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포 베이비(Nepo Baby). 우리말로는 금수저라는 뜻이다. 뷰티 시장은 올해도 네포 베이비들이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빌리 아일리시는 자신의 이름을 건 향수를 선보였고, 헤일리 비버, 셀레나 고메즈, 시미&헤이즈 자매 등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잇 걸들 역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뷰티 사업을 무한 확장 중. 대중은 왜 이렇게 그들에게 열광하는 걸까? 그 이유는 서로 윈윈할 수밖에 없는 관계성 때문이다. 브랜드는 몇 년간 구축해왔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이미 확보된 팬층이 확실하다는 것만으로 매출에 대한 부담감이 적다. 여기에 일반 소비자들 역시 들어본 이름이라는 것만으로 신뢰도가 상승하며 다른 신규 브랜드들보다 훨씬 많은 입덕 포인트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패션 브랜드의 뷰티 산업 진출의 흥행이 어느정도 보장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작년 하반기에 패션 브랜드 발렌티노가 런웨이 감성을 그대로 담은 발렌티노 뷰티를 론칭했고, 오프화이트·프라다 뷰티 역시 공식적으로 뷰티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올해는 토일렛 페이퍼가 시작을 알렸다. 시선을 끄는 강렬한 색채와 비주얼의 독립 매거진으로 전 세계 패션 피플들의 마음을 사로잡더니 이제는 뷰티 신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 금수저들을 향해 맹비난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미 검증된 제품이니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어 “오히려 좋아!”라는 반응이 대부분. 뷰티 시장에 등장한 금수저들이 만든 화장품. 갓생 지출로 합격일까, 아닐까?


지난해 가장 혁신적이었던 뷰티 테크를 꼽으라면 단연 입생로랑 뷰티의 루즈 쉬르 메쥬르. 다채로운 색의 카테고리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립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리고 올해는 뷰티 테크들이 더욱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레알은 올해 벌써 2가지의 기기를 선보였는데, 하나는 자동으로 눈썹을 그려주고, 다른 하나는 입술을 그려준다. ‘그게 뭐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로레알은 몸이 불편해 메이크업을 하기 쉽지 않은 이들이 더욱 쉽고 간편하게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려했다고. 해외뿐만 아니다. K-뷰티를 만들어낸 우리나라 역시 발 빠르게 혁신적인 기기들을 출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알고리즘과 로봇공학을 통해 내 피부에 최적화된 맞춤 컬러를 제안해주는 톤 워크와 코스메칩을 선보였다. 점점 더 진화하는 뷰티 테크로 인해 이제는 코덕들 사이에도 “메이크업은 장비발!”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 3. Welcome to Digital World
」 예술과 뷰티 시장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성 때문인지, 브랜드들이 자신들만의 캐릭터를 구축해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빌리프 유니버스 컬렉션’을, 닥터자르트는 스페인 아티스트 크리스티안 가르시아와 3D 일러스트를 제작해 이를 소장할 수 있는 영상 NFT를 제작했다. 사실 해외 뷰티 시장은 디지털 세계와 결합된 지 오래. 지난해 열린 메타버스 관련 콘퍼런스에서 로레알의 디지털 및 마케팅 책임자는 앞으로의 뷰티 산업 방향에 대해 디지털과 버추얼을 언급하며, IT 기술 트렌드에 대해 강조했다고. 입생로랑 뷰티는 웹3.0이라는 전용 웹 사이트를 구축해 독자적인 소셜 토큰을 만들고, 그 안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구현했다. 바이레도는 피지컬(physical)과 디지털(digital)의 합성어인 피지털(phygital) 향수를 제작하고 26가지 향기를 메타버스 아바타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해냈다. 아직까지 NFT에 대한 찬반 여론이 거세지만, 일단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다운로드받아 볼까?’라는 반응이 대부분. 가상과 현실 세계 그 사이. 더욱 다양하게 변신할 뷰티 브랜드들만의 디지털 퍼포먼스가 기대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4. On My Mind
