룩을 더 독특하게 보이게 한 메종 마르지엘라의 존 갈리아노, 모델들이 팔짱을 끼고 워킹하게 해 컬렉션을 한층 시크하게 만든 마크 제이콥스 등 특별하고 신선한 애티튜드로 컬렉션을 더욱 매력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킨 디자이너들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는 이처럼 한 끗의 남다른 애티튜드가 같은 옷도 더욱 특별해 보이게 만들 수 있음을,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옷을 입을 땐 그 옷의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입는 이의 매력적인 애티튜드가 더 중요하단 사실을 오늘의 패션 디자이너들이 이토록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