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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담비가 39살이 되어 알게 된 진짜 힐링

손담비의 일상에서 잃고 싶지 않은 것과 앞으로 더 많이 주고 싶은 것들.

BYCOSMOPOLITAN2021.04.26
 
슬리브리스 니트 드레스 10만원대 더오픈프로덕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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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튜브 〈담비손〉을 시작했어요. 꽤 오래전부터 준비했다고요.
작년 여름부터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찍어뒀어요. 3주에 한 편 정도? 그걸 순서 없이 업로드하다 보니 영상에서 앞머리가 있었다 없었다 해요. 하하.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 일상을 조금씩 공개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아쉬웠던 건가요?
다른 면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요즘 팬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영상으로나마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요. “저는 이렇게 지내요, 제 관심사는 이런 거예요, 20대엔 이런 게 주 관심사였는데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요즘은 이런 거에 꽂혀 있어요” 이런 것들.
 
 
지금도 여성 팬이 많죠?
훨씬 많죠. 특히 해외 팬이 너무 많아 무슨 일인가 싶어요. 유튜브 올리면 왜 영어 자막 없냐고 댓글이 달려요. 하하. 근데 나이가 비교적 어린 팬들은 제가 가수인 줄도 모르더라고요.
 
 
저는 손담비를 아직은 ‘토요일밤에’와 ‘queen’으로 기억하는걸요.
요즘 애들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랑 〈나 혼자 산다〉로 저를 알아요. ‘뭐야, 나의 10년은 순삭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했죠. 하하.
 
 
‘업신 담비’ 밈이랑 〈전국노래자랑〉으로도 때 아닌 화제몰이를 했었죠.
너무 신기해요. 예능 〈미추리 8-1000〉(이하 〈미추리〉)도 갑자기 역주행했잖아요. 당시에 촬영하면서 ‘왜 이렇게 인기가 없지’ 했거든요. 심지어 MC가 유재석인데 말이에요.
 
 
당시 〈미추리〉에 출연했던 패널들도 요즘 다 ‘핫’한 인물들이에요.
제가 송강 씨랑 정답 지옥 커플이었잖아요. 하하. 촬영이 1박 2일이라 힘들긴 했어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거의 저의 첫 예능이었는데 모든 걸 쏟아부었죠.
 
 
정답 지옥 메이트 송강 씨랑은 연락해본 적 있어요? 
아뇨. 개인적으로 먼저 연락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놀 때는 정말 재미있게 노는데 그다음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성격을 모르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그래도 친한 사람들은 다 알죠. 손담비가 먼저 연락하는 스타일이 아니구나, 집에 혼자 외톨이처럼 있구나.
 
 
집에 혼자 있는 걸 즐기나요?
예전부터 그랬어요. 혼술 좋아하고, 혼자 밥 먹고 쇼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그래도 연예인인데 불편하진 않아요?
신경 안 써요. 덕분에 저를 케어하는 분들이 좀 힘들어하시죠. 하하. 아무튼 혼자 있어도 할 게 많아요. 요즘은 작품을 안 해도 유튜브 촬영 때문에 하루 종일 바쁘죠.
 
 
운동도 좋아하죠?
어느 날은 골프, 어느 날은 헬스, 어느 날은 필라테스 등등 분산해서 다녀요. 일주일에 6일은 운동을 해요. 나머지 하루는 어떨 땐 유튜브를 찍고, 어떤 날은 친구들이랑 모여서 밥 먹고 술 마시고요.
 
 
20대에는 아니었지만 나이 들어 관심이 생긴 것들을 소개하고 싶다 했죠. 예전에는 어두운 걸 좋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룸 투어 영상에서 커튼 소개하면서 “햇빛을 좋아한다”라고 말하던데요.
맞아요. 20대엔 어두운 걸 좋아했는데, 점차 햇빛을 쐬고 식물을 키우는 그런 루틴이 나를 건강하게 한다는 걸 알았어요. 어두움에서 밝은 쪽으로 나를 이끄는 느낌? 한 30대 중반부터 바뀐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사는 집은 햇빛이 그야말로 미쳤거든요. 여름엔 타들어가듯이 더워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암막 커튼을 해야 하는데, 암막 커튼은 워낙 디자인이 예쁜 게 없거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결국 두 겹을 했어요. 두꺼운 흰색이랑 시스루 한 겹이랑. 여름에는 두꺼운 커튼을 치고 봄에는 시스루 천 한 겹만 치면 집 전체가 산뜻해져요. 지금은 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식물들도 잘 자라고요.
 
