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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게 시작된 배우 윤계상의 후반전

“이 길의 끝이 어디일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가야죠. 죽을 때까지.” 조용히, 그러나 강렬히 시작된 윤계상의 후반전.

프로필 by COSMOPOLITAN 2023.09.27
 
 
재킷 1백99만원, 팬츠 1백46만원 모두 마그리아노 by 10 꼬르소 꼬모. 슈즈 가격미정 지방시.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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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god의 데뷔 25주년과 KBS 개국 5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 <ㅇㅁㄷ 지오디> 공연이 있었죠? 그 이름 앞엔 ‘KBS 대기획’이라는 수식도 붙었고요.
그간 해왔던 공연과는 확실히 달랐어요. 아무나 설 수 없는 무대라는 게 확 느껴지더라고요. ‘god라는 그룹이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가수였구나’ 새삼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너무 영광스러운 무대였어요.
 
공연에 다녀온 많은 관객분이 “수신료의 참가치가 느껴졌던 공연이었다”라고들 입을 모으던걸요.
정말요? 워낙 많은 분이 와주시기도 했고, 공연 후반부에 폭죽이 터지는데 정말 멋있더라고요. 무대 위에서 저희끼리 그런 말을 했을 정도였죠. 우리가 뭐라고 이렇게 폭죽을 많이 터뜨려주시냐고요.(웃음)  
 
에이, 국민 가수죠!(웃음)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언급했던 ‘god 존’ 안에서의 윤계상 씨 모습도 보였어요.
하하. 멤버들과 함께 있으면 스무 살의 윤계상이 되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도 엄마 앞에서는 늘 어린 아들인 것처럼 멤버들 사이에 있으면 절로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죠. 배우로서 활동할 땐 작품에 해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매사 신경 쓰고 있는 모습이라면, god 안에선 오히려 신경 쓰면 큰일 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코트 7백90만원, 셔츠 1백10만원 모두 발렌티노. 팬츠 가격미정 아미. 슈즈 가격미정 르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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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일 기준으로 드라마 <유괴의 날>이 방송을 앞두고 있어요. 어떤 기분인가요?
시기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한 달 전에는 ‘빨리 방송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촬영했으니 그만큼 성과도 좋을 거야!’라는 기대심에 부풀었다가, 보름 정도 앞둔 시점이 되면 걱정 반 설렘 반이 공존해요. 그리고 지금은 걱정이 한 80%는 되는 것 같아요. 밤에 자려고 누우면 특히 걱정이 더 밀려오죠.(웃음)
 
어떤 걱정이 밀려오는 건가요?
연기하며 느끼는 직업병 같은 건데, 이젠 그저 느낌대로 연기를 하진 않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대중의 취향도 생각해야 하고, 드라마 콘셉트를 파악하거나 시청자분들의 공감을 더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뭔지 연구하게 돼요. 거기서 오는 걱정이죠. 이를테면 이런 거예요. <유괴의 날>의 ‘김명준’은 2% 부족한 남자라고 생각했고, 그 부족한 지점을 약간의 코믹한 요소를 넣어 표현했어요. 진지한 역할을 오랫동안 하다가 코믹한 연기는 오랜만에 하는데, 그러다 보니 작품 속 제 모습이 보시는 분들에게 낯설게만 비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생기는 거죠.  
 
