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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당첨되면 전액 기부한다고? <로또왕> 이이경의 운명과 진심
배우 이이경은 운보다 운명, 운명보다는 성실함의 대가를 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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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한’ 제작진이 이유였어요. 짱짱하다는 건 믿음이 간다는 건데, 달라스튜디오의 고동완 PD님과는 <워크맨>에 (장)성규 형과의 인연으로 잠깐 출연했던 것이 연이 됐어요. 그 이후에 <배달그라운드>에도 출연하며 얼굴을 텄고, <로또왕> 제의가 왔을 땐 이미 고동완 PD님에게 믿음이 생긴 후라 불러주시면 한다 생각하던 차였죠. 제가 딱히 뭘 가리는 성격도 아니고요.
‘전 국민 로또 1등 당첨 프로젝트’라는 기획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로또 1등 당첨 숫자를 예측한다는 게 기획 단계에선 더 황당무계하게 들렸을 것 같은데.
로또 1등 당첨될 확률이 번개를 연속으로 두 번 맞는 확률이랑 비슷하다고 하잖아요. 처음엔 그 숫자를 맞히는 게 시청자들한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해 못 맞히면 어떡하지 싶었어요.(웃음)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사실 당첨 번호를 얻기 위해 뛰고, 구르고, 각종 황당한 일을 해나가면서 보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게 목표라고 생각해요. 진짜 미친 듯이 이곳저곳 누비며 힘들게 얻은 숫자를 보여주는 거죠.
예능이든 드라마든 주어진 캐릭터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건 배우의 능력 같아요. 숫자를 알아내기 위해 거북이 옆에 앉아 걸음 횟수를 세고 있어도 왠지 몰입하게 돼요. 웃긴 것과 황당한 건 한 끗 차이인데 그 선을 잘 지키는 비결이 뭐예요?
웃기려고 의도하다 보면 과해지기 쉬워요. 더 웃기고 싶으니까. 그런데 저는 어떤 연기를 하든 미워 보이면 안 된다는 마음이 있어요. 예능이든 드라마든 모든 캐릭터는 매력 싸움이거든요. 20년을 본 친구를 만났는데 그런 이야길 하더라고요. 얼마 전에 고향에 내려가서 함께 다녔던 학원 선생님을 뵙는데 제 이야길 하셨대요. 이경이는 중학교 때부터 장난기가 너무 많았다고. 근데 참 혼내기가 애매했다면서요. 딱 혼내기 힘든 선 아래에서만 장난치는 애들 있죠? 제가 그랬대요.
타고나셨네요.
그래서 저 이런 역할 많이 하나 봐요.(웃음)
<로또왕> 영상이 업로드될 때마다 사람들이 “출연자 진짜 잘 구했다”라고들 해요. 코믹한 연기를 많이 해왔고 예능을 꾸준히 해온 덕에 이경 씨에겐 ‘웃음 기대치’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부담스럽지는 않나요?
뭐 하나 특화됐다는 건 좋은 거죠. 과도기 때는 주변 사람들이 “너 너무 웃긴 캐릭터만 하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사실 그 말이 더 듣기 힘들었어요. 전 아무렇지도 않은데. 지금 와서 보니 제 장점이고 특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역할을 잘해낸다는 거. 그렇게 생각하니 좀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로또왕>을 보면 사람들이 진짜 로또에 진심이더라고요. 놀랐어요.
저도 진짜 많이 놀랐어요. 전국에 흩어진 로또 명당을 찾아다니는 편을 찍을 때였는데, 명당이라 소문난 가게마다 영업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더라고요. 시간상 본편에는 많이 편집되는데, 제가 사람들 인터뷰도 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연령대마다 로또에 대한 생각이 좀 다르단 걸 알 수 있어요.
어떻게 다른데요?
20대는 실제로 로또를 하진 않아도 언젠가 1등의 행운 같은 게 자신한테 찾아오면 좋겠다고들 생각해요. 30대는 로또를 실제로 하면서 ‘내가 만약 1등에 당첨되면 어떨까?’ 하고 자신을 대입해 상상해요. 그리고 40~50대분들은 정말 당첨이 필요해서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 이유는 보통 자기 자신이 아닌 가족이나 자식들 때문이죠. “로또 1등 되면 나 가기 전에 아들이나 손자한테 조그마한 빌라 하나씩 해주고 싶다”라고 말한 할아버지의 인터뷰처럼요. 적은 돈으로 희망을 사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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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세계 최초가 될 거예요. 복권 당첨금을 그대로 기부하는 거로요. 만약 진짜 1등에 당첨된다면 한 푼도 안 남기고 기부할 거예요.