 
그 외에 30대 후반이 되어 또 바뀐 게 있어요?
20대에는 옷에 꽂혀서 브랜드 의류를 미친 듯이 샀죠. 30대 들어서는 옷 대신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38살 돼서 처음으로 침대를 바꿔봤거든요. 옷보다 잠에 투자하는 게 훨씬 남겠다 싶어서요. 그런 건 몇십 년 가잖아요. 식탁도 바꾸고, 냉장고도 바꾸고, 자동차도 예전에는 지바겐이었는데 요즘은 미니를 타요. 어느 순간 ‘잘 몰고 다니지도 않는데 왜 굳이 지바겐을 샀지?’ 굉장히 의미 없게 느껴지는 거예요. 명품 백이나 비싼 차가 나 자신을 대변한다고 여겼는데 그건 결국 껍데기라는 생각이 든 거죠. 지바겐은 친구 수미한테 팔았어요. 하하.
 
 
자연스럽게 바뀐 걸까요, 아님 계기가 있었나요?
작은 경험이 조금씩 쌓여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음… 그리고 해봤기 때문에 후회가 없는 것 같기도 해요. ‘더 이상의 미련은 없다’ 이런 느낌? 이제 다른 인생도 살아봐야 하니까요. 그리고 성격이 유해진 것도 있어요. 인간관계도 좀 더 넓게 보려 하고요. 예전에는 사각형 안에 갇혀 있었거든요.
 
 
늘 보는 사람들만 만나는 편이었다는 뜻인가요?
친하다고 해도 넘을 수 없는 선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완전히 무너졌죠. 친한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지점이 너무 많아서, 이런 게 또 하나의 행복이구나 싶어요.
 
 
정려원이나 임수미 같은 절친들이 있고, 어머니와도 친구처럼 지내는 걸 보면 부러워요.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다른 어떤 관계보다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소중해지잖아요.
예전의 저는 ‘친구끼리 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성격이 너무 다른 사람들끼리는 맞춰가는 데 시간이 걸리잖아요. 초반에는 모든 관계에 다 그런 과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친구라는 게 나한테 ‘예스’만 해주는 사람은 아니구나, 나한테도 ‘노’ 해야 할 땐 정확하게 ‘노’ 해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어요. 그게 저를 위해서라면요. 물론 친구라고 해서 가슴 후비는 말을 해서는 안 되죠. 친하다고 서로를 막 대하면 왜 친구를 하겠어요? 한편으로 그런 의미의 선이 분명히 있어야만 아이러니하게도 관계가 더 오래가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제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 거예요. 지금은 서로 너무 아껴주고 걱정해주니까, 언제 이런 사랑을 받아봤나 싶어요. 작은 것에 감사하게 되고요.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하기 시작하면 정말 많이 울 것 같아요.
 
 
팔에 한 타투 중에 ‘VENI VIDI AMAVI’라는 글귀가 있어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에서 마지막 단어를 ‘사랑했노라’로 바꾼 글귀예요. 간지러운 말이지만 삶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느껴져요.
타투가 평생 가잖아요. 3~4년 전에 한 건데, 엄청 고민하며 찾아보다 삶에서 느끼는 것들을 압축해서 쓴 말로 골랐어요. 여기서 ‘사랑했노라’는 연인이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인생이 될 수도 있는 말이잖아요. 시간이 흐른 후에 봐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죠.
 
 
〈나 혼자 산다〉에서는 털털하고 허당미 있는 캐릭터로 굳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모습 낯설어요. 하하.
그렇죠. 스쿠터 엎어진 것부터 시작해서, 하하. 분명 ‘향미’ 연기할 땐 스턴트맨 없이 혼자 촬영했는데, 왜 하필 그때 엎어졌을까요? 운명이라 해야 하나.
 
니트 점프슈트 1백만원대 펜디.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점프슈트 1백만원대 펜디.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근데 ‘향미’는 정말이지 너무 강렬한 캐릭터였어요.
아, 전 그런 캐릭터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그 이후로 아직 작품을 안 했잖아요.
 
 
그것 때문에 못 하는 거예요?
여파가 있죠.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향미’ 역에 캐스팅될 무렵 가수 컴백을 준비하고 있었다면서요.
심지어 곡을 받은 상태였어요. 그런데 ‘향미’ 역 제안이 들어온 거예요. 원래 가수 출신이지만 연기에 대한 갈망이 솔직히 더 많았죠. 가수는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을 놓치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어요.
 
 
‘향미’의 ‘뿌염이 시급한 머리’는 직접 제안했다고요. 촬영이 모두 끝난 뒤 그 머리를 다시 검은색으로 염색하면서 오열했다는 일화가 너무 와닿았어요.
꾸미고는 싶은데 돈도 없고 촌스럽고, 그런 ‘향미’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맥주로 감은 듯한 머리를 생각했죠. 손톱도 자기는 예쁘다 생각하고 발랐는데 너무 유치한 반짝이 네일이고. 그런 걸 하나하나 만들어가면서 더 재미있었어요.
 
 
연기자를 지망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가수로 데뷔해 정점을 찍었다가 또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가, 지금은 예능인으로 활약하고 있어요. 그 모든 과정을 돌이켜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거창한 말이지만 그것도 운명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에는 혼란스러웠어요. ‘내 정체성이 뭐지?’ 싶었고요. 려원 언니한테 고민을 털어놨는데 언니가 하는 말이, 이걸 다 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는 거예요. 축복으로 받아들이라고요.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열심히 하라고. 그래서 작년에 MBC 연예대상에서 〈나 혼자 산다〉로 여자 우수상 수상했을 때 그 얘기를 꺼낸 거예요. 상 받으면서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연기가 됐든 음악 활동이 됐든 예능이든 유튜브든 나를 내던져보자, 그럼 뭔가가 있겠지’라고요. 하나도 허투루 생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에요.
 
 
그럼 혹시 ‘이번에는 유튜브에 나를 내던져보자’ 하는 계기도 있었던 건가요?
유튜브는 사실 몇 년 전부터 생각했어요. 제가 일에선 완벽을 추구하는 스타일인데 나머지 부분에서는 허당이거든요. 해본 적 없고 관심도 없고. 특히 요리에 제일 관심 없고. 하하. 그런 것들을 배워가면서 “너희도 할 수 있어” 하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느라 요리까지 미처 할 시간이 없었던 여성의 모습이 방송에 자주 나오는 게 반가워요.
그렇게 봐주면 고맙고요.
 
 
‘브이로그’라는 게 유행하는 콘텐츠가 됐잖아요. 먼저 브이로그를 시작한 다른 연예인도 많고요. ‘난 이렇게 가자’ 혹은 ‘적어도 이것만큼은 하지 말자’ 하는 기준이 있었나요?
일단 꾸미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전 연출이 아예 없어요. 0이에요.
 
 
드레스룸 투어하다가 갑자기 플리마켓을 연 것도 즉석에서 이뤄진 건가요?
거의 그래요. 특히 향수 편은 아예 즉흥이었고요. 헤어나 메이크업도 거의 안 하거든요. 내가 꾸미고 싶은 날에만 꾸미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전시 가는 날. 집에서 브이로그 촬영하는데 굳이 꾸민 모습을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할까 싶은 거죠. 다만 머리 안 감은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향수 편에서 모자 쓰고 나온 거예요. 팬들은 “꾸러기 같다”고 좋아하던데 남의 속도 모르고. 하하.
 
 
나중에는 머리 안 감고도 촬영할 것 같은데요?
맞아요. 하하. 저는 앞으로도 보여주고 싶은 게 훨씬 많아요. 솔직하게, 짜놓은 틀 없이.
 
 
구독자 수 목표는요?
욕심 없어요.
 
 
그럼 영상을 어떤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팬들은 무조건 봤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제 나이 또래 여성분들이 많이 봤으면 해요. 30대 후반은 20대를 거쳐온 나이니까 공감을 많이 하지 않을까 싶어요. 20대 때는 지금의 제 나이가 너무 많은 나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때 되면 나 괜찮을까’ 싶었는데 막상 지금이 되니까 저는 이게 더 좋더라고요. 참, 사람의 마음이 요동을 치긴 하지만 결국 나이는 허투루 먹는 게 아니구나 생각하게 돼요. 새삼스럽게. 그래서 두렵지만 한번 잘해보자 싶어요. 마흔까지 1년 남았잖아요.
 
 
브이로그의 의미를 기록 자체에 두는 사람도 많아요.
그렇죠. 내 삶의 기록이니까요. 나중에 보면 내가 이 나이에는 이랬구나 싶겠죠.
 
 
마지막으로, 서른아홉 손담비에게 요즘 가장 힐링이 되는 건 뭔가요?
집 안 치울 때요. 제일 싫어했던 행위가 가장 좋아졌을 때 느끼는 행복 지수가 엄청 커요. 제가 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몸만 쏙 빠져나오는 스타일이었거든요. 집에 돌아와보면 엉망진창이고. 요즘은 일어나자마자 이불부터 호텔처럼 깔끔하게 정리해요. 창문 열어 환기시키고, 청소기 돌리고, 고양이 화장실 치우고 밥 주고. 그러고 난 뒤 혼자 밥 먹으면서 느끼는 감각이 좋아요. 고요하고 햇빛 들어오고 음악 소리 들리고. 되게 사소한 행복인데 나한테 많이 와닿는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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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 Editor KIM YE RIN
  • Photographer GO WON TAE
  • art designer 이상윤
  • Stylist 홍은영
  • Hair 이범호
  • Makeup 오윤희
  • Assistant 김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