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친들에게... 아주 현명하게 돈 얘기 하는 방법이 있다고?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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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친들에게... 아주 현명하게 돈 얘기 하는 방법이 있다고?

찐친들과는 가족에게도 못 하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여성 질환 같은 내밀한 건강 문제, 어떤 당을 지지하느냐 같은 정치 문제도 쌉가능. 하지만 돈 문제만큼은 입을 떼기가 어렵다. 상황을 눙치지도, 감정에 날을 세우지도 않고 현명하게 돈 얘기 하는 방법은?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1.07.12
 
돈을 얻고 친구를 잃느냐,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돈을 잃느냐…. 이처럼 멍청한 고민이 또 있을까? 나눠서 내자고? 절대 안 돼! 차라리 내 지폐를 찢어가든가.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중 피하고 싶은 주제 1순위는 아무래도 ‘돈 얘기’일 것이다. 어제 블라인드 앱에서 만난 남자와의 섹스가 어땠는지 친구들 앞에서 적나라하게 얘기하는 사람이라도 돈 얘기만큼은 껄끄럽다. 좋은 상황에서 돈 얘기 하는 건 산통 깨는 일 같고, 나쁜 상황에서 돈 얘기를 하는 건 서로를 더 짠하게 만든다. 3차까지 같이 먹은 술값을 셋이 나눌 때 왠지 찜찜하거나, 친구들의 월급 탕진 행렬에 쿨한 척 동참한 뒤 안쓰러운 통장 잔고를 보며 씁쓸한 기분을 곱씹은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영국 ‘바우처코드’에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사람들이 친구들에게 돈 문제를 터놓고 얘기 못 해 마지못해 쓴 돈이 매달 평균 3만6천원에 달한다고 한다. 괜히 불화를 일으킬까 봐, 쪼잔해 보일까 봐 입을 다문 것에 대한 비용으로 매년 43만6천원을 지불한다는 거다. 따지고 보면 돈 없이 살 수 없는 사람 없고, 속으로 돈 계산 안 하고 사는 사람도 없는데 돈 얘기를 속 시원히 못 한다는 게 이상하다. 그래도 우린 어른이니까, 친구들과의 관계를 돈 문제로 망치는 일을 피하기 위한 어른스러운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자. 모두가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상황을 모아 해결책을 정리했다.

 

DILEMMA 1

친구가 카드값이 밀렸다고 해서 50만원을 빌려줬는데 아직도 갚지 않아요.
상당히 짜증나겠지만 우선 이런 일은 세계 곳곳에서 밥 먹듯이 일어나는 흔한 상황이란 사실에서 위안을 얻자. 영국 로이즈 은행의 설문 결과 성인 중 30%는 친구와 돈 문제로 다툰 경험이 있고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한 다툼의 원인은 ‘돈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의 금융 정보 사이트 뱅크레이트가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미국인의 60%가 친구나 가족에게 현금을 빌려준 적 있고, 그중 35%가 그로 인해 인간관계에 금이 가거나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 자, 그럼 이제 마음을 가다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당신에게 지금 그 50만원이 꼭 필요한 상황인가? 아니면 내가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상대가 그저 알아주길 바라는 건가? 이 질문이 왜 중요하냐면, 가끔은 상대가 이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 기분이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 문제를 상기시키고 언급하는 것이 괜찮을지 친구에게 물어보고 괜찮다고 하면 그렇게 하자. 반대로 이제는 정말 돈 자체의 문제이며 침대에 누울 때마다 친구의 얼굴과 50만원이 번갈아 떠오르는 지경이 됐다면? 직설적으로 말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관계는 관계대로 망가질 테고, 당신의 정신 상태마저 망가지게 둘 순 없으니까. 하지만 사랑하는 친구가 정말 돈을 갚을 여력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분할 상환금 계획을 논의하자. 당신이 아주 잠시,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은행이 된다고 가정해보는 거다. 유니세프의 은행 버전 같은. “혹시 매달 2만원씩 나눠서 갚는 게 더 편하겠어? 그냥 자동이체해도 돼.” 만약 친구와 직접적으로 ‘돈’이란 단어를 입 밖에 내고 싶지 않다면 넌지시 당신의 계좌 번호를 메신저로 남겨두는 것도 아주 강렬한 무언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아니면 그냥 카톡으로 편히 보내줘도 돼”라는 친절한 멘트와 함께. 상대방이 돈을 갚는 상황에 조금이라도 주저하게 할 만한 방해물은 모두 없애주는 것도 팁이라면 팁이다.
 