그럼에도 이 작품을 선택한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인간은 불안정한 존재기 때문에 실수한다고 생각해요. ‘명준’의 잘못된 실수로 ‘로희’와 ‘명준’이 함께 지내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피가 섞이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힘이 느껴져 좋았어요. ‘명준’이라는 사람이 지닌 따뜻함이 드라마 속 사건을 아우를 수 있는 큰 힘으로 변화하게 되거든요. 그 이야기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카디건 2백89만원 마그리아노 by 10 꼬르소 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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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고를 때, 그 당시의 화두가 반영된다고 언급한 적이 있어요. 윤계상 씨가 품고 있는 지금의 화두는 가족인가 봐요.
그렇죠. 이제 가정을 이뤘고, 인생의 0순위인 와이프라는 존재가 생겼잖아요. 저와 제 아내가 함께 인생을 걸어감에 있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유괴의 날>은 연기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변화를 꾀한 작품이기도 해요. ‘장첸’의 긴 머리를 직접 제안했을 만큼 인물의 외적인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설계하죠. ‘명준’을 구체화하는 작업은 어땠나요?
영화 <범죄도시> 촬영이 끝나고 공항에서 찍힌 사진이 화제가 된 적 있어요. 촬영하는 동안 머리가 자라 단발이 됐는데, 제가 그날 공항에 하얀색 티셔츠를 입고 간 거예요. 단발머리에 흰색 티셔츠를 입은 게 운동하는 사람 같으면서도 어딘가 부족하게 보였는지 한참 놀림을 받기도 했죠.(웃음) 대본을 받고 살짝 부족하지만 순수함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는 ‘명준’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 문득 그 사진이 생각났어요. 그 모습이 ‘명준’ 같아 그 사진을 감독님께 보여드리면서 제안했죠.
 
그 반응도 아세요? 티저 영상 속 모습이 <목표달성!  토요일 - god의 육아일기>의 윤계상을 보는 것 같다는 댓글을 심심치 않게 봤거든요.
저는 몰랐는데 저희 드라마를 제작하는 PD님이 god의 팬이셨나 봐요. 이번 작품에서 연기하는 제 모습을 보시고 “아마 팬들이 되게 좋아할 거다”라고 하셨대요. 그 이야기를 나중에 듣게 됐는데, 아마 어렸을 때 제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온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죠.(웃음)  
 
 재킷 3백99만원 보테가 베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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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장르물 연기가 아닌 가볍고 일상적인 연기를 해본 건 어떤 경험이었나요?
신나게 논 것 같아요. 마치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무대처럼 촬영장에서 맘껏 ‘명준’을 그려본 것 같거든요.
 
첫 방송은 어떻게 볼 생각인가요? 계획 중인 일정이 있나요?
아, 큰일 났습니다.(웃음) 와이프가 같이 보자고 하는데, 사실 제가 한 연기를, 그것도 첫 방송을 보는 게 제게는 제일 힘든 일이거든요.  
 
20년 동안 연기를 해도 내 연기를 보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군요.
그럼요. 부끄럽기도 하고, 안 좋은 모습만 눈에 들어와요. 사실 <범죄도시> 처음 봤을 때도 죽고 싶었어요. ‘왜 저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요. 감사하게도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그 전까지는 스스로 계속 의심해요. ‘사람들이 내 연기를 좋아할까? 왜 좋아할까?’ 생각의 연속이죠.  
 
카디건 2백89만원 마그리아노 by 10 꼬르소 꼬모. 팬츠 38만8천원 렉토. 부츠 가격미정 르메르.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카디건 2백89만원 마그리아노 by 10 꼬르소 꼬모. 팬츠 38만8천원 렉토. 부츠 가격미정 르메르.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의심과 걱정은 잠시 접고, 시청자들이 <유괴의 날>을 어떻게 봐줬으면 하나요?
재미있는 드라마. 그뿐이에요. 예전에는 재미 너머에 무엇인가가 남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저희 드라마를 그저 재밌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많이 봐주신다면 더 좋고요.
 
배우로서 계상 씨는 어떤 이야기에 이끌리는 것 같나요?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잘 표현된 이야기를 좋아해요. 저 요즘은 <나는 솔로> <돌싱글즈> 같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이야기를 보는 게 너무 재미있거든요. 둘 사이에 일어나는 순간순간의 감정을 담고 있는 작품은 언제든 해보고 싶어요.
 
배우 윤계상이 보여준 청춘의 여러 표상을 좋아했던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밝은 연기를 앞으로도 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기도 합니다.(웃음)
그러니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때의 저는 청춘의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저는 장르물에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렇지만 <유괴의 날>이라는 작품이 찾아와 풋풋하고 순수한 ‘명준’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돼 정말 좋았어요.
 