진심이에요? 막상 당첨되면 욕심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에이, 아뇨. 제 거라고 생각을 안 하면 돼요. 저는 원래 일확천금을 바라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불안할 것 같아요, 그렇게 큰돈이 들어오면.(웃음)
인생의 한 방을 노리는 타입은 아니군요?
저는 운명론자예요.(웃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생각하는 타입. 부지런하고 성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게 있대요. 무언가에 그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면 경지에 오른다는 거예요. 뭐든 묵묵히 하고 싶고,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일을 해나가는 타입이에요.
지금 1만 시간의 법칙 리스트에 오른 게 있나요?
최근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연습할 시간이 부족한데 그럴 때마다 떠올려요. 1만 시간의 법칙… 1만 시간의 법칙….(웃음)
웹 예능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인데, 배우로 활동하는 것과 어떤 차이를 느끼나요? 속도도 더 빠르고, 피드백도 즉각적이고 적나라하잖아요.
촬영은 크게 다른 건 모르겠는데, 편집된 걸 보면 차이를 느껴요. 저희 어머니, 아버지는 <로또왕>을 보시면 잘 못 따라오시더라고요. 너무 빠르고 정신없다고. 그래서 이해하려고 몇 번을 다시 보신다고 해요. 부모님 세대와 지금 세대의 속도와 흐름은 차이가 큰 것 같아요.
<로또왕>에 출연하면서 배운 게 있나요? 요즘 다들 뭘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관한 인사이트가 생겼을 것 같은데.
음… 사람들이 점점 더 솔직하고, 직관적이고, 과감한 걸 좇는 것 같아요. 그게 요즘 트렌드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신비주의’ 같은 말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말 잘 안 쓰잖아요. ‘척’하는 것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게 요즘 가치관에 더 잘 부합하는 것 같아요.
개인 유튜브 채널도 있죠? 촬영과 편집은 직접 하는 건가요?
네. 1년 전쯤 20년 지기 친구와 둘이 진짜 오래 고민하고 시작했어요. 그땐 배우들이 개인 유튜브 채널을 활발하게 할 때는 아니었는데 일찍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스트레스 받지 말고, 누가 보든 안 보든 의연하게 해나가기로 했어요. 촬영은 휴대폰으로 하고, 둘 다 편집할 줄도 몰라서 컷 편집부터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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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하다 보면 자산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친구랑 지속적으로 만날 명분도 생기고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돼 제가 출연한 영상을 편집하다 보니 저의 말하는 습관이나 말투, 버릇 같은 것도 알게 됐죠. 유튜브 특성상 구애를 덜 받으니 재미있더라고요.
어떤 게 가장 재밌나요? 콘텐츠가 먹방, 브이로그, 여행까지 다양하던데.
제일 재미있는 건 사실 편집을 다 끝내고 업로드하는 순간이에요.(웃음) 찍은 것보다 배가 되는 시간을 들여 편집하니까.
뭔가를 하는 데 주저함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군대에서 처음 드라마를 접하고 서울예대 연기과에 들어간 것도 그렇고, 유튜브도 하고, 작년엔 트로트 앨범도 냈어요.
안 해서 후회할 바엔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잖아요.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너는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애니까 그냥 해라”라고 하셨어요. 배우라는 직업은 확장성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저런 걸 해보기에 좋으니까요. 배우라는 직업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네, 그럼요.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게 누군가에게는 더뎌 보이고, 또 누군가는 빠르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는 제 속도로 여기까지 걸어온 게 참 운이 좋았다 싶어요.
이경 씨 촉이 좋다고들 말하던데. 앞으로의 배우 커리어에 촉을 발휘해본다면요?
이건 희망인데… 코믹한 역할로 많이 부각됐으니 그와 반대되는 역할을 해보지 않을까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음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지금 떠오르는 숫자 좀 알려주고 가세요.
(웃음)적으세요. 뭐가 보이냐… 뭐가 보이냐… 8, 17, 24, 42, 11, 2. 근데 이 번호로 진짜 로또 사실 거예요?
Credit
- Feature Editor KIM YE RIN
- Freelance Editor KIM SO HEE
- Photographer LEE GYU WON
- Stylist 이필성
- Hair 정애라/끌림
- Makeup 구본경/끌림
- art designer 조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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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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