 

DILEMMA 2

함께 여행 갈 때 어떻게 하면 모두가 공평하게 돈을 낼 수 있을까요?
즐거운 여행의 마지막을 ‘누가 무엇에 돈을 내고 안 냈느냐’ 하는 다툼으로 더럽히고 싶은 사람은 없다. 여행은 단순히 밥 한 끼 먹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돈 쓸 일이 생길지 모르고, 늘 모두가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럴 땐 IT 강국의 민족처럼 앱으로 깔끔하게 해결하자. 출발 전에 ‘엔팡’ 같은 더치페이 앱을 받아 미리 기록하기로 의견을 모으는 것. 식사 때나 기타 돈을 써야 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의 이름을 추가하고, 비용을 입력하면 마지막에 각자 얼마를 내야 하는지 알아서 계산해준다. 영수증을 찍어 사진으로 바로 입력도 되고, 세계 각국 통화도 모두 호환된다. 정산 결과를 카톡 등 메신저로 공유하기도 가능하며 소수점 반올림까지 해준다. 카카오페이에도 간단한 더치페이 기능이 있으니 십분 활용해보자.
 
 

DILEMMA 3

저는 친구들과 식사 자리에서 음식을 많이 먹지 않거나, 술을 마시지 않아요. 그런데 속 없는 제 친구들은 늘 모든 걸 ‘N빵’하자고 하거든요. 어떻게 말을 꺼내야 내가 먹은 것에 대한 돈만 내겠다는 제 입장이 받아들여질까요?
미드 〈프렌즈〉에는 밥을 먹은 뒤 계산서에 찍힌 금액을 모두 동일하게 나누자 ‘피비’, ‘조이’, ‘레이첼’이 자신들은 ‘모니카’, ‘로스’, ‘챈들러’처럼 비싼 음식을 먹을 수 없어 싼 메뉴를 골랐다고 항의하는 내용의 에피소드가 있다. 이 에피소드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준다. 사이좋은 친구들은 몰려다니며 모든 것을 공유하지만, 지갑 사정만큼은 공유하기 어렵다는 것. 당신이 기억해야 할 건, 계산서가 오기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솔직해야 한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눈치 없이 사이드 메뉴를 시키거나, 내가 고른 메뉴에 비해 훨씬 비싼 메뉴를 고르며 “여러 가지 시켜서 같이 나눠 먹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때 얘기를 꺼내야 한다는 거다. 현금이나 체크카드만 가지고 다니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눈치 주는 사람이 있다면 “코로나 시국이라 지갑 사정도 시국이다”라는 말을 덧붙이는 성의로 되돌려주자. 어차피 요즘은 쿨한 게 대세다. 말 못 하고 꿍해 있는 게 모양 빠지지, 돈 없다고 모양 빠지는 건 아니다.
 
내가 두 숟갈 먹을 때 넌 세 숟갈 먹으니까...4:6으로 나누는 게 더 맞지 않을까?

내가 두 숟갈 먹을 때 넌 세 숟갈 먹으니까...4:6으로 나누는 게 더 맞지 않을까?