 재킷 1백99만원 마그리아노 by 10 꼬르소 꼬모.

재킷 1백99만원 마그리아노 by 10 꼬르소 꼬모.

영화 <발레 교습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쉼 없이 연기하며 20년 차 배우가 됐어요.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 감정이 드나요?
대견한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말은 “수고했다” 이 한마디예요. 이번 콘서트가 끝나고 나름 저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준 것 같아요. 공연 마지막 인사할 때 태우가 그런 말을 했어요. 이 무대에 설 수 있게 지금까지 큰 문제를 만들지 않고 잘 버텨준 형들에게 고맙다고요. 공감되더라고요. 윤계상이라는 사람은 생각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을 때도, 고생한 적도 많았지만 그 모든 순간에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해왔다는 걸 전 알거든요. 덕분에 지금은 적어도 성과 때문에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아요. 그 순간에 열심히 했으면 된 것 같아요.
 
워낙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온 만큼 ‘나’라는 사람을 잘 잡아두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중요해요. 제게도 ‘윤계상이라는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었거든요. 지금의 저를 잡아둘 수 있는 건 집이자, 와이프인 것 같아요. 연기하는 순간엔 그 인물에 몰입하지만, 거기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도 이젠 익숙해졌죠. 온오프의 속도도 빨라졌어요. 지금은 너무 건강하고 멀쩡한 윤계상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웃음)
 
좋은 변화네요. ‘나’를 위해 해주는 일도 있나요?
스스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 옷 한 벌을 사요. 이번에 <유괴의 날> 촬영이 끝나고도 한 벌 샀습니다. 아, 이건 저만 아는 사실인데.(웃음)  
 
요리,  목공….  취미 부자 윤계상이 요즘 관심을 두는 건 뭐예요?
유튜브 세계가 진짜 궁금해요. 요즘은 TV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이제 콘텐츠가 중요한 세상이 되기도 했고,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나름 공부를 하고 있어요. 유튜브라는 게 과연 뭘까? 더 알아가고 싶고 관심도 있는 세계죠.  
 
코트, 이너 톱, 팬츠, 슈즈 모두 가격미정 지방시.

코트, 이너 톱, 팬츠, 슈즈 모두 가격미정 지방시.

직접 도전해보며 알아가 보면 어때요?
제가 하게 된다면… 먹방?(웃음) <흥삼이네> 아세요? 요즘 그거에 푹 빠져 있거든요.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챙겨 보는데, 이 콘텐츠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찾고 있는 중이에요.
 
이야기를 할수록 윤계상 씨 안의 크고 작은 변화가 느껴져요. 배우로서, 가수로서, 그리고 사람 윤계상으로서 40대란 나이는 어떻게 다가오나요?
제 얼굴을 볼 때마다 매일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지금은 나이를 먹어가는 이 과정을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지가 고민이에요. 욕심부리지 않고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히 해나가려 해요. 자연스러운 게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선택하면서요. 
 
삶의 어느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해요?
후반전이 시작됐죠. 이 후반전이 전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대단한 진리를 깨우친 건 아니지만, 확실히 제 안의 어떤 데이터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적어도 이렇게 하는 게 맞겠다 하는 확신은 가질 수 있게 됐죠. 이걸 바탕으로 앞으로 제가 해나가는 표현이 더 진해질 수도, 저라는 사람의 향기가 더 퍼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나이가 돼서 재밌는 건 그런 점이에요. 
 
 울 점퍼 1백83만원, 셔츠 1백25만원, 가죽 팬츠 1천4백12만5천원 모두 보테가 베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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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걷고 있는 길의 방향과 속도는 마음에 들고요?
네. 너무너무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가보고 싶나요?
전 끊임없이 올라가려고 할 거예요. 이 나이가 돼보니 목표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길의 끝이 어디일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가야죠. 죽기 전까지는.  
 

Credit

  • Feature Editor 천일홍
  • Photographer 김참
  • Stylist 이혜영
  • Hair & Makeup 이은혜
  • Assistant 박한나
  • Art designer 김지은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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