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 뭣이 중헌디? 화장품 성분에 관한 뷰티 TMI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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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 뭣이 중헌디? 화장품 성분에 관한 뷰티 TMI

K-뷰티 시장에서 유독 잘 팔리는 키워드 중 하나인 콘셉트 성분 화장품! 제품의 콘셉트를 만들어주는 성분에 의존한 화장품 마케팅, 이대로 괜찮을까?

정유진 BY 정유진 2021.11.07
 
한국 뷰티 마켓은 지금 화장품 포화 상태!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이곳은 그야말로 투기 과열 지구 저리 가라 할 정도~. 그런 점에서 뭐든 묻고 따지는 게 귀찮은 소비자가 편하게 무임승차할 수 있는 콘셉트 성분 화장품은 효과가 반 이상 입증된 프리패스 키워드로 여겨진다. 업계를 평정한  유명 성분부터 새롭게 각광받는 차세대 성분까지, 요즘 소비자들이 원하는 갬성을 담아 취향 저격 리패키징을 통해 번듯한 신상으로 상품화돼 소비자들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는 콘셉트 성분 화장품. 대체 흥행의 이유가 뭘까?
 

콘셉트 성분이란?

말 그대로 제품의 특성을 만들어주는 성분이 바로 콘셉트 성분이다. 소비자에게 친숙한 유자, 라임, 달팽이 같은 원료부터 세라마이드, 마이크로바이옴 등 많이 알려진 성분을 이름에 그대로 차용하거나 홍보용 키워드로 내세운 사례들이 바로 그것이다. 콘셉트 성분으로 광고를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직관적으로 화장품 효능을 인지하고 결국 매출로 빠른 전환이 일어나기 때문에 많은 뷰티 브랜드에서 콘셉트 성분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화장품은 성분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는데 사실 파고들자면 너무 어렵고 복잡한 게 바로 성분이거든요. 그에 반해 콘셉트 성분은 잘만 활용하면 일타이피, 아니 그 이상의 극적 효과를 볼 수 있는 일종의 마케팅 수단인 거죠. 화장품 업계는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에 대응하는 신제품을 수개월 안에 생산해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연구 개발이나 임상 시험에 공들일 여유가 없어요. 그런 면에서 상품 인지도 쉽고 효능을 가늠하기 쉬운 콘셉트 성분을 차용하는 건 어찌 보면 지름길을 택하는 셈이죠. 소비자 입장에선 배신감 느껴지는 변명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한 달이 멀다 하고 신제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업계 종사자들은 이런 피로감에 공감할 거예요.”
 
토종 국내 뷰티 브랜드 관계자 말에 대형 화장품 회사의 연구원 역시 동의했다. “연구와 개발을 위한 체계가 확실하게 잡혀 있고, 소위 유통까지 빵빵한 대기업은 앞서 언급한 부담감이 덜한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소위 유행 타는 콘셉트 성분 화장품을 간헐적으로라도 만드는 건 빠른 공정이 가능해서죠. 그렇다고 콘셉트 성분이 꼭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습니다. 제조사에서 효능을 입증하고 유효 농도로 안정화된 콘셉트 성분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콘셉트 성분 마케팅이 잘돼 제품의 개성을 소비자에게 인지시키고, 시장에서 빛을 못 봤던 좋은 성분을 담은 다양한 카테고리의 유사 제품이 생산될 수 있으니까요.” 그들의 말처럼 콘셉트 성분은 화장품 시장에선 양날의 검인 셈!
 
 

콘셉트 성분 화장품의 명암

현재 국내 화장품은 화장품법에 따라 식약처에서 고시한 사용 기준 및 유통화장품 안전관리 기준에 따르고 있다. 화장품 기재표시 사항 중, 성분명을 제품 명칭의 일부로 사용한 경우 그 성분과 함량(방향용 제품 제외)에 대하여 기재 표시를 해야 하지만 기능성 화장품과 사용제한 유해 원료를 제외하고는 함량에 대해 정해진 기준은 고시하고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단순히 원료의 특징으로만 이루어진 콘셉트 성분 화장품인지 실제 콘셉트 성분을 통해 효과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건 온전히 소비자의 몫이다.


일부 화장품 중에는 제품 뒷면이나 하단에 ‘원료적 특성에 한함’이라는 문구가 표기돼 있는데, 이는 콘셉트 성분의 효능이 이러한 특징이 있지만 해당 화장품의 효과와 직결되는 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당 문구 없이 콘셉트 성분을 극소량 넣고 사용 효과가 분명한 것처럼 적시하면 과대·허위 광고로 식약처의 제재를 받을 수 있어서 위와 같은 문구를 넣은 것. 결국 구매에 앞서 화장품 뒷면에 표기된 전성분표를 꼼꼼히 체크한 후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콘셉트 성분 화장품 때문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한 스타트업 화장품 회사의 상품 개발자는 콘셉트 성분 마케팅으로 인해 영세한 업체들이 오해를 받고 있다며 심경을 털어놨다.