DILEMMA 4

친구들이 서로 연봉 적다고 불만을 토로하는데, 그보다 훨씬 적은 연봉을 받는 저는 낄 자리가 없어요. 가만히 앉아 있기 뭐해서 “뭐? 정말? 말도 안 된다~” 하며 회사 욕을 해주긴 하죠. 제게 친구들이 “넌 불만 없어?” 하고 물어보면 우물쭈물하는 제가 싫어요. 친구들이 은근히 절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영국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사람들이 친구나 가족들과 돈 얘기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18%의 비율로 ‘창피함’ 때문이라고 한다. 2위는 ‘더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13%)’가 차지했다. 하지만 돈을 더 많이 번다는 것은 누군가가 당신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했다거나 더 똑똑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단순히 어떤 직군은 시작부터 연봉이 다를 뿐이고, 어떤 회사는 당신이 일한 만큼 돈을 지불할 여력이 되지 않을 뿐이다. 게다가 매달 통장에 찍히는 숫자만큼 중요한 건 업무 자체에 대한 만족도와 근무 유연성, 복지의 퀄리티다. 그러니 당신의 연봉이 당신을 대변하는 것처럼 굴지 말자. 〈매일경제신문〉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돈은 주변 사람들이 당신을 존중하게 만든다”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이 28.1%, ‘그렇지 않다’라는 답변이 34.3%였다고 하니 우리의 미래는 밝다. 물론 친구들이 집요하게 당신의 연봉에 대해 캐려고 한다 해도 꼭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니까. 같은 연봉을 받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충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턱없이 모자라다. 다음에 또 대화 중 연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면 직장에서 제공하는 복지나 돈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담, 평소 소비 습관에 관한 것으로 화제를 돌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DILEMMA 5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일에 빠지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빚을 지고 싶지도 않아요
한국인의 군중심리, 무시할 수 없다. 이런 경향을 좀 더 정확히 일컫는 말이 나온 지도 꽤 됐다. ‘FOMO 증후군’, 즉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그러나 금전적으로 부담되는 일에 무리하게 참여해 적당히 즐긴 뒤 그에서 오는 후폭풍을 견디는 시나리오 1과, 통장 사정은 안전하게 보전하면서 친구들과의 모임에 한 차례 빠진 뒤 약간의 미안함 혹은 소외감을 느끼는 시나리오 2의 무게를 꼼꼼히 비교해보았는가? 이 2가지를 냉정하게 비교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신의 현실을 파악하고 소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월급을 받으면 각종 공과금, 마스크 구매 비용처럼 꼭 써야 하는 돈, 저축 목표, 각종 비상금 그리고 투자 등으로 쓸 금액을 따로 책정한 뒤 마지막으로 당신이 ‘이 정도면 기꺼이 노는 데 투자할 수 있겠다’ 싶은 비용을 남겨두자. 친구들에게 당신의 저축 계획을 미리 말해두는 것도 좋다. 만약 친구의 브라이덜 샤워를 위해 예약하는 호텔 숙박비가 당신의 예산을 초과한다면 비슷한 퀄리티에 더 저렴한 가격대의 공간을 찾아 먼저 제시하자. 친구들도 사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단지 먼저 말을 꺼내기가 두려웠을 뿐.
 
 

DILEMMA 6

제 친구는 늘 돈 문제에 시달려 보는 제가 다 불안해요. 처음부터 습관을 잘못 들인 것 같은데, 대체 어디서부터 도와줘야 할까요?
무엇보다 친구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언부터 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세심 또 세심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만약 친구가 정말로 돈 문제로 인해 누구나 눈치챌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다면 그때 “혹시 돈 관리에 대해 얘기를 꺼내도 되겠어?”라고 먼저 물어보자. “네가 돈 관리를 못해서 그래”라는 식으로 들리지 않게 조심할 것. 에둘러 말하는 방법을 모르겠다면 “내가 요즘 소비가 절제 안 돼서 고민인데, 책임감 있는 친구가 옆에서 채찍질 좀 해줬으면 싶어”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다. 혹은 친구에게 저축 목표를 공유하자고 제안할 수도 있다. 친구에게 돈을 관리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걸 상기시키는 것이다. 돈에 대한 가치관은 매우 개인적인 일이고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소비 습관을 지닌 어른을 보며 자랐다. 습관이 바뀌려면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은 각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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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김예린
    photo by Getty Images
    글 칼파나 피츠패트릭(kalpana Fitzpatrick)
    translator 김지예
    art designer 오신혜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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