팬데믹 여파로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외적인 변화는 기본이고, 내적으로는 멘탈 케어까지 신경 쓰게 된 요즘. 얼마 전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가 비포&애프터 사진의 정의를 바꾸기 위한 캠페인을 선보인 것만 봐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이 확실히 감지된다. 사진을 보면 전후 외관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즉 보여지는 내 몸이 아닌 정신적 변화와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 소셜 미디어에서 관심을 받기 위해 몸을 만들고 운동하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를 진짜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운동에 집중할 것을 권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요즘 젠지들이 그렇다. 옷이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는 고강도 운동을 하지 않아도 가볍게 산책을 하며, 기분 좋게 마무리하면 그걸로 된 거다. 그러니 우리도 행복해지면 어떨까? 매일 밤 배고픔을 참고, 끌려가듯이 헬스장을 가면서 스스로에게 가혹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아닌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운동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더욱 세분화되고, 더욱 전문적으로 진화한 2023년식 헤어 케어. 그중 첫 번째로 주목할 것은 두피다. 2023년 스킨케어 트렌드는 얼굴이 아닌 두피로 향할 예정. 두피는 얼굴과 이어지는 피부 영역으로, 사실상 두피 케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굴 피부 노화가 결정될 만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 아베다 교육팀의 이은숙 차장 역시 두피 케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중 세안, 토너, 세럼, 크림 등 단계별로 관리하는 스킨케어 루틴처럼 두피 역시 여러 단계로 나눈 꼼꼼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두피 전용 클렌징 제품을 사용해 노폐물과 피지를 제거하고, 경직된 두피를 풀어줄 마사지, 그리고 두피 노화를 방어해줄 세럼 등으로 세심하게 관리하면, 두피뿐만 아니라 얼굴 노화 진행 속도까지 늦출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얼굴 관리 이전, 두피 역시 하나의 같은 영역으로 생각하며 관리할 것을 권했다. 피부 관리의 시작이 클렌징이라는 건 이제 옛말. 올해부터는 두피가 그 시작점이 될 거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향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보디에 이어 헤어 케어 시장도 ‘향’며 들 전망! ‘나’라는 사람을 시각적으로만 표현하는 것을 넘어 향기로 표현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단순히 향수를 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향을 오랫동안 머물게 할 수 있는 샴푸, 컨디셔너 등 헤어 케어 제품을 통해 나만의 향취를 만드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고가의 헤어 케어 브랜드 등에서는 제품력은 물론 각자의 시그너처 향을 만들어내며 향수 못지않은 섬세한 향기를 지닌 제품으로 젠지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중이다.
소비에 대한 가치가 달라지고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다는 인식이 아닌 당연해진 요즘. 비건과 클린의 포함한 넓은 범주의 컨셔스 뷰티가 뜨고 있다. 즉,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지구 환경보호를 하는 것이 아닌, 진심을 다해 행동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거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제작 과정부터 동물 복지, 해양생태계 보호, 공정 무역 등과 같은 사회적 활동을 염두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윤리적인 기업 닥터 브로너스는 최근 연간 활동 보고서를 발행하며 한 해 동안 진행된 사회 공헌 활동부터 매출 및 금융 관리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소비자들에게 공개해 더 큰 신뢰도를 쌓았다. 국내 브랜드 딕셔니스트 역시 최근 리브랜딩하며 제품에 변화를 줄 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 절감 공법과 같은 독자적 공정을 통해 환경보호에도 앞장서는 중. 이제 소비자들은 ‘지구에 진심인 화장품’이라는 이들의 행보를 소비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거다. 이처럼 브랜드부터 소비자들까지 동참하는 환경에 대한 키워드는 2023년에도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 7. Cool Kids Never Die
」 Y2K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2022년. 보다 과감하고 화려한 룩들이 우리의 얼굴을 뒤덮었다. 이러한 투머치 룩의 유행은 올해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얼굴이라는 영역 말고도 네일, 헤어 등까지 ‘꾸꾸꾸’로 연출한다는 것. 뷰티 필터를 씌운 것 같은 인위적인 메이크업, 조그마한 손톱 위로 볼록 올라온 3D 네일 아트, 모발을 캔버스 삼아 다양한 컬러로 가득 채운 헤어 스탬프까지. 기존 틀에서 벗어나 정형화되지 않고,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어 젠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