“규모가 작은 인디 브랜드는 대기업 대비 자본력이 넉넉한 편이 아니다 보니, 저렴한 원가로 어디서 본 듯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냐라는 시선을 많이 받아요. 소비자들에게 진정성을 어필하기도 전에 싼 티 나는 미투 제품으로 낙인찍히는 거죠.”
 
그의 말처럼 한국에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화장품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사실이다. K-뷰티의 성장세만큼 실력 있는 제조업체가 워낙 많아진 데다 수고스러운 자료 조사나 연구, 개발 과정 없이 주문자 위탁 생산 회사에 제품을 의뢰하면 빠르게는 수일 내에 제품이 완성되는 게 현실이다. 브랜드를 론칭하는 입장에서는 트렌드가 반영된 제품을 근사한 콘셉트로 포장해 유명 제조업체 이름을 제품 후면에 기재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의 신뢰를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화장품 업계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홍보 담당자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신생 뷰티 브랜드나 인지도 높은 인플루언서가 만든 화장품을 무작정 비난만 할 수 없어요. 뷰티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업체들도 있지만 반대로 진정성을 갖고 빠르게 진화하는 브랜드도 분명 존재하거든요. 게다가 요즘 스마트 컨슈머들은 예전과 달라요. 뷰티 식견이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고 안목도 높죠. 결국 성분으로 장난치거나 안일하게 ‘있어빌리티’로 둔갑한 화장품은 소비자에 의해 탄로나는 케이스도 다반사니까요”라고 설명한다.
 
 

잘 쓰면 약이 되고, 못 쓰면 독이 된다

그럼 대체 무슨 기준으로 피부 건강에 이로운 제품을 고를 수 있을까? 아모레퍼시픽의 김정환 기술 연구원은 “화장품 기능과 피부 자극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성분에 따라 특정 농도에서는 피부에 유효한 기능을 하지만 이를 넘어서면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죠. 개개인마다 성분에 대한 감수성은 모두 달라요. 누군가의 경험만 가지고 자극적인 성분이라고 못 박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한국인은 민감 피부 비율이 높은 편이라 소비자 니즈가 기본적으로 순둥순둥한 제품에 맞춰져 있긴 하다. 저자극을 넘어 ‘무자극’ 마케팅이 크게 흥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연성대학교 뷰티스타일리스트과의 유선희 교수는 ‘저자극’ 키워드는 자극이 적다는 의미이지 원료를 적게 사용했거나 효능 효과가 없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에 효과에 대한 검증을 받은 제품은 충분히 가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하며, 저가의 원료와 성분 개수만 단순화시켜서 ‘순한 성분’  콘셉트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제품만은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 중에서 화학 성분이 없는 제품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예를 들어 #오일프리 제품도 오일 성분은 없지만 오일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성분을 분명 함유하고 있거든요. 이 또한 콘셉트 성분 마케팅의 폐해라고 생각해요. ‘파라벤프리’, ‘실리콘프리’ 같은 소위 ‘무첨가’라는 홍보용 언플로 또 하나의 신제품 시장이 활짝 열리는 거죠..”라고 덧붙였다. 닥터 디퍼런트의 R&D센터 이현이 책임 연구원은 화장품은 피부 건강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브랜드 차원의 소신 있는 노력과 꾸준한 연구, 개발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소비자 입장에선 건강한 피부를 위해 ‘깨끗한 물’만 주기보단 피부가 좋아하는 ‘영양가 있는 밥’을 주는 자세로 제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갑자기 이쯤에서 머쓱타드한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에디터 역시 피부 컨디션을 파악하기 이전에 유명 콘셉트 성분에만 집착한 순간이 떠올라서인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오늘부터라도 광고하는 효과에 심취해 느낌적 느낌쓰로 써보고 싶은 제품에만 손을 뻗기보다는 스스로 피부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서 내가 어떤 제품을 왜 써야 하는지를 고민해봐야 할 때다. 우리가 바르는 것이 곧 건강한 피부를 만드는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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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정유진
    photo by Getty Images
    advice 이현이(닥터디퍼런트 R&D 센터 책임연구원)
    advice 김정환(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advice 유선희(연성대학교 교수)
    advice 제희선(토니모리 교육 CS팀